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을 만큼 짙은 어둠은 일행이 산 능선에 다다를 즈음에야 겨우 약간씩 벗겨지며 구름 속에 숨어 있던 희미한 달빛이 나뭇잎 사이로 새어들었다.
내가 그들을 따라 40분 정도를 올랐을 때 내리막길이 나타나며 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별들이 머리위로 쏟아졌다. 어린 시절 들마루에 누워 올려다보았던 그 하늘이었다.
“아직 많이 가야 합니까?”
나는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다왔시요, 힘드시디요. 그럴 거야요. 우리도 한 번씩 오르내리기가 수월치 않으니 끼니.”
앞서가던 사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다른 사내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앞만 내려다보며 걷고 있었다.
“우리도 본래 이 길로 다니딜 않는데 오늘은 질러가느라고 이 길로 가는 기야요. 제 길로 돌아가려면 한 시간은 족히 가야 하디요.”
“왜 이렇게 험한 곳에 거처를 마련했습니까?”
“몰라서 묻는 거야요? 그도 그럴 거야요. 알 리가 없디. 기럼. 우리들의 생활을 어디알갔시요.”
앞서가던 사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푸념처럼 말꼬리를 흐렸다.
“더 이상 묻디 말기요. 가보면 알게 되니 끼니.”
“........”
다소 가파른 능선을 조금 내려가자 희미한 달빛에 녹슨 양철 지붕의 오두막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것들은 한 점의 불빛도 없이 싸늘하게 식은 채로 그렇게 어둠을 지키고 서 있었다. 도무지 사람들이 살 것 같지 않은 그런 집들이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잡초가 우거져 있었고 부러진 나무들이 여기저기에 흩어져 우리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곳이 어딜까? 따차지대? 그렇지 않다면 이들의 아지트?’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을 때 앞서가던 사내가 길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 왔시요, 이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디요.”
앞서가던 이들이 여러 채의 작은 집들을 지난 뒤 어둠이 유달리 두텁게 내려 않은 집의 모퉁이를 돌아 안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실올 같은 불빛이 문 틈새로 겨우 사람의 형체를 알아 볼만큼 새어나왔다.
“밖에 뉘기요. 와씨요?”
집안에서 중년 사내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문을 두텁게 가리고 있던 거적이 걷히며 불빛이 문밖으로 쏟아졌다. 그곳에는 한 사내가 불을 등지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중키에 깡마른 체구였지만 골격이 탁월할 정도로 잘 발달된 사내였다. 딱벌어진 어깨와 반듯하게 서 있는 자세, 금속성의 칼칼한 목소리, 이런 것들이 그가 보통 사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어여 들어 오시라요. 먼 곳까지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시다.”
“........”
그는 거적을 걷어 젖힌 뒤 나를 움막 안으로 안내했다. 내가 고개를 숙이고 움막 안으로 들어가자 뒤를 따라 따냐와 사내들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