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대전 53개 시민단체, 철거 요구 기자회견
우남 동상지키기 시민연대 회원들, 철거 반대 집회

배재대에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을 두고 철거를 요구하는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가진 가운데 존치해야 한다는 쪽은 건너편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배재대에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을 두고 철거를 요구하는 시민단체가 기자회견을 가진 가운데 존치해야 한다는 쪽은 건너편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배재대학교 교정에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을 두고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과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의견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맞불집회가 열렸다.

대전지역 53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이승만 동상 철거 공동행동'은 19일 오전 11시 배재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4·3학살과 대전 산내 골령골 등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독재자이며 반민족행위자 이승만의 동상이 대전 배재대학교 교정에 자리하고 있다"며 "1백만 민간인 학살 책임자, 이승만의 동상을 즉각 철거하라"고 주장했다.

박해룡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은 "오늘은 1960년 4월 19일 대학교수들과 학생들이 중심되어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날로, 이승만은 황급히 하와이로 도망친 날"이라며 "그때 이승만이 도망치지 않았다면 촛불혁명으로 탄핵된 박근혜보다 훨씬 더 많은 죄목으로 아마도 사형선고가 내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의 전당인 배재대에 역사를 부정하면서까지 이승만 동상을 세워놓은 목적이 도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다. 배재대는 학생들에게 헌법까지 무시하면서 이승만을 본 받으라고 교육시키고 있는가"라며 "다수의 건전한 상식과 양심을 가진 사람들이 용기를 갖고 역사 앞에 당당하게 서며 헌법을 존중하는 자세로 합심해 하루빨리 이승만 동상을 철거하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대전지역 5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이승만 동상 철거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동상 철거를 거듭 촉구했다.
대전지역 5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이승만 동상 철거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동상 철거를 거듭 촉구했다.

동상 철거 공동행동은 김병국 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이 대신 읽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배재대 교정에 세워진 독재자 이승만 동상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며 대학이 자진 철거해 줄 것을 주장했고 거리에서 이승만의 죄악상을 대전시민에게 알리는 행동을 줄기차게 펼쳐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배재대 동문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승만이 1949년 6월 6일 반민특위를 강제로 해산시킨 후 우리 사회는 해방된지 7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친일청산이라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죄악이 여기에서 시작됐으며 반민특위를 강제해산시킨 이승만은 그 모든 죄악의 원천"이라고 이승만 동상을 철거해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시민단체로 구성된 이승만 철거 공동행동이 기자회견하는 사이 보수단체들은 건너편 인도에서 집회를 갖고 이들을 맹비난했다. 

'배재대 우남 동상을 지키기 위한 자유시민연대(이하 자유시민연대)' 소속 회원 수십여명은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단체들이 기자회견하는 것과 같은 시간에 맞불집회를 열고 이승만 동상이 존치해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시민연대는 이 자리에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고 조작하는 역사청산이 시도되고 있다"며 "이승만을 괴뢰로 단죄하고 묘를 파내라는 역사 날조가 공중파를 타고 있으며, 대전의 이승만 동상 철거 공동행동이라는 단체가 민간 사립대 교정의 동상을 치우라고 행패를 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이승만 박정희 동상을 역사에서 말끔히 청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이, 한편에선 또 다른 우상인 소녀상과 세월호를 성역화 해 왔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라며 "선대가 세운 기념동상을 철 지난 이념의 노예들이 철거할 권리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승만 동상 철거 반대를 주장하는 단체는 태극기와 현수막을 내걸고 철거를 요구하는 측을 비난했다.
이승만 동상 철거 반대를 주장하는 단체는 태극기와 현수막을 내걸고 철거를 요구하는 측을 비난했다.

이승만 동상을 철거하자는 측과 존치하자는 측은 이날 기자회견 전부터 몸싸움을 하면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때 욕설이 난무하면서 충돌하는 모습도 보였다. 서부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기자회견과 집회 전부터 현장을 관리했지만 양 측의 몸싸움은 막지 못했다.

이승만 동상은 1987년 2월 배재대 졸업 동문들이 기증해 세워졌다. 그러나 같은 해 6월 항쟁이 발생하면서 재학생들은 '독재자의 동상'이라며 동상을 철거했다.

학교 측은 3년 뒤 다시 동상을 세웠지만 학생들이 동상을 훼손하는 등 강도 높은 철거운동을 함에 따라 1997년 자진 철거해 우남관 지하창고서 보관했었다. 동상이 다시 교정에 모습을 보인 것은 2008년 6월부터다.

대학 측은 시민단체의 철거 주장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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