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 둔산한방병원 신장내분비센터 조충식 교수

옛 이야기에 건강하고 총명한 아기를 얻기 위해 예비 부모가 백일동안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고 기도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이렇듯이 자신보다 나은 2세를 얻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고 할 수 있다.
 
동의보감을 보면 수요지이(壽夭之異 : 장수와 요절의 차이)라 하여 엄마 아빠의 건강과 아이들의 수명과 건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건강하게 장수하는 삶은 사람마다 다르며, 그 차이는 부모의 원기, 즉 부정(父精)과 모혈(母血)에 의해 결정된다. 부모가 모두 정혈(精血)충만하여 건강하면 자식이 평균 그 이상으로 건강하게 장수하고, 부모 중 한쪽이라도 약하면 자식은 평균 혹은 그 이하의 건강으로 살아가며, 부모가 둘 다 약하면 자식은 많은 노력을 해야만 겨우 평균 이하의 건강으로 살게 된다”고 하였다. 즉, 엄마 아빠의 건강이 아이들의 건강을 좌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임신 준비, 태교 등은 여자의 책임으로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건강하고 총명한 2세를 위한 노력은 임신 중 대부분 태교에만 집중된다. 물론 태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러나 나보다 나은 2세를 얻기 위해서는 임신 중 태교뿐만이 아니라 임신 전 준비와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엄마뿐만 아닌 아빠의 노력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바로 여기서 부터가 진정한 태교의 첫 시작이다. 임신 이전에 엄마 아빠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관리하고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동의보감에서 보면, 임신 전에 예비 엄마의 월경이 정상적이고, 마음을 온전히 해야 하며, 예비 아빠 역시 정(精)을 충실하게 하고, 욕망을 조절해 마음을 맑게 하는 것이 자식을 얻는 상책이라고 하여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의 역할과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므로 양혈의 방법으로 난자의 질을 향상시키고 임신에 가장 좋은 자궁환경을 준비하는 건강한 엄마 되기와 양정의 방법으로 정기 충만한 몸을 만들어 튼튼한 정자 만들기 위한 건강한 아빠 되기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임신 전 아빠의 준비가 왜 중요한가. 사주당이 지은 태교 지침서인 <태교신기>를 보면 엄마의 10개월 태교보다도 아빠의 임신 시의 정결한 몸과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다고 했다. “스승 10년 가르침이 엄마가 임신하여 10개월 기름만 못하고, 엄마의 10개월 기름이 아빠 하루 낳는 것만 같지 못하다.” 라고 하여 건강한 아이의 시작은 남편의 태교, 즉 건강한 정자에 달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정자는 고환에서 여러 단계의 정자형성과정을 거쳐서 형태적 및 기능적 변화를 마치고 비로소 성숙된 정자가 된다. 이 과정까지 약 74일이 필요하다. 이 성숙된 정자가 다시 수정력을 갖추려면 약 2~3주가 더 필요하다. 즉 오늘의 정자는 약 100일 전부터 생겨났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적어도 임신 계획 3개월 전에는 흡연과 음주를 삼가고,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하며, 건강한 몸을 갖기 위해서는 그로부터 3개월 전, 즉 임신 시점에서 6개월 전부터는 영양관리와 운동이 권장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말한 남자의 일생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남자가 24세가 되면 신기(腎氣)가 조화로워져서 근육과 뼈가 단단해지고, 32세가 되면 근육과 뼈가 더욱 커지고 건장해지며, 40세가 되면 신기(腎氣)가 점차 쇠약해진다. 그러므로 남자는 24~32세에 늦어도 40세전에 아이를 낳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처럼 신기(腎氣)는 사람이 성장 발육과 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많고 적음에 따라 생장과 발육뿐만 아니라 자녀의 건강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너무 늦게 결혼하여 아기를 낳으면 신기가 이미 쇠약해진 상태이므로 이 또한 자녀의 건강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평균 초혼 연령이 남성 32.4세, 여성 29.8세임을 보더라도 만혼은 이미 사회적 풍토가 되었고, 초혼이 늦어짐에 따라 파생된 초산 연령의 상승 그리고 둘째, 셋째 출산 연령도 35세 이상의 고령 출산 비율도 증가 추세를 보여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많은 염려를 가지게 된다. 또, 많은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남성들의 정자의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난임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현대에서 건강하고 총명한 2세를 낳기 위해서는 먼저 신기를 충만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한명만 낳아 잘 기르려고 했는데, 뒤늦게 둘째를 낳으려는 결심을 한 부부들의 경우에는 더욱더 필요하다.

이렇듯 아이의 건강한 몸은 부모에 의해 결정되므로 건강한 부모가 되는 것이 아이에게는 최고의 선물이다. 또한, 나보다는 아이들이 건강하고 총명하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100일 지극정성을 다한 조상들의 지혜를 빌리지 않더라도 임신을 전에 부부가 모두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심리적으로 깨끗해야 한다는 것은 자녀의 임신에 그만큼 공 들이고 생명의 창조에 동참할 정성스런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튼튼하고 총명한 2세를 낳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면 임신 전 검사, 생활습관 개선, 적절한 운동과 영양섭취 등의 기본뿐만 아니라 아빠-양정(養精), 엄마-양혈(養血)의 원리에 따라 튼튼한 정자, 튼튼한 자궁을 만드는 건강한 엄마·아빠가 되기 위한 지극정성 100일 프로젝트를 시작해보길 권한다.

세상의 이치는 행하면 얻을 수 있고, 포기하면 잃게 되며, 뿌린 대로 가꾼 대로 거두게 되는 것이다. 건강한 엄마∙아빠되기 이치도 같으므로, 많은 분들이 건강하고 재능이 뛰어난 훌륭한 2세를 두시기를 기원한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