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비를 통해 출간된 '마더북' 표지
반비를 통해 출간된 '마더북' 표지

엄마의 삶은 기록되지 않는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는 공식적인 역사에도 기록돼 있지 않다. 스스로의 삶을 자랑스럽게 여겨 기록을 남기는 어머니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자녀들로부터 '엄마의 삶'을 기록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엄마 자서전 쓰기 운동, 엄마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펴내는 책 등 엄마의 구술사를 남긴 독립출판물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반비에서 새롭게 출간된 '마더북' 역시 엄마의 삶을 기록하기 위해 고안된 책이다. 마더북은 누구나 쉽게 '엄마의 자서전'을 시도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자처한다.

지금은 유럽 및 영미권 출판 시장에 비슷한 종류의 라이팅북이 수십 종씩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2000년 대 초반에는 생소한 분야였다. 이에 지난 2005년 네덜란드에 사는 엘마가 갑작스럽게 불치병을 선고받은 어머니의 인생을 기록하고자 이 책을 만들어냈다. 이후 '마더북'은 전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고 국내에도 출간됐다.

이 책의 규칙은 자녀가 어머니에게 선물하고, 어머니가 직접 써서 자녀에게 돌려준다는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의도적으로 고안됐다. 어머니의 삶을 궁금해하는 자녀들의 마음이 어머니로 하여금 글 쓸 동기를 갖게 하고, 자녀에게 돌려줌으로써 이 사적인 기록이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도록 한 것.

'마더북'을 통해 어머니는 인생을 되돌아보며 자녀에게 삶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자녀들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조언을 얻을 창구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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