탈북자 [151]
탈북자 [151]
  • 이광희
  • 승인 2019.05.09 17: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짙은 어둠은 일행이 산 능선에 다다를 즈음에야 겨우 약간씩 벗겨지며 구름 속에 숨어 있던 희미한 달빛이 나뭇잎 사이로 새어들었다.

내가 그들을 따라 40분 정도를 올랐을 때 내리막길이 나타나며 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별들이 머리위로 쏟아졌다. 어린 시절 들마루에 누워 올려다보았던 그 하늘이었다.

아직 많이 가야 합니까?”

나는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다왔시요, 힘드시디요. 그럴 거야요. 우리도 한 번씩 오르내리기가 수월치 않으니 끼니.”

앞서가던 사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다른 사내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앞만 내려다보며 걷고 있었다.

우리도 본래 이 길로 다니딜 않는데 오늘은 질러가느라고 이 길로 가는 기야요. 제 길로 돌아가려면 한 시간은 족히 가야 하디요.”

왜 이렇게 험한 곳에 거처를 마련했습니까?”

몰라서 묻는 거야요? 그도 그럴 거야요. 알 리가 없디. 기럼. 우리들의 생활을 어디알갔시요.”

앞서가던 사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푸념처럼 말꼬리를 흐렸다.

더 이상 묻디 말기요. 가보면 알게 되니 끼니.”

“........”

다소 가파른 능선을 조금 내려가자 희미한 달빛에 녹슨 양철 지붕의 오두막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것들은 한 점의 불빛도 없이 싸늘하게 식은 채로 그렇게 어둠을 지키고 서 있었다. 도무지 사람들이 살 것 같지 않은 그런 집들이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잡초가 우거져 있었고 부러진 나무들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우리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곳이 어딜까? 따차지대? 그렇지 않다면 이들의 아지트?’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을 때 앞서가던 사내가 길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 왔시요, 이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디요.”

앞서가던 이들이 여러 채의 작은 집들을 지난 뒤 어둠이 유달리 두텁게 내려 않은 집의 모퉁이를 돌아 안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실올 같은 불빛이 문 틈새로 겨우 사람의 형체를 알아 볼만큼 새어나왔다.

밖에 뉘기요. 와씨요?”

집안에서 중년 사내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문을 두텁게 가리고 있던 거적이 걷히며 불빛이 문밖으로 쏟아졌다. 그곳에는 한 사내가 불을 등지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중키에 깡마른 체구였지만 골격이 탁월할 정도로 잘 발달된 사내였다. 딱벌어진 어깨와 반듯하게 서 있는 자세, 금속성의 칼칼한 목소리, 이런 것들이 그가 보통 사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어여 들어 오시라요. 먼 곳까지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시다.”

“........”

그는 거적을 걷어 젖힌 뒤 나를 움막 안으로 안내했다. 내가 고개를 숙이고 움막 안으로 들어가자 뒤를 따라 따냐와 사내들이 들어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