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피해자 눈물 닦아주는 따뜻한 경찰되길

천안서북경찰서가 오피스텔 사기 논란을 수사 중인 가운데 피고소인이 돌연 잠적해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임차인들의 피해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천안서북경찰서가 오피스텔 사기 논란을 수사 중인 가운데 피고소인이 돌연 잠적해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임차인들의 피해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천안 오피스텔 사기 논란은 천안서북경찰서가 수사하고 있다. 논란은 오피스텔 임대관리업체가 위탁계약을 맺은 임대인에게 월세를 지급하지 못하고, 임차인에게 보증금 반환이 늦어지면서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지난달 4월 중순부터 고소·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업체 대표가 임대인에게는 월세계약을, 임차인에게는 전세계약을 맺어 보증금을 편취했다는 것이다. 고소·고발은 현재까지 수십 건 이상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취재진에게 업체대표를 상대로 2차례 소환조사를 벌였다고 했다. 또 "업체 대표가 보증금 등을 갚겠다고 했고, 실제로 일부를 갚았으니 기다려 보자"고 했다.

그런데 업체 대표가 돌연 잠적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전화기는 꺼져있다. 그동안 연락을 취해오던 직원들도 행방을 모른다. 대표를 믿어왔던 직원들도 급여, 퇴직금을 받지 못하자 단체 행동에 나섰다.

오피스텔 임차인들은 대부분 20~30대 사회초년생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모아온 돈으로 집을 구했다. 때론 빚을 내야했고, 부모님 도움으로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이들은 단체대화방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민사소송을 준비하려니 목돈이 필요한데 이들에겐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야말로 ‘멘붕’이다.

피해액은 최소 300억 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피해자와 업계 관계자는 입을 모은다. 업체 직원은 “반환해야 할 보증금은 세대 당 평균 3000~4000만원”이라고 했다. 전국적으로 1100여 세대를 관리하고 있으니 단순 수치로 잡아도 300억 원이 훌쩍 넘는다. 게다가 대표 개인 매물까지 포함하면 피해액은 더 늘어난다.

피해금액도 크고, 피해자 수도 많지만 경찰은 경제팀에 사건을 배당했다. 경제팀은 대게 6~7명으로 구성됐고, 모두 개개인의 사건을 맡아 처리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수사관 2명이 담당했다. 그러다 ‘안일한 수사’라는 언론보도가 나온 뒤에서야 부랴부랴 수사 인력을 보강했다. ‘뒷북 수사’였다.

그렇다 보니 초기 수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 출국금지를 했다고 한들 마음먹고 잠적하면 추적하기 어렵다. 업체 대표는 “자산 40억 원을 매각해 6월 말까지 보증금을 갚아가겠다”고 공언했는데, 경찰이 여기에 대한 객관적인 입증자료를 확보했을지도 의문이다. 계좌추적을 통해 자산규모를 확인하고, 구체적인 변제계획서를 받았는지 묻고 싶다. 피고소인의 말만 믿고 안일한 대응을 했다면 경찰은 '부실수사'라는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경찰이 이번 사건의 중대성을 외면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소장을 접수하러 간 한 피해자는 경찰로부터 “이 사건은 형사사건이 아니라 민사사건”이라는 답변을 받고 돌아왔다는 것이다. 만약 이 말이 사실이라면 경찰은 수사도 하기 전에 이 사건을 ‘단순 채무불이행’으로 못 박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건을 경제팀에 배당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미 지역에선 잠적한 업체 대표에 대한 업무상 배임 및 횡령 의혹이 퍼져있다. 경찰만 모를 리 없다.

경찰청은 홈페이지에 '국민과 함께하는 따뜻하고 믿음직한 경찰'이라고 기관소개를 하고 있다. 말마따나 천안서북경찰서는 부실수사로 시민의 믿음을 저버려선 안 될 것이다. 부디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따뜻한 경찰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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