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과 혼동 등 구민들 인지도 낮아
'깡' 막는 전자카드 및 스마트폰 충전 방식 중장년 및 노년층 '진입장벽'
대전 최초의 지역화폐 ‘대덕e로움’이 6월 24일 사전 출시된다. 출시 한 달여를 앞두고 있지만 대덕구민들은 여전히 ‘지역화폐’ 개념조차 생소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박정현 대덕구청장은 중소기업과 자영업 비율이 70% 이상을 차지해 경기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덕구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 발행을 민선7기 공약사업으로 추진해왔다.
대덕구에서 나고 자랐다는 이 모(23)씨는 “지역화폐라고 해서 온누리상품권처럼 전통시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줄 알았다”며 “전통시장을 거의 안가서 나와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해 대덕구는 공격적인 홍보를 실시하고 있지만 ‘대덕e로움‘은 여전히 구민들 사이에서 ‘온누리상품권과 비슷한 그 무엇’으로 인식될 뿐이다.
온누리상품권과 대덕e로움 차이점은?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지류상품권으로 가맹점으로 등록된 ‘전통시장’ 및 상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대덕구 지역화폐 ‘대덕e로움’은 전통시장은 물론 대덕구 내에 위치한 사업장 중 IC카드 단말기만 설치돼 있다면 편의점, 노래방, 카페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비교적 쓰임이 자유롭다. 단 자금 역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대형마트, 기업형 수퍼마켓(SSM), 프렌차이즈 본사 직영점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온누리상품권은 ‘전국’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통시장 및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대덕e로움은 ‘대덕구’라는 행정구역 제한이 있지만 IC카드 단말기가 설치된 곳이라면 일부 업소를 제외하고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구매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온누리상품권은 농협, 새마을금고 등 온누리상품권을 취급하는 은행에서 지류상품권을 구매하면 된다.
대덕e로움은 IC칩이 내장된 공(空)카드를 금융기관, 동주민센터, 구청 등에서 발급받거나 온라인으로 신청해 배송 받은 뒤 스마트폰 앱으로 카드를 등록하고 본인명의 계좌를 연결해 충전하는 방식이다.
온누리상품권은 상시 5%, 명절·특판시 10%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으며 대덕e로움은 상시 6%, 출시·명절 특판시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대덕e로움은 할인혜택 외에 소득공제 신청시 30% 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경우 40%까지 공제 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대덕구는 환전차익을 노린 일명 ‘상품권 깡’을 막고 가맹점 모집이 필요없는 ‘선불식 전자카드’ 방식으로 지역화폐를 발행할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스마트폰 앱에 카드를 등록하면 계좌로 금액을 충전할 수 있어 사용이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용이 편리한 ‘전자카드’ 방식이 대덕구 내 소비 비중이 높은 중장년 및 노년층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맹점 역시 존재한다.
대덕구에 12년간 거주했다는 이 모(55)씨는 “우리 같이 나이 많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연결하고 충전하는 방식이 너무 복잡하다”며 “취지는 좋지만 번거로워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전자카드 방식의 편리함을 설명하며 “충전해서 선물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부모님이나 자녀 용돈으로도 좋다”고 했지만 스마트폰 이용이 어려운 사람들은 구입을 위해 타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한 출시가 한 달여 남았지만 대덕구 밖에서 ‘대덕e로움’의 존재감은 크지 않아 보인다.
대덕구의 핵심 골목상권 중 한 곳인 송촌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손 모(54)씨는 “이름만 들어봤다”며 "지역화폐에 대해 잘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손 씨는 “지나가다가 ‘대덕e로움’ 홍보 현수막은 많이 봤는데, 지역화폐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며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처음 들어봤다”고 말했다.
전효진 대덕구 에너지경제과 경제담당은 “대덕e로움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공격적인 홍보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홍보를 병행해 구민들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다가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덕구는 대덕e로움이 공식 출시되는 6월 28일부터 2주간 중리행복길 일대에서 현금, 신용카드 사용이 금지된 대코(Daeco) 맥주페스티벌을 개최해 구민들과 지역 상인들이 대덕e로움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대덕e로움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페이스북, 밴드 등을 활용한 온라인 홍보는 물론 출퇴근 시간대 거리홍보 등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