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대전시장이 대규모 방문단을 이끌고 미국을 다녀왔으나 아무 성과가 없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대전시는 재미한인바이오산업협회와 대전테크노파크 MOU 체결을 성과로 내세웠으나 시장 방문 성과로 꼽을 만한 일은 아니라는 점은 스스로도 알 것이다. 좋게 말해 견학하러 간 것이고 시쳇말로는 바람 쐬러 놀러간 것이다. 

시장에게도 견학의 기회는 필요하다. 그러나 명색이 시도지사라면 견학만이 목적인 해외방문은 없다. 시장이 시간을 쪼개 해외에 나갈 때는 정말 시장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일과 성과가 있어야 한다. 그런 목적으로 나가 견학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알맹이 행사’는 없이 무슨 MOU다 견학이다 하고 핑계를 대면 순전히 놀러 나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번 허 시장 해외 출장은 그런 수준 같다. 이런 방문에 10명이 넘는 일행이 붙었으니 더욱 이해가 안 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외국 방문 가운데는 이와 다를 바 없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시장이 가지 않으면 안 될 방문은 많지 않다. 그래도 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외국 출장’을 나간다. 시도지사가 되면 가장 좋은 일 가운데 하나가 해외 출장이다. 출장의 횟수 제한도 없어서 본인이 맘만 먹으면 한두 달에 한번 나갈 수도 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도 임기 말 외국 출장에 재미를 붙여 수시로 비행기에 올랐다. 물론 방문의 목적도 성과도 불분명했다.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도 문제가 있다. ‘연수’라는 이름과는 달리 일정이 관광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다. 대전시의회 조성칠 의원은 지금 10일 일정으로 LA와 라스베가스 뉴욕 등 3개 도시를 방문중이다. LA유니버셜스튜디오 뉴욕 브로드웨이 등 관광성 외유로 볼 수밖에 없는 곳들로 채워져 있다. 충남도의회도 유병국 도의장을 비롯, 김명숙 양금봉 의원 등이 최근 외국 방문을 갖다 왔거나 다녀올 예정인데 외유성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엔 국회의원들의 외유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이젠 시도지사와 지방의원들까지 외유 행렬에 나서고 있다. 모든 해외출장이 다 이런 것은 아니고 무턱대고 막을 수도 없다. 지방의원들의 ‘해외 연수’를 의원들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도 써봤으나 효과는 별로 없었다. 엉터리 해외 출장을 줄이고 효과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해외방문 일정과 성과를 시도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는 방법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방문 일정을 최대한 세분화해서, 사전 사후 공개하게 함으로써 방문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물론 방문 성과도 공개해야 한다. 이를 의무화하면 지금 시장이 놀러 갔는지 정말 일하러 갔는지 시민들이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 문제는 누가 이런 제도를 만들 것이냐다. 시도지사든 지방의원이든 외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이런 제도를 좋아할 리 없다. 시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 

감시와 감독만으로 바뀌기 어렵다. 시민 세금으로 해외에 나가는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시장이니까, 지방의원이니까 공짜 해외여행 해보자’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면 외유는 사실상 말릴 방법이 없다. 그러나 시민들은 ‘해외 방문을 어떻게 하느냐’만 가지고도 그가 정말 시도지사감이 되는지 못 되는지 알 수 있다. 무자격 시도지사도 공짜 외유는 할 수 있으나 너무 잦으면 자신의 무능과 부도덕성만 스스로 드러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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