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68] 눈앞의 열매보다 미래 위한 나무 심어야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와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더 정이 가는 법입니다. 학연이나 지연이란 매개가 있다면 처음 보는 사람도 반갑고 금세 친해지는 게 우리사회의 보편적 정서입니다.

혹자는 이런 연고주의(緣故主義)를 청산 대상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렇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깊게 뿌리내린 연고주의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을까요? 물론 노력은 해야겠지요. 다만 그 출발점은 정치부터야 합니다. 지연, 학연, 혈연이라는 게 폐쇄적 조직문화에서 발단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영호남 패권주의가 연고주의를 뿌리 내리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연고주의는 정권 연장과 교체를 위한 프레임으로 작용하면서 지역 이기주의로 변질됐습니다. 결과적으로 국론 분열을 야기했고, 영남과 호남으로 편 가른 지역주의는 보수와 진보, 좌와 우 색깔론과 함께 고질적 병폐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충청도는 DJP(김대중+김종필) 연대와 자민련으로 대표할 만큼, 과거 양대 지역정치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실리를 꾀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정치적 현실을 보면 충청도가 ‘실리’를 챙겼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순 없습니다. 과거 정부나 현 정부 인사에서 지역 출신 등용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에서 보듯이 타 지역에 비해 예산 확보도 녹록지 못합니다.

“그동안 영호남이 득세했으니, 충청도도 해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억지가 아닙니다. 불균형의 균형,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펴는 지역 안배가 필요하다는 소리입니다. 그러려면 충청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눈앞에 보이는 열매를 딸 생각만 할 게 아니라, 먼 미래를 위해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충청권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학연과 지연을 연결고리로 지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요량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평소에는 고향 땅에 무관심하다 단순히 ‘정치적 선택지’로 출마한다면 지역민들이 반갑게 맞아줄 수 있을까요? 팔이 안으로 굽고, 연고주의 정서가 깊다 해도 쌍수 들어 환영해 줄지는 의문입니다.

충청도가 정치의 중심이 되고, 주민들 스스로 윤택한 삶을 살고 있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한 지역구이든, 비례대표이든 ‘표’를 얻기 쉽지 않습니다. 지역 이기주의와 연고주의에 기대려하기보다, 진정성을 갖고 지역발전을 이끌 청사진을 제시해야 합니다. 진정한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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