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제12형사부, 국민참여재판 열고 실형 선고
배심원 7명 모두 유죄 평결..4명은 징역 8년, 3명은 징역 7년 의견

지병이 있는 아버지를 승용차에 태우고 바다에 빠뜨려 숨지게 한 40대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이창경 부장판사)는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존속살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41)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18일 오전 1시 9분께 충남 태안군 고남면 영목항에서 만취상태로 아버지를 태우고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바다로 추락, 함께 탄 아버지(73)를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부자는 사고 직후 구조됐으나 아버지는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당시 A씨는 지병(뇌졸중)을 앓고 있던 아버지를 20년째 부양하면서, 자신이 지고 있던 빚과 이자로 인해 생활고를 겪고 있었다. 또 돈을 구하기 위해 보이싱업체에 자신의 계좌가 연결돼있는 체크카드 2개를 빌려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A씨의 요청에 따라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에 회부했고, 재판은 기소된 대전지법 서산지원이 아니라 대전지법에서 열렸다.

검찰은 최종의견진술을 통해 "피해자는 피고인에게 극단적 선택을 원하는 발언을 한 적이 없고 동의한 적도 없었다"며 "피고인은 구조된 직후에도 피해자를 위한 구조요청이나 구조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형제들에게 짐을 나누기 싫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지만 증인들의 진술에 비춰 볼 때 아버지 부양문제를 형제들과 충분히 상의 한 적이 없다"며 "당시 피고인이 많이 지치고 힘든 상황이었던 것은 이해하지만 인륜에 반하는 패륜적인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이에 A씨 변호인은 "객관적으로 피고인이 형제들과 '의논'했으면 됐을지 몰라도 20년이라는 오랜 시간 피고인 혼자 아버지를 돌봤고, 범행당시 피고인은 부채, 이혼,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분별력이 없는 상태였다"며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선처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A씨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혼자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으나, 남겨질 아버지가 걱정되고 형제들에게 짐이 될까봐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는 최후진술을에서 "몸이 편찮은 아버지를 돌보다 아내와도 이혼하는 불행이 있었다. 동생들도 같은 불행을 겪을까봐 걱정했다. 가족들에게 너무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20년 간 아버지를 돌보면서 원망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면서 "잘 버텨왔다고 생각했는데 현금을 구하려고 보이싱 업체에 체크카드를 빌려줬지만 이후 돈도 못받고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게 됐다. 제 생각이 짧았다"고 뒤늦은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A씨 동생은 "형이 죄값은 치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형량은 선처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A씨에게 유죄를 평결했다. 4명은 징역 8년, 3명은 징역 7년을 양형 의견으로 내놨다. 

재판부는 "부모에 대한 존경과 사랑은 우리 사회의 근본이 되는 윤리가치의 본질적인 부분 중 하나이고 우리 형법도 그러한 점을 감안해 직계존속에 대한 살인죄를 보다 중하게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며 "피고인이 자신을 낳고 길러 준 친부를 살해한 행위는 인륜을 저버리는 중대한 범죄이고 사회적 비난가능성도 작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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