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첫 대화가진 뒤 구단 홈페이지 통해 사과
팬들, 11개 사항 질의하며 공개적인 간담회 형식 요청

최용규 대전시티즌 대표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사과했다.
최용규 대전시티즌 대표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사과했다.

그동안 경색 국면이었던 대전시티즌 구단과 팬들간 관계가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용규 신임 대표가 취임 후 20일도 안돼 팬들과 소통의 자리를 갖고 의견을 들은 데 이어 팬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 입장을 밝혔다.

최 대표는 지난 달 28일 오후 2시 대전월드컵경기장 2층 중회의실에서 '팬과의 대화'를 가졌다. 이날 자리는 최 대표가 앞으로 팬들은 물론 시민들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운영 방침을 보여주는 것으로 일부 팬들로 구성된 '대전시티즌 정상화추진위원회(이하 정추위)' 회원들이 참석했다.

이날 최 대표와 정추위는 간담회를 통해 그동안 구단과 팬들간 불편했던 관계 등을 언급하며 향후 발전방향에 대해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관심을 모은 부분은 간담회 이후 최 대표의 반응이다. 

최 대표는 간담회가 끝난 뒤 곧바로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팬들께 정중히 사과드립니다'라는 팝업을 띄웠다. 최 대표는 공개 사과문을 통해 "팬과의 대화를 통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며 "지난해 팬들과의 대립과 갈등은 전적으로 구단의 부덕의 소치임을 밝혀 둔다"고 스스로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정추위 소속 위원들의 원정경기 구단 제공 버스 탑승을 막고 경기장에 걸개와 대자보를 부착하지 못하도록 한 점에 대해 대전시티즌 신임 대표로서 정중히 사과드린다"면서 "이로 인해 받았을 마음의 상처에 대해 심심한 위로를 표하고 향후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역대 사장들에게는 볼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됐다. 지난해에도 팬들과의 대화는 있었지만 최 대표처럼 공개적으로 사과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었다. 무엇보다 팬들과의 관계를 비중있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어서 팬들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추위 관계자는 "최 대표와 간담회를 통해 상당한 개혁 의지를 느꼈다"면서 당시 상황을 전한 뒤 "항간에 오르내리던 의혹과 소문에 대해 확실한 소명을 요구하는 문서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정추위가 최 대표에게 전달한 소명 요청서에는 총 11가지가 담겨 있다. 과거 선수 시절 구단을 무단 이탈했다가 감독으로 선임된 고종수 감독에 대한 입장을 비롯해 현재 수사 중인 선수선발 과정에서의 진실, 그리고 41명으로 K리그2 구단 중 가장 많은 선수단 규모를 어느 정도까지 줄일 계획인지 등을 질의했다.

최 대표와 대전시티즌 정상화추진위원회가 대화의 자리를 가졌다.
최 대표와 대전시티즌 정상화추진위원회가 대화의 자리를 가졌다.

또 △황인범의 이적료 수익 사용 계획 △김호 전 사장 당시 구단운영 평가 △구단 쇄신안 팬들과 사전 협의 △특정 에이전트를 통한 선수 영입 현황 △단기 및 중장기 구단 운영 계획 △유소년 및 지역 연고 스타플레이어 육성 방안 등도 요구했다.

정추위는 "질의에 대한 답은 모든 팬이 후속 질의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에서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해 달라"고 요청한 뒤 "현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상투적인 답변이 아닌 진심으로 대전 시민과 팬을 이해시킬 수 있는 답변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최근 <디트뉴스>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앞으로 팬들과의 만남을 정례화시켜 팬과 서포터즈는 물론, 시민들과도 충분한 얘기를 듣고 좋은 아이디어나 제안이 있으면 적극 반영하겠다"고 약속한 점을 고려할 때 조만간 또 한번 대화의 장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꽉 막혀있던 대전시티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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