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시내버스 운전 중, 호흡 멈춘 승객 응급조치
“심폐소생술 꼭 배우세요, 언제 필요할지 몰라요”

15일 108번 시내버스에서 쓰러진 20대 승객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생명을 구한 계룡버스 소속 원용덕(55) 운수종사자.
15일 108번 시내버스에서 쓰러진 20대 승객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해 생명을 구한 계룡버스 소속 원용덕(55) 운수종사자.

“신호 대기하려고 정차 중인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쿵’ 소리가 났어요. 그리고 승객들이 ‘기사님 큰 일 났어요’라고 저를 다급하게 부르더라고요.”

대전 108번 시내버스를 운전하고 있는 계룡버스 소속 원용덕(55) 기사는 지난 15일 아침에 벌어졌던 일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신이 운전하는 버스 안에서 한 청년이 갑작스럽게 정신을 잃고 쓰러진 뒤 호흡까지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18일 <디트뉴스>와 만난 원용덕 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황급히 비상등을 켜고 버스 안을 살피니까 젊은 청년이 쓰러져 있었어요. 처음엔 호흡이 있었는데 목을 들어서 젖히고 나니 호흡이 없어서 주변에 계신 젊은 여성분께 119에 신고를 부탁하고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했죠.”

119구급대가 도착하기까지 약 5분. 원용덕 기사는 119 직원과 계속 전화통화를 하며 심폐소생술을 이어갔다. 다행히 구급대가 도착하기 직전 쓰러졌던 승객의 호흡이 다시 돌아왔다. 원 씨의 심폐소생술이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던 젊은이를 구한 것이다. 
 
처음 겪는 일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원 씨는 침착하게 응급조치를 마치고 승객을 구할 수 있었다. 비결을 묻자 그는 대전 모범운전자 둔산지회 소속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수료증도 받았다고 했다.

“10년 전 쯤 개인택시를 운전할 때죠. 대전 모범운전자 둔산지회에 가입해 심폐소생술 이수 교육을 받고 수료증도 받았어요. 그리고 시에서 매년 실시하는 심폐소생술 교육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 덕분에 당황하지 않고 매뉴얼대로 할 수 있었어요.”

그는 다급한 순간에 세 명의 아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15일 오전 원용덕 씨가 쓰러진 20대 승객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이후 도착한 구급대원이 승객을 이송하는 모습
15일 오전 원용덕 씨가 쓰러진 20대 승객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이후 도착한 구급대원이 승객을 이송하는 모습

“쓰러진 승객이 제 아들과 또래처럼 보이더라고요. 아들 생각이 나서 도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승객이 의식을 차리고 구급대원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니, 버스를 타고 가던 중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하차하던 중 쓰러졌다고 했어요.”

구급대가 승객을 이송하고 원 씨는 다시 운전대를 잡고 버스 운행을 마쳤다. 원 씨는 낭월동 차고지로 복귀해 회사에 상황을 보고한 후, 아들 같은 승객이 걱정돼 상황을 수소문 했다고 한다.

“젊은 청년이라 어떻게 병원은 잘 갔는지 걱정이 돼 119 쪽에 문의를 해봤는데, 환자 개인정보기 때문에 말해줄 수 없다고 했어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죠. 그 청년이 괜찮았으면 좋겠네요.”

그는 무엇보다 ‘심폐소생술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일을 겪고서 그런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 꼭 심폐소생술 하는 법을 익혀두라고 말했어요. 가족 중에 한명이 쓰러질 수도 있고, 제가 겪어보니까 응급상황은 예고가 없더라고요.”

원 씨 뿐만이 아니다. 대전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은 지난해에도 7명의 생명을 구했다. 그들은 해마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있다. 지난해 1799명의 운수종사자들이 교육을 받았다. 신규 운수종사자는 2시간, 5년 이하 종사자들은 매년 1시간씩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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