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겉모습으로 우열 논하기 어렵지만…차이 ‘확연’

허태정 대전시장(왼쪽)과 양승조 충남지사. 자료사진.
허태정 대전시장(왼쪽)과 양승조 충남지사. 자료사진.

같은 정당 소속인 허태정 대전시장과 양승조 충남지사의 ‘상반된 리더십’이 지역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다. 

최근 허태정 시장이 대규모 수행단을 이끌고 견학위주의 8박 10일 미국출장을 다녀 온 반면, 양승조 지사는 미국과 프랑스 2박 5일 강행군으로 약 6억 달러 투자유치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한 명은 공부하는 단체장, 다른 한 명은 일하는 단체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리더십 비교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양승조 충남지사가 ‘복지 충남’이라는 선명성을 각인시키고 있는 반면, 허 시장은 뚜렷한 색깔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선 국회의원으로 보건복지위원장을 역임한 양 지사는 관사를 비워 보육시설로 활용하는 등 보육과 교육, 성평등, 저출산 극복 등 정책에서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재선 구청장 출신의 허태정 시장은 ‘관리형 리더’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합리적 의사결정 능력, 시민사회와 우호적 관계 등이 강점으로 손꼽히지만, 야구장 입지결정-LNG발전소 유치 논란에서 보여준 비밀주의 때문에 ‘투명행정’에 대한 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미세먼지나 감염병, 지역 내 산업재해 대응 방식에 대한 상반된 ‘리더십’도 중요한 비교대상이다. 

미세먼지와 관련해 양 지사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미세먼지 저감에 나서야 한다”며 “3년 내 초미세먼지 평균농도를 국가 기준 17㎍/㎥ 보다 강화된 15㎍/㎥로 낮추겠다”는 정책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했다. 

대전시도 조직개편을 통해 미세먼지대책팀을 신설하며 정책의지를 나타냈지만, 일선 학교에 미세먼지 마스크를 나눠주는 등의 일회성 지원에 머물러 있다. 오히려 미세먼지를 내뿜는 대규모 LNG발전소 유치에 나서면서 ‘시민 건강에 관심이 없다’는 정치권의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감염병 대응도 마찬가지다. 충남도가 메르스, 홍역 등 각종 감염병을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감염병관리지원단’까지 신설한 반면, 대전시는 지역 의료기관에서 홍역이 확산되는 과정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 허점을 드러냈다. 지역 언론의 비판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역 내에서 벌어진 산업재해를 대하는 방식도 크게 달랐다. 

양승조 지사는 지난 2월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근로자 사망사건이 벌어지자, 일본 출장 중에도 직접 경위를 파악하고 즉각 사고수습 대책본부를 꾸렸다. 이후 노동청 사고현장 조사에 노동계 참여를 요청하는가 하면, 지방정부 권한강화를 위한 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약속하는 등 재발방지에 대한 관심과 의지를 표명했다.

허태정 시장도 비슷한 시기에 심각한 산업재해를 마주했다. 한화 대전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3명의 젊은이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허 시장도 유가족을 찾아 위로하고, 자치단체장으로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산업재해를 공공의 문제로 인식하고 즉각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데 한계를 드러냈다. 대전시는 유가족들의 합동분향소 설치 등 요구에 난색을 표명하는 수동적 자세로 일관했고, 오히려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의 중재역할이 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역이슈에 대응하는 자세도 사뭇 다르다. 허태정 시장과 양승조 지사는 취임 직후 관용차와 관련된 <디트뉴스> 단독보도로 동시에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두 단체장 모두 멀쩡한 관용차를 두고 새 관용차를 구입하거나 임대했기 때문이다. 

논란을 접한 양 지사는 “솔직하게 말씀드려 (관용차 교체 관련)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며 “적절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공개적 자리에서 사과를 표명했지만, 허 시장은 관용차량이 추가로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는데 주력했다.

광역자치단체장은 ‘막중한 역할’ 만큼 비판받기도 쉬운 자리다. 논란과 갈등의 정점에 서는 일이 많지만 대응하는 자세는 천차만별이다. 양 지사는 솔직하고 소탈한 화법으로 정면 돌파를 하는 스타일이지만, 허 시장은 상황과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해를 구하는 스타일로 평가 받는다. 

물론 이런 리더십 차이에 대해 우열을 논하기도 어렵고, 적절하지도 않다. 오랜 정책결정의 과정 등 단체장의 진면목은 쉽게 외부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일 수 없다. 

그러나 단체장의 사회적 공감능력과 화법 자체가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양 지사는 지난 14일 안산 단원고 4.16기억교실을 방문해 학생들을 추모하고 김도언 학생의 자리에서 직접 편지를 썼다. 누군가는 '퍼포먼스'라고 폄훼하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감동을 줬을 것이다. 그런데 허 시장이 올해 세월호 5주기에 어떤 추모를 했는지 듣지 못했다. 미국출장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양 지사도 같은 날 미국출장에 나섰기 때문이다. 

인물 비교는 항상 불편한 것이지만, 잘만 받아들이면 배움 또한 큰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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