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찰 수사 결과 이후 내부 쇄신 박차
회계 마케팅 데이터분석가 등 긴급 수혈..선수단 규모도 35명 선으로

최용규 대전시티즌 대표이사가 인터뷰를 통해 향후 구단 운영 방침에 대해 설명했다.
최용규 대전시티즌 대표이사가 인터뷰를 통해 향후 구단 운영 방침에 대해 설명했다.

시민구단 대전시티즌 선장으로 임명된 최용규(57) 대전시티즌 대표이사 사장이 새로운 시티즌을 만들기 위한 구상에 들어갔다. 지난 10일 이사회를 통해 임명되기 전부터 자신만의 대전시티즌 만들기에 나선 최 대표는 100%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최 대표는 지난 26일 <디트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본인이 갖고 있는 구단 운영 방침을 가감없이 공개했다. 그동안 대전시티즌의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 기사를 쏟아냈던 기자인 관계로 여러분야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질문을 던졌고 언론인 출신답게 최 대표도 솔직하게 답했다.

"어깨가 무겁다. 막상 구단에 들어와보니 여러 부분에서 심각함이 발견됐다. 걱정이 크다"며 말문을 연 그는 전반적인 구단 운영 방침을 묻는 질문에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 결과가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 대표는 "횡령건과 선수선발 과정에서 점수 조작 의혹으로 인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데 구단 전체 14명 직원 가운데 상당수가 수사 대상이고 일부는 피의자도 있다"며 "선수단 감독과 코치도 피의자로 전환돼 조사 중이어서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분위기다. 구단 사무국이나 선수단 모두 맡은 바 역할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최 대표 언급대로 현재 대전지방경찰청에서 지난 연말부터 진행된 선수선발 공개테스트 과정에서 점수조작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며, 조만간 수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고종수 감독 등 선수단과 구단 프론트 일부 직원들이 피의자로 전환돼 추가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대표는 "가능하다면 경찰에서 하루라도 빨리 수사를 마무리해 줬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람"이라며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내부 규정을 적용해 인사위원회를 열고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문제가 매듭지어져야 대전시티즌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도 했다. 즉 경찰 수사를 통해 형사적인 처벌 유무에 따라 내부 직원들을 걸려낸 뒤 본격적인 내부 쇄신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게 최 대표의 복안이다.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쇄신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그동안의 조직체계에서 구멍난 부분에 대한 수혈도 검토 중이다. 대략 3가지 정도로 집약된다. 투명한 회계집행을 관리 감독할 회계전문가와 선수들 및 월드컵경기장 등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스포츠마케팅전문가, 그리고 선수들 개개인의 현재와 미래가치를 판단할 데이터분석가가 그들이다.

최 대표는 "프로구단임에도 아마추어처럼 사무국이 주먹구구로 운영돼 왔었다"면서 "회계전문가를 통해 회계분야를 컨트롤하고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한편, 선수들에 대한 정확한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면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산을 투명하게 효율적으로 쓴다면 결국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다만, 신규로 직원을 보강해야 하는 관계로 구단주와 상의해서 결정할 계획"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최 대표는 다음달 초 허태정 시장과 만나 이같은 복안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에이전트를 통해 진행돼 왔던 선수선발 과정에 대해서도 전면 손질에 나선다. 감독과 데이터분석가, 스카우터, 의사, 축구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선수영입시스템을 만들어 객관적인 시각에서 선수를 영입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대표는 최종 결정만 한다고.

선수단 규모도 지금보다 더 줄이겠다는 심산이다. 현재 41명이 등록돼 K리그 2부에서도 가장 많은 선수단 규모를 시즌 중반까지 35명 안팎으로 줄인다.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전력에 보탬이 안되는 선수는 방출하고 대신 쓸만한 선수가 있으면 영입키로 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수익 창출에 대해서는 일단 조심스런 입장을 내비쳤다. 대전시티즌은 올해 대전시 예산 60억원을 지원받은 데 이어 황인범 선수의 이적으로 인한 20억 여원과 연맹 지원금 등을 통해 90억 가량 확보한 상태다. 황인범 이적 효과로 예년에 비해 그나마 예산 운용에 숨통이 틔였다.

따라서 최 대표는 "가능한 구단내 쇄신이 빨리 정리되면 재정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연말까지 대전안이든 밖이든 기업을 찾아 스폰서를 구하러 나서겠다"면서 "다만, 요즘 기업들이 돈을 주면 효과를 기대하는 만큼 쇄신을 통해 구단을 새롭게 재정비한 뒤 성적 향상을 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연말께 구단 운영 상황을 가능한 한 공개해 팬들의 궁금증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전임 대표들이 적극적이지 않았던 팬들과의 소통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팬들이 무엇을 원하고 뭐가 서운한지 들어볼 계획"이라며 "앞으로 팬들과의 만남을 정례화시켜 팬과 서포터즈는 물론, 시민들과도 충분한 얘기를 듣고 좋은 아이디어나 제안이 있으면 적극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전직 대전시티즌 대표들과도 만나 구단 운영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겠다는 최 대표는 '제2, 제3의 황인범' 배출을 위해 유소년시스템과 더불어 선수단의 체계적인 관리에 나설 계획을 피력했다.

그는 "구단이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소년이나 프로선수들의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며 "땜빵식 재건이 아니라 튼튼한 토대위에 살아남을 수 있도록 대전시티즌을 재건시키는데 주력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대전시티즌 축구는 이런 것'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정체성에 맞는 감독을 영입해 시티즌 축구에 대한 예측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며 "대전시티즌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대표이사지만 훈련과 경기는 감독에게 전권을 줘서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대표이사로 남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시민들 기억속에 좋은 기억만 있는 레전드 대표이사로 남고 싶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1962년에 태어난 최 대표는 대전 유천초와 동산중, 대전상고, 충남대를 졸업한 뒤 1990년 서울신문에 입사해 29년 동안 서울신문에 몸담아왔다. 서울신문 입사 전 대전일보와 중도일보, 대전매일 등에 도전했지만 모두 낙방했다.

언론인에서 프로 축구구단 대표로의 새로운 도전에 나선 최 대표가 과연 어떤 성적표를 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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