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한국당 해산 150만 명, 민주당 해산 20만 명 '돌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국회 정문 앞에 상대 정당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국회 정문 앞에 상대 정당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해산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일 오전 150만 명을 넘어섰다. 역대 최고 참여인원이다. 정부와 청와대는 한 달 동안 20만 명 이상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답변해야 한다. 답변에 필요한 인원은 이미 한참 초과했다.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는 지난 며칠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다운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정당해산 청원에 참여한 국민들은 청와대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궁금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 해산이 실제로 이어질 것으로 여기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150만 명에 달하는 국민들은 ‘실현 가능성 적은’ 일을 요구하는 것일까.

지난 22일 시작한 한국당 해산 요구 청원 내용은 이렇다.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막대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으로 구성 되었음에도 걸핏하면 장외투쟁과 정부의 입법을 발목잡기를 하고 (중략) 이미 통진당 정당해산을 한 판례가 있기에 반드시 한국당을 해산시켜 나라가 바로 설 수 있기를 간곡히 청원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3년 11월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했다. 비례대표 부정 경선 사건과 이석기 전 의원이 내란 음모 사건으로 체포된 것이 근거였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19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렸다.

당시 법무부장관이 황교안 한국당 대표다. 절차적‧법리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당해산을 강행했던 집단이 바로 한국당이었다. 강제로 정당을 해산하려 했던 한국당이 불과 5년 만에 정당해산을 요구받는 처지가 된 셈이다.

동물 국회, 정치 염증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
‘촛불 대 태극기’ 진영 대결, 극단의 논리 비화 말아야

자유한국당 해산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1일 오전 11시 29분 150만명을 돌파했다. 더불어민주당 해산 요구 청원도 답변 기준 요건인 20만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자유한국당 해산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1일 오전 11시 29분 150만명을 돌파했다. 더불어민주당 해산 요구 청원도 답변 기준 요건인 20만명을 넘어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한국당은 선거제 개편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우려는 여야 4당에 맞서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국당은 7년 전 여당(새누리당) 시절, 국회에서 싸우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말자며 국회 선진화법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하며 스스로 만든 법을 어겼다. ‘동물국회’, ‘폭력국회’라는 단어가 다시 등장했다. 150만 국민을 온라인으로 불러들인 배경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당이 위기에 처하자 보수 지지층은 민주당 해산 청원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청원 글은 한국당 해산 청원을 뒤집어 올렸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답변을 내놔야 할 20만 명을 넘겼다. 이들은 150만이란 숫자를 ‘조작’이라고 주장한다. 2년 전 겨울 부딪쳤던 ‘촛불’과 ‘태극기’가 광장에서 온라인으로 장소를 바꿔 쏟아져 나오는 양상이다.

150만이든, 20만이든, 정치권은 국민들이 보내는 경고 메시지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다만 그 경고 메시지가 진영 대결과 극단의 논리로 비화되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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