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과 혼동 등 구민들 인지도 낮아
'깡' 막는 전자카드 및 스마트폰 충전 방식 중장년 및 노년층 '진입장벽'

지난달 18일 대덕구는 지역화폐 '대덕e로움' 유통활성화를 위해 대덕구공무원노조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박정현 대덕구청장을 비롯한 대덕구공무원노조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대덕구 제공.
지난달 18일 대덕구는 지역화폐 '대덕e로움' 유통활성화를 위해 대덕구 공무원노조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은 박정현 대덕구청장을 비롯한 대덕구공무원노조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대덕구 제공.

대전 최초의 지역화폐 ‘대덕e로움’이 6월 24일 사전 출시된다. 출시 한 달여를 앞두고 있지만 대덕구민들은 여전히 ‘지역화폐’ 개념조차 생소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박정현 대덕구청장은 중소기업과 자영업 비율이 70% 이상을 차지해 경기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덕구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화폐 발행을 민선7기 공약사업으로 추진해왔다.

대덕구에서 나고 자랐다는 이 모(23)씨는 “지역화폐라고 해서 온누리상품권처럼 전통시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줄 알았다”며 “전통시장을 거의 안가서 나와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해 대덕구는 공격적인 홍보를 실시하고 있지만 ‘대덕e로움‘은 여전히 구민들 사이에서 ‘온누리상품권과 비슷한 그 무엇’으로 인식될 뿐이다.

온누리상품권과 대덕e로움 차이점은?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지류상품권으로 가맹점으로 등록된 ‘전통시장’ 및 상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대덕구 지역화폐 ‘대덕e로움’은 전통시장은 물론 대덕구 내에 위치한 사업장 중 IC카드 단말기만 설치돼 있다면 편의점, 노래방, 카페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비교적 쓰임이 자유롭다. 단 자금 역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대형마트, 기업형 수퍼마켓(SSM), 프렌차이즈 본사 직영점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온누리상품권은 ‘전국’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통시장 및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대덕e로움은 ‘대덕구’라는 행정구역 제한이 있지만 IC카드 단말기가 설치된 곳이라면 일부 업소를 제외하고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구매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온누리상품권은 농협, 새마을금고 등 온누리상품권을 취급하는 은행에서 지류상품권을 구매하면 된다.

대덕e로움은 IC칩이 내장된 공(空)카드를 금융기관, 동주민센터, 구청 등에서 발급받거나 온라인으로 신청해 배송 받은 뒤 스마트폰 앱으로 카드를 등록하고 본인명의 계좌를 연결해 충전하는 방식이다.

온누리상품권은 상시 5%, 명절·특판시 10%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으며 대덕e로움은 상시 6%, 출시·명절 특판시 1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대덕e로움은 할인혜택 외에 소득공제 신청시 30% 공제를 받을 수 있으며 전통시장에서 사용할 경우 40%까지 공제 받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대덕구는 환전차익을 노린 일명 ‘상품권 깡’을 막고 가맹점 모집이 필요없는 ‘선불식 전자카드’ 방식으로 지역화폐를 발행할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스마트폰 앱에 카드를 등록하면 계좌로 금액을 충전할 수 있어 사용이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용이 편리한 ‘전자카드’ 방식이 대덕구 내 소비 비중이 높은 중장년 및 노년층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맹점 역시 존재한다.
 
대덕구에 12년간 거주했다는 이 모(55)씨는 “우리 같이 나이 많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연결하고 충전하는 방식이 너무 복잡하다”며 “취지는 좋지만 번거로워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전자카드 방식의 편리함을 설명하며 “충전해서 선물할 수도 있기 때문에 부모님이나 자녀 용돈으로도 좋다”고 했지만 스마트폰 이용이 어려운 사람들은 구입을 위해 타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한 출시가 한 달여 남았지만 대덕구 밖에서 ‘대덕e로움’의 존재감은 크지 않아 보인다.

대덕구의 핵심 골목상권 중 한 곳인 송촌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손 모(54)씨는 “이름만 들어봤다”며 "지역화폐에 대해 잘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손 씨는 “지나가다가 ‘대덕e로움’ 홍보 현수막은 많이 봤는데, 지역화폐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며 “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처음 들어봤다”고 말했다.

전효진 대덕구 에너지경제과 경제담당은 “대덕e로움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 공격적인 홍보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홍보를 병행해 구민들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다가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덕구는 대덕e로움이 공식 출시되는 6월 28일부터 2주간 중리행복길 일대에서 현금, 신용카드 사용이 금지된 대코(Daeco) 맥주페스티벌을 개최해 구민들과 지역 상인들이 대덕e로움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대덕e로움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페이스북, 밴드 등을 활용한 온라인 홍보는 물론 출퇴근 시간대 거리홍보 등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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