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2016년과 2018년 두차례 진정통해 결국 범행 전말
이미 유죄 판결로 집행유예 선고...교육계 "급식비리의 모체"

검찰이 수십억대 입찰방해 및 사기 혐의 등으로 대형 급식업체 대표를 구속했다. 사진은 해당 업체에서 불법으로 냉동육을 해동하는 모습.
검찰이 수십억대 입찰방해 및 사기 혐의 등으로 대형 급식업체 대표를 구속했다. 사진은 해당 업체에서 불법으로 냉동육을 해동하는 모습.

최근 대전지역 급식업체들의 입찰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세종과 충남 지역에 유령사업장을 설립한 뒤 중복 투찰하는 방법으로 급식입찰을 따 온 대형 급식업체 대표가 결국 구속됐다.

이 업체는 비단 입찰과정에서의 문제 뿐 아니라 냉동육을 냉장육으로 둔갑시켜 납품하는 등 문제의 심각성이 여실히 드러났지만 단속의 손길은 부족했다.

대전지검 형사2부(이영재 부장검사)는 지난 3일 입찰방해와 사기 및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급식업체 대표 A씨(63)씨를 구속 기소하고, A씨 가족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밝힌 A씨의 범행은 크게 4가지다. 우선 최근 4년여 동안 7개 유령업체를 설립한 뒤 학교급식재료 전자조달시스템에 1만차례 중복 투찰해 입찰을 방해하고 57억원 상당의 수익을 올린 혐의다.

또 대전과 세종, 충남 금산지역 263개 학교에 해동한 냉동육 16만 9585Kg을 냉장육으로 둔갑시켜 19억원 상당을 납품했으며, 다른 업체의 세절기과 금속검출기 등 장비를 임시로 비치해 HACCP 인증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외도 단속에 대비해 위조한 냉장육 거래명세표를 비치하는 한편, 비밀 냉장고를 마련해 냉동육을 보관하는 등 장기간 범행을 은폐해 온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문제는 A씨는 이번에 적발되기 전부터 같은 범행을 지속해 왔지만 전혀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A씨는 지난 2007년 4월 18일 서구에 식육납품업체를 설립해 학교급식에 참여해 왔다. 그러던 중 개별적인 학교가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 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하자 어려움이 생겼다. 비슷한 납품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자 낙찰받기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A씨는 낙찰률을 높이기 위해 가족 등 명의로 업체를 설립키로 작정한 뒤 실행에 옮겼다. 실제 2012년 처제가 운영하던 업체를 인수해 아들 명의로 바꾸기도 했다. A씨는 이 때부터 2016년 11월까지 총 343회에 걸쳐 22억여원 상당을 낙찰받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번에 검찰이 밝혀낸 A씨의 추가 범행은 부인 등 가족들 명의로 무려 7개에 달하는 유령업체를 설립한 뒤 올해 3월까지 57억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는 것인데, 검찰과 경찰의 수사와 법원 재판을 받고 있음에도 범행을 지속했다는 얘기가 된다. 추가 범행까지 포함하면 입찰방해로 얻은 수익은 최소 60~7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측된다. 동일 IP로 전자입찰에 투찰하면 자동 차단되는 시스템이 도입되자 휴대전화 핫스팟을 이용할 정도로 치밀함도 보였다.

가족 명의로 유령업체를 설립해 수십억대 수익을 챙겼다는 범행도 처벌받아야 마땅하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냉동육을 냉장육으로 둔갑시켜 납품했다는 것이다. 냉동육을 비위생적으로 장시간 해동할 경우 세균의 급속한 번식을 초래해 집단식중독의 원인이 될 정도로 아이들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다. 적어도 263개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은 냉동육에서 냉장육으로 둔갑된 고기를 먹었다.

A씨는 납품 4~5일전부터 비밀 냉장고에서 해동하다가 납품 전날에는 작업장 바닥에서 실온 상태로 해동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러 온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처럼 A씨는 장기간에 걸쳐 범행을 진행해 왔다. 지역 급식업계에서는 A씨 일가를 이름만대면 알 정도였다고 한다. 범행의 손길은 인근 세종시나 충남 금산까지 확대됐다. 그럼에도 대전교육청 등의 단속의 손길은 미흡했다. 전교조가 나선 이유다. 전교조는 지난 2016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검찰에 진정을 통해 A씨의 행태를 지적했고 그 결과 구속까지 이어졌다.

비단 급식업체의 비리는 이들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전교조가 시민단체와 함께 문제를 제기한 뒤 대전지역 급식업체 34곳의 업자 31명이 입찰방해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일부는 유죄가 확정됐다. 모두 A씨와 동일한 수법으로 불법을 저질러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까지 편법으로 수익을 올렸다. 

급식업계 한 관계자는 "검찰수사를 통해 밝혀진 업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대전과 충남 세종에 유령 사업장을 만들어 중복 투찰하는 방식으로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전해지면서 급식비리의 모체로까지 얘기된다"면서 "지금도 여전히 불법이 자행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은 급식비리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철저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이번에 적발된 업체는 대전급식비리의 산파 역할을 한 장본인으로 알려져 있다"며 "학교급식 비리가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대전시장과 대전교육감이 친환경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에 누구보다도 앞장서야 옳다"고 급식지원센터 조기 설립을 촉구했다.

대전교육청의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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