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제3형사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인정 안돼"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업체로부터 자녀의 결혼 축의금을 받았더라도 평소 친분을 맺고 오랜기간 교류해 왔다면 뇌물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전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박태일 부장판사)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전직 카이스트 직원 A씨에 대해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23일 밝혔다.

A씨는 딸의 결혼식이 열린 지난 2011년 12월 17일 대전 유성구 소재 결혼식장에서 "향후 수의계약 체결 등의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취지로 거래업체 관계자 33명이 건넨 축의금 51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아들의 결혼식이 열린 2016년 2월 27일 천안시 동남구 소재 공원에서도 거래업체 관계자 54명에게 925만 원의 축의금을 받은 혐의도 추가됐다.

A씨는 지난 2002년부터 2012년 5월 16일까지 KAIST 인사팀, 총무팀, 안전팀, 구매팀 등에 근무하면서 물품구매 및 계약체결 업무를 담당해 왔다. 2012년 5월 17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는 DGIST에 파견돼 구매복지팀장 및 재무회계팀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수사기관이나 법원 공판 과정에서 "교부받은 축의금은 직무와 관련된 것이 아닌 사교적 의례일 뿐 뇌물이 아니다"고 혐의를 부인했으며, A씨에게 축의금을 건넨 거래업체 관계자 등도 A씨와 같은 아파트에 거주했거나 업무적 관계 이상으로 친분관계를 갖고 있어 사교적 의례로 축의금을 건넸다고 진술한 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을 모두 살펴보아도 구체적으로 언제 어떠한 입찰을 통해 계약을 체결했는지, 피고인이 구매복지팀장이자 재무회계팀장으로서 어떠한 편의를 제공할 수 있었는지 등을 파악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우리나라 경제규모와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 등에 비춰볼 때 10만 원 내지 30만 원의 축의금을 교부받는 행위가 사교적 의례의 범위를 현저히 벗어난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친분을 맺어 상당히 오랜기간 교류해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 거래업체 관계자들이 친분관계로 인해 축의금을 교부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직무와 관련있다고 인정하기 힘든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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