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의 확대경] 수필가·전 충남도 서산 부시장

가기천 수필가·전 충남도 서산 부시장
가기천 수필가·전 충남도 서산 부시장

행정기관 당직제도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당직근무로 업무에 지장이 있을뿐더러, 여성공무원이 늘어남에 따라 남성 공무원의 부담이 커지고 있으므로 당직전담직원 배치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몇 주 또는 몇 달 만에 돌아오는 당직을 회피하려는 것은 공무원 이기주의이고 많은 재정수요가 따를 것이라는 논리다. 

당직은, 야간 또는 휴일에 청사방호와 비상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 민원처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낮에 하는 것을 일직, 밤에 하는 것을 숙직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당직인원은 기관의 규모에 따라 다르나, 대체로 당직 사령과 반장, 당직원 등 4명 내지 8명으로 편성하고 있다. 당직을 하면 5만원에서 10만 원가량의 수당이 지급되고, 숙직 근무자는 이튿날 오전 또는 오후에 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당직원은 청사 내외를 순찰하고 방문객 응대와, 출입자 파악, 민원사항을 처리한다. 예전에는 각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위험 요소가 있는지, 문서나 중요 물품을 방치하였는지를 점검해야 했다. 요즘에는 무인경비 시스템을 도입하여 외곽 순찰은 하지 않는 곳도 있다.

관내에 대형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기관장에게 보고하고 관련 부서와 유관기관에 통보하는 일도 하여야 한다. 숙직원은 원칙적으로 잠을 잘 수 없으나 인원에 따라 교대로 쉴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숙직을 하면 긴장감으로 심신이 매우 피곤하여 업무에 지장을 준다. 숙직을 하였더라도 일이 많거나 집이 멀면 쉬지 못하고 근무하기도 한다. 상급 기관이나 사정기관에서 불시에 당직근무상황 점검도 있다. 이 때 적발되면 정도에 따라 문책이 따랐다. 아무 일없이 당직을 마치면 그 때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게 된다. 

여성 공무원 비율 늘며 나타난 당직 문제

최근 들어 논란이 급속하게 불거지는 이유는 여성공무원 비율이 40%선에 이르러 성별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다. 남성공무원은 주로 숙직을 맡고, 여성공무원은 일직 근무를 하는데, 남성들의 숙직 근무 주기가 빨리 돌아온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남성공무원은 양성 평등시대에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여성공무원은 사고 위험과 집안 일, 육아의 현실적인 애로를 내세우기도 한다. 

80년대, 공무원이 몇 안 되어 남성공무원이 숙직을 자주해야 하는 어느 동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었는데, 한 여성 공무원은 “숙직 제외가 신상관리에 지장을 준다면 숙직을 하겠다.”라고 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여성가족부, 외교부, 법제처 등 일부 중앙부처와 경찰, 소방기관에서는 여성공무원도 숙직을 하고 있다.

대안으로 서울시 일부 구에서는 당직전담직원을 두는 기관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긍정적인 면으로는 남성공무원의 숙직 부담을 덜어주고 원활한 업무처리를 기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아울러 전담직원 인건비는 절약되는 당직 수당으로 상당부분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대체 휴무 시 헛걸음하는 민원인의 불만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를 들기도 한다. 부정적인 이유로는 재정 부담을 내세운다.

당직 인건비 전환할 수 있어 전담제 비용 부담 적어

시각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는 있으나, 시대 변화에 맞추어 전담직원 배치를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당직 근무 중의 민원은 주로 단순한 내용이며 중요한 사항은 다음 날 소관부서에 전달하는 수준이므로 반드시 일반직 공무원만이 당직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담당업무 이외에는 잘 알지 못하거나 즉시 처리할 수 없는 사항이 대부분이다. 긴급한 사항은 관계자에게 연락하여 나와서 처리하도록 하면 된다. 반드시 정규직 공무원신분이 아니어도 가능한 이유다. 학교에서는 이미 당직전담자를 두고 있다. 
 
당직전담직원을 둠으로써 업무 공백과 논란을 줄이고, 겸하여 일자리를 늘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추가 소요예산은 기존의 당직수당과 휴식으로 업무에서 빠지는 시간을 인건비로 환산하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우선 숙직전담직원을 배치하고 점차 일직까지 확대하되, 당분간은 일반 공무원과 전담직원을 혼합 편성하는 방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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