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 정승열
법무사 정승열

대만의 양명산 국립공원(陽明山國立公園)은 1985년 9월 대만정부가 세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공원이지만, ‘양명산’이라는 하나의 산이 아니라 대만에서 가장 높은 치싱산(七星山: 1120m)을 중심으로 한 해발 1000m의 산 10여개를 통틀어서 말한다.

주쯔산(竹子山)의 투디궁링 산맥(土地公嶺山脈)에서 남으로 사마오산(紗帽山), 어웨이산(鴉尾山), 우즈산(五指山) 동쪽까지, 서쪽으로는 훙루산(烘爐山), 몐톈산(面天山) 일대는 약 250만~ 280만 년 전 화산활동이 있던 화산지대로서 평균 60~70도의 온천수가 분출되고 있으며, 대만 전국의 온천 15개소 중 13개가 이곳에 몰려있을 정도로 온천 밀집지역이기도 하다.

타이베이 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로 약 40분이면 갈 수 있는 양명산 국립공원은 유황온천 이외에도 해발 1000m 안팎의 산을 등산하는데 약 2시간 정도면 넉넉해서 주말이면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다. 

1. 양명산 약도
1. 양명산 약도
1-1. 소유갱 주차장
1-1. 소유갱 주차장
1-2. 휴게소에서 바라본 도로
1-2. 휴게소에서 바라본 도로
2. 치싱산 등산로
2. 치싱산 등산로
3. 치싱산 칠성주봉
3. 치싱산 칠성주봉
4. 치싱산 휴게소에서 본 소유갱
4. 치싱산 휴게소에서 본 소유갱

양명산 국립공원에서는 주쯔후(竹子湖)의 카라 꽃(Calla), 온천, 그리고 야경 등 3가지가 유명하다.

첫째, 주쯔후는 ‘대나무 호수’라는 뜻이지만, 대나무 숲 근처에 호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대나무(山竹) 숲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호수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치싱산의 대나무는 사실 우리네 가정마다 여름철이면 창문 앞에 늘어트리는 문발이나 아이스케이크를 얼린 막대기로 많이 사용하는 산죽이다.

치싱산에는 매년 1월부터 카라꽃이 피기 시작해서 3~4월에는 주쯔후를 하얗게 뒤덮는데, 카라의 꽃말은 ‘순수, 순결’로서 결혼식 부케에 많이 쓰이며 젊은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둘째, 화산지대인 양명산 일대는 사방에서 일 년 열두 달 온천가스가 연기처럼 품어져 나와서 유황냄새가 코를 자극하며, 유황온천장은 물론 노천 유황온천탕도 많이 있다.

셋째, 어른의 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무성한 산죽의 숲길을 산행하면서 내려다보는 야경은 천하제일이라고도 한다. 

타이베이에서 양명산 국립공원을 가려면 타이베이 메인 역 Y6 출구에서 260번 시외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된다. 양명산 국립공원을 고루 구경하려면 버스종점에서 108번 순환버스로 바꿔 타야한다. 순환버스는 사실 자그마한 마을버스로서 1회권은 15대만달러(원화 약 540원)이다.

여행객은 순환버스를 타고 가다가 원하는 곳에서 내려서 주변을 구경하다가 다시 108번 순환버스를 탈 수 있는데, 순환버스 1일권은 60대만 달라(2,100원)이므로 4회 이상 내렸다가 다시 탄다면 1회권보다 1일권을 구입하는 것이 훨씬 낫다. 환율은 US 1$= 30.36위안(대만달러)이고, 우리 환율과는 1TWD= 36.70원이다(2018년 7월 현재). 

택시투어를 나선 우리가족이 타이베이에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양명산의 대표적인 화산지대인 샤오여우컹(小油坑)였다. 양명산 국립공원의 입장료는 무료인데, 그래서인지 공원을 관리하는 사람도 특별히 눈에 보이지 않았다. 

한자로 ‘소유갱’이라고 읽히는 이곳은 말 그대로 ‘작은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굴’이라는 의미인데, 양명산 국립공원을 찾아가는 관광버스나 승용차의 주차장이 있는 산중턱이다. 주차장에서는 곧바로 치싱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등산로의 출발지임을 알리는 안내판과 산행지도가 세워져 있다.

산죽이 2~3m가 넘어 밀림을 방불케 하는 숲 사이로 빼꼼하게 난 등산로를 따라 정상을 향해 올라가면, 곳곳에서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유황가스를 볼 수 있다. 산죽이 우거진 치싱산 정상까지 올라가면서 세상을 내려보다는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고 했지만, 등산준비를 갖추지 않은 채 찾아간 우리가족은 약1~200m쯤 산길을 올라가다가 내려왔다. 그래도 잠시 걸어본 산죽으로 뒤덮인 치싱산은 보리밭이나 밀밭처럼 포근하게 느껴졌다. 

 

4-1. 소유갱 가는 길가의 유황가스
4-1. 소유갱 가는 길가의 유황가스
5. 경천강 전경
5. 경천강 전경
5-1. 경천강 산책로
5-1. 경천강 산책로
5-2. 경천강 와규들
5-2. 경천강 와규들

소유갱주차장 오른쪽으로 난 산책로 옆에는 자그만 휴게소가 있다. 이곳에서 계곡으로 50m만 들어가면 곳곳에서 뜨거운 유황가스가 분출되는 온천공이 있는데, 온천공 앞마다 뜨거운 온천수에 조심하라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다.

깊은 계곡에는 거대한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처럼 수증기와 뒤섞인 유황가스가 분출되는 광경을 볼 수 있으며, ‘썩은 달걀’같은 역겨운 냄새가 코를 쥐게 한다.

그러나 활화산의 뜨거운 용암이 분출하는 인도네시아 반둥의 땅꾸반 프라우 화산이며 발리의 바투루 화산 등을 보았던 우리에게는 그다지 실감나지 않았다. 우리는 반둥과 발리의 화산에서 분출된 뜨거운 용암수가 흘러내리는 계곡에서 즉석에서 익힌 삶은 계란을 사먹기도 했고, 또 그 아래로 흘러내리는 유황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족욕도 했었다.

유황온천은 피부 가려움증 개선, 살균, 살충, 만성 피부 질환 및 통풍 치료, 당뇨병 치료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하며, 대전의 유성 지역도 대부분 유황온천이긴 해도 실상은 온천수 고갈로 유황성분의 화학약품을 섞어서 가열하는 수준이어서 약효는 거의 기대할 수 없다. 
  
다음은 치싱산의 소유갱에서 왼편으로 비탈길을 따라 고개 3개를 넘어 송산칭티엔강(擎天崗)으로 향했다. 송산칭티엔강 즉, 경천강이란 ‘들 경, 하늘 천, 언덕 강’으로서 하늘을 ‘들이 받치고 있는 언덕’이란 의미다. 경천강에서는 말 그대로 파란 하늘과 푸른 언덕이 맞닿은 지평선이 아주 일품이었다.

경천강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총독부가 고산지대에 목장을 개발한 곳이다. 비교적 높은 산악지대임에도 잘 가꿔진 목조지에는 일본 개량소인 와규(和牛: わぎゅう)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어서 마치 6~7월 푸르른 대관령목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와규란 일본 재래종 소와 외국소를 교잡한 것으로서 고기 맛이 일품이며, 일본을 뜻하는 ‘야마도(大和)’에서 ‘화(和)’ 자와 소 ‘우(牛)’자로 ‘일본 소’라는 신조어가 고유명사로 되었다. 

경천강에서는 파랗게 펼쳐진 목장을 배경으로 신혼부부들이 웨딩촬영을 하는 장면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었지만, 많은 관광객과 고산지대임에도 불구하고 음식이나 음료수를 사먹거나 그늘 막에서 잠시 쉴 수 있는 휴게시설이 너무 빈약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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