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충남도당위원장 “文 정부 독선 방관하면 미래 없어”

자유한국당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이 디트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이 디트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투쟁현장에 제 머리카락을 바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지난 2일 TV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자유한국당 이창수(56) 충남도당위원장이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그의 말에는 독기가 단단히 올랐다. 그는 이날 여야4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항의하며 국회 본관 앞에서 삭발했다. 현역 국회의원 4명이 함께했고, 원외인사는 이 위원장이 유일했다.

이날 삭발식을 두고 정치권과 언론은 ‘구태정치 vs 저항의 수단’이라는 의견이 분분했다. 갑론을박을 떠나 왜 원외위원장이 대여투쟁 선봉에 섰을까. 국회의원도 차고 넘치는데 말이다. 문득 내년 총선이 떠올랐다. 

곧장 이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도 할 말이 많다는 눈치였다. 

지난 7일 충남도당사에서 그를 만났다. “(삭발식 참여는)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였느냐”고 물었다. 그는 주저 없이 “삭발투쟁은 정치인 개인 영리를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좌파진보 정치세력에 항거하고자 하는 내 의지”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분노와 갈증이 자신을 그 현장에 떠밀었다고 했다. 또 도당위원장으로서 어떻게든 맞서 싸워야 하는데 싸울 수 없는 무기력도 한몫했다고 한다. 전자는 정부와 여당을 향한 투쟁 의지였고, 후자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펴기 위한 방책이라는 설명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언론은 정부 방패막이 역할”
“세종·공주보 철거, 상식을 벗어난 결정”

언론인 출신인 이 위원장은 정부를 비판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정부 방패막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창원 성산 보궐선거를 지원을 위해 다녀오던 길이었습니다. 올라오는 길 3시간이 넘도록 방송에선 황교안 대표의 축구장 유세를 두고 비판했습니다.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기사였을까요. 언론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호소해도 공허한 메아리일 뿐입니다.”

그는 이 말을 시작으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먼저 ‘세종·공주보 철거’ 반대 투쟁을 이야기했다. 정부의 보 해체 방침이 나오자 해당지역을 방문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영산강유역환경청을 찾아 보 해체에 따른 영향을 따져봤다.

이 위원장은 “정부는 멀쩡한 보를 전 정권의 부산물이라고 철거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무슨 수단을 쓰더라도 보 해체만은 막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시도당위원장, 지역 국회의원들과 힘을 모아 ‘4대강 보 해체 저지’ 투쟁에 나섰고, 환경부 앞 1인 시위도 나섰다.

“강물에는 이념이 있을 수 없습니다. 주민들은 농사를 짓기 위해 강물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필요할 땐 물을 가둬 사용하고, 아닐 땐 흘려보내면 되는 것 아닙니까. 굳이 철거가 방책입니까.” 정부 보 해체 방침이 합리적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닌, 적폐청산이란 미명 아래 행해진 정략적 판단으로 규정한 것이다. 

“문재인 정권, 국민 절반을 적으로 만들었다”

자유한국당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
자유한국당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

패스트트랙 지정에 따른 강대 강 대치정국을 두고선 “현재 정치난맥상을 풀어야 할 사람은 문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현 정권은 ‘우리 편 아니면 적’이라는 피아식별을 해놓고 정치를 한다. 국민 절반을 적으로 두는 것인데 상식적인 정치가 아니다. 이는 독재정권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일갈했다.

“여태껏 선거제도를 일방적으로 결정한 적은 없었습니다. 다소 천천히 가더라도 합의를 통해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정치인데, 오만과 독선이 도를 넘었습니다.”

또 청와대 인사논란과 관련해선 “‘내로남불’이 극에 달한다. 국민 눈높이 맞지 않는 인사를  두고 ‘문제없다’고 한다. 한국당이 그랬다면 (민주당에서)용납했겠느냐”고 쓴 소리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여당을 비판하면서도 한국당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탄핵정국과 내부갈등, 대선패배, 지방선거 패배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한국당에게)‘적폐후예’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정치공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내부적으론 혁신해야 할 때 혁신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올바른 정치세력으로 다가가기에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분명 현 정부에 반감을 갖는 국민은 많아요. 제1야당인 우리가 그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또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 체제 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우리가 어떻게 싸워야 하고, 왜 싸워야 하는지를 분명히 했다”며 “길은 항상 새롭게 열린다. 한국당이 시련, 고난의 길을 걷고 있지만 분명한 의지를 갖고 걷다보면 길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고, 행동해야 할 때 행동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미래가 없다”며 “지금이야 말로 잘못된 것을 말해야 할 때이기에 외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오만과 독선을 막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안시 광덕면 출신인 이창수 위원장은 광덕초, 광풍중, 천안중앙고를 거쳐 단국대(천안캠퍼스)를 졸업했다. 심대평 충남도지사 비서실장, 국회 입법보좌관을 지냈다.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실무위원, 천안시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2016년 20대 국회의원선거와 2018년 천안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지만 연거푸 낙마했다. 그는 내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삼수생으로 도전장을 던진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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