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소속 이춘희 세종시장이 지난 2일 정부의 세종보 해체 권고안을 사실상 거부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세종보 문제는 2~3년 간 장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한 다음 결정해도 늦지 않다. 정치적 해석이 아닌 과학적인 요소로 평가하자”고 밝혔다. 또 환경적인 면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품격있는 삶을 위한 경관 가치 등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너무 당연한 주장이지만 여당 소속 시장이 현 정부의 방침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는 점에서 더 주목을 끈다. 이명박 정부가 만든 4대강 댐은 현 정권에선 단순히 환경 차원의 문제를 넘어 전 정권의 적폐 상징 가운데 하나처럼 되어 있다. 따라서 어떻게든 때려 부수고 싶은 게 현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보인다. 

4대강 댐은 건설 과정만 본다면 정당성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건설된 댐을 다시 허무는 문제는 건설 과정 못지않게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졸속 해체는 졸속 건설만큼이나 잘못이다. 해체에도 커다란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물의 이용이나 경관 등의 측면에서 댐의 유용성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댐의 유용성보다 환경 피해가 더 크다는 결론이 나야 헐 수 있다. 댐으로 인한 수질 변화에 대한 믿을 만한 통계와 분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이 시장의 말대로 2~3년 간 장기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시간을 더 갖고 모니터링할 경우 강에 금방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댐 해체 결정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정치적 부담 무릅쓰며 시장 의무 다하려는 세종시장

여론도 이 시장의 생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세종보 해체 논란을 다룬 기사가 467개(60개 매체)라고 한다. 이 가운데 해체 찬성은 78건(16.7%) 반대는 180건(38.5%)으로, 반대가 찬성보다 많다. 이 수치를 세종시민들 전체의 생각으로 볼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세종보 해체 찬성’이 세종시민들 전체의 뜻으로 보긴 어렵다는 간접 자료는 되는 셈이다.

시간을 더 갖고 과학적 평가로 결론내자는 이 시장의 말은 토를 달 만한 구석이 없다. 이 시장은 이 당연한 주장을 하면서도 고민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입장이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라는 점을 이 시장 자신이 모를 리 없다. 그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 것이다. 이 시장이 일부러 정부에 반기를 들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이런 입장을 밝힌 것은 세종보에 대한 세종시민들의 생각을 읽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세종시민 전체의 생각이 해체 찬성이나 반대 어느 한쪽으로 통일되어 있는 상태는 아니라 해도, 적어도 ‘당장 해체 수순을 밟는 데는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의 세종보 입장 천명은 주민들의 의견을 나름 종합한 결과(혹은 종합하는 하는 과정)에서 나왔을 것이다. 시장이 중대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주민들 의견을 고려하지 않을 리 없다. 세종보 문제처럼 중요한 문제일수록 주민들 의견에게 귀기울이는 건 지방자치단체장 제1의 의무다. 이 시장은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면서 그 의무를 다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세종시장 입장을 들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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