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69] 정치‧사법개혁 그리 두려운가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지난 2일 오후 대전역 광장에서 장외 집회를 갖고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강력 반발했다. 한국당 홈페이지.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지난 2일 오후 대전역 광장에서 장외 집회를 갖고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강력 반발했다. 한국당 홈페이지.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STOP’ 카드를 들고 국회 밖으로 나갔습니다. 지난 정부 국정농단 사태로 촛불 민심이 광장에서 들었던 ‘박근혜 OUT’ 피켓을 연상하게 만듭니다. 물론 결은 확실히 다릅니다. 국민 여론이 그리 우호적이거나 동정적이지 않습니다. 5.18망언에 이어 세월호 막말을 퍼붓더니, 본인들이 만든 국회 선진화법마저 무시하고 ‘동물국회’를 개장했으니까요.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법을 어기고,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라고 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역대 최다 인원이 한국당을 해산해 달라며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당은 그마저도 '조작'이라고 주장합니다. 촛불의 뜨거움에 무릎꿇고 빌었던 지난날을 벌써 잊었나봅니다. 한국당은 왜 이렇게 무모하다고 여겨질 만큼 지난한 전쟁을 시작한 걸까요?

여야 4당이 손잡고 지정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의 핵심은 선거제 개편입니다. 여야 4당 합의문을 보면 본회의 표결 순서가 이렇습니다. 선거법→공수처법→검경 수사권 조정법. 이렇게 정한 이유는 야3당 요구 때문인데요. 민주당이 미는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을 먼저 처리하고, 선거법 개정을 마지막에 하면요. 지역구가 사라지는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행사해 부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따라서 첫 순서인 선거법 개정이 부결되면 공수처나 검경 수사권 조정도 다 날아가게 됩니다. 한국당의 두려움은 여기에 있습니다. 삭발하고, 대규모 장외투쟁을 해도 최장 330일이 지나면 본회의 표결을 해야 합니다.

정치‧사법 개혁 법안이 통과된다고 생각해 보세요. 일단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가 줄어듭니다. 대신 비례대표는 늘어납니다. 소수 정당에 유리합니다. 이건 한국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밑지는 장사’입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오케이’ 한건 범여권 연대를 깔아놨기 때문입니다.

민주당 의석수는 줄어들지 몰라도, 자기들과 손잡은 소수당이 의석수를 늘린다면 국정 운영이나 입법과정에서 한국당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만약 내년 총선 의석수가 200(범여권)대 100(한국당)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가정하면 어떻겠습니까. 물론 한국당은 상상조차하기 싫을 테지만요.

민주당은 당장 한국당에 발목 잡혀 무산된 ‘개헌’을 추진할 겁니다. 어쩌면 국가보안법 폐지도 들고 나올지 모릅니다. 한국당 없이도 가능한 일들이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을 두려워하는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치는 생물’입니다. 아무리 소수당이라도 당론이 있고 정강정책이 있습니다. 의석수가 늘면 또 다른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려 들 겁니다. 한국당은 그들을 외면할 게 아닙니다. 전략적 동맹관계를 맺고, 정권 탈환을 꾀해야 합니다. 야당이 항상 야당만 하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국민들은 공수처나 검경 수사권 조정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더 중합니다. 국민들은 경제가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총선은 집권세력이 평가받는 선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작금의 정치 상황을 보면, 내년 총선은 ‘정권 심판’보다 ‘야당 심판’이 될 것 같습니다.

탄핵 정국 이후 빈사 상태였던 한국당입니다. 경제 실정과 외교안보, 인사 문제로 정부 여당 지지율이 꺾이면서 상대적으로 근력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좌파 반란’, ‘좌파 정변’, ‘좌파 독재’, ‘좌파 세력’같은 ‘좌파’만 입에 달고 다니는 건 온전히 구시대적입니다.

퇴행적 색깔론으로 일관한다면 오른쪽에 있는 태극기는 움직일지 몰라도, 중간에 있는 사람을 끌어당길 순 없습니다. 김훈 작가 말마따나 ‘왜 대한민국의 태극기는 촛불의 대열 앞에서 펄럭이지 못하는가’요. 패스트트랙은 쉽게 말해 ‘입법 발의’ 수준에 불과합니다. 1년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진 아무도 모릅니다. 스스로 만든 국회법에 고발당해 재판 받고 총선 출마조차 못하면 무슨 낭패입니까.

웰빙정당 이미지를 벗고 야성(野性)을 보여주겠다면, 전국 며칠 돌며 ‘문재인 STOP’만 외칠게 아닙니다. 1년 동안 비바람, 폭염, 눈보라도 견뎌야 합니다. 그럴 엄두를 못 내겠다면, 하루 빨리 국회로 들어와야 합니다. 들어와서 민생 경제 법안을 처리해야 합니다. 정치의 시간은 하루가 1년처럼 흐릅니다.

인위적으로 정당을 해산하기보다 선거로 심판하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라는 데 동의합니다. 5년 전 세월호 참사에서 살아남은 학생들이 호랑이띠(만 21세) 아니면 소띠(만 22세)인데요. 내년 4월 첫 총선 투표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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