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매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예시.
매봉공원 민간특례사업 예시.

대덕특구 내 위치한 매봉공원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허가해줄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땅 주인들은 허가를 원하고 있고 특구의 연구기관들과 환경단체 등은 반대 입장이다. 허태정 시장이 결심을 못한 상태라면 고민 중에 있을 것이다. 대덕특구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구단지이고, 이 때문에 대전은 과학도시이며 앞으로 과학으로 먹고 살아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고민할 일도 아니다. 

대덕특구가 대전시장의 고민거리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여기에 아파트를 짓거나 땅 장사를 할 때뿐이다. 대덕테크노밸리를 건설할 때도 그랬고 이번 매봉공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전시에게 대덕특구는 또 하나의 택지사업 부지였을 뿐이다. 국가연구단지로서의 대덕특구와 대전시는 남남이다. 서로 소 닭 보듯 해왔다. 

연구단지 아닌 부동산으로만 이용된 대덕특구

역대 대전시장과 시공무원들이 다 알았던 사실이고 대덕특구 사람들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들이 간헐적으로 나왔으나 좀체 바뀌지 않았다. 기자의 기억으론 그동안 대덕특구에 대해 눈에 띨 만한 대전시의 정책은 없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반쪽으로 쪼그라들 때도 대전시는 지켜보기만 했다. 대덕특구는 줄곧 대전의 외딴섬이었고 지금도 그런 상태다. 

이를 바꿔볼 방법은 정녕 없는가? 근래, 대전시 공무원을 지낸 한 분의 얘기를 듣고 절망감과 탄식이 교차했다. 그가 대덕연구단지 사람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하면서 들었다는 얘기는 이렇다. “대전은 대덕특구에 해준 게 없다. 만약 특구가 대구나 광주에 있었다면 특구가 어려울 때 지역에서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 연구단지 기관들은 연구 성과를 내야 월급을 받는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고통을 겪었다. 그 때 다른 지역 같았으면 특구를 도와주었을 것이란 얘기다. 연구기관 중에는 지역의 협조가 원활하다는 이점 때문에 대전보다 타지를 선호하는 경우가 있다고도 했다. 그의 말은 대덕특구가 대전시의 외딴섬일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특구 문제 또한 여느 현안처럼 ‘대전의 지역성’ 문제로 연결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가 ‘대전 충청도 지역성’으로 귀결되면 더 할 말이 없다. 그러나 그게 사실이고 현실이니 대전시민으로선 탄식만 나온다. 그는 “광주시가 AI(인공지능) 사업을 가져간 것 같은데 대전시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대전시가 4차산업특별시를 선언한 만큼 그에 걸맞는 사업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의미였다. 그런 사업을 왜 광주에 빼앗기느냐는 것이었다.

필자가 확인해보니 광주의 AI는 경쟁으로 따낸 게 아니라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예타면제 정책에 포함된 4000억 원짜리 사업이었다. 정부가 만들어준 게 아니라 광주시 스스로 낸 아이디어였다. 그 지역에선 다른 시도들이 토건 사업에만 군침을 흘릴 때 광주만 미래 산업을 가져왔다며 칭찬하고 있다.

지금까지만 보면 과학도시 대전은 4차산업특별시는커녕 보통시도 못 된다. 대전은 4차산업과 관련된 큰 프로젝트는 다 빼앗기고 있다. 1조원 대의 스마트시티 시범사업은 부산이 가져가고, 1150억 짜리 스마트시티(실증도시) 연구개발 사업은 대구가 가져갔다. 그리고 AI 사업은 광주 스스로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따낸 셈이다. 정작 과학도시 대전은 손가락만 빨고 있다.

대전시, 실리콘밸리 연구자 남충희 씨 조언 받아보길

최근 조선일보가 조사한 기술창업 신생기업(스타트업) 현황을 보면 전국 9814개 가운데 대전은 3.2%(313개)에 불과하다. 시도 가운데는 서울(5441개) 경기(2175개)를 제외하곤 가장 많다. 그러나 대덕특구와 국제적 명문 카이스트를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수치다. 대전시는 남충희 씨의 말을 참고해보면 어떨까 한다. 그는 스탠퍼드대에서 공부하면서 실리콘밸리를 연구했다고 한다. 

“실리콘밸리는 그 안에 있는 스탠퍼드 때문에 만들어졌고, 중국의 창업지대 중관촌은 북경대와 청화대가 주변에 있다. 대덕특구와 카이스트를 두고 있다는 것은 대전에 엄청난 이점이다. 대전시는 창업 공간을 대주고 경영지원 법률 지원 등을 해주면서 국내외에서 벤처펀드를 끌어들여야 한다. 대전시과 대덕특구가 가까워지려면 반드시 서로 이익을 공유하는 사이가 돼야 한다. 특구가 창업의 요람이 돼야 가능한 일이다.” 

남씨는 경기도 부지사 시절 판교테크노벨리 창업생태계 조성 업무를 보면서 이스라엘에서 벤처펀드를 유치한 경험도 있다. 그가 허 시장의 경쟁자였다는 점에서 조언을 청하는 게 개인적으론 껄끄러울 수 있다. 그러나 그거야말로 정치적 하수(下手)다. 150만 대전시의 미래를 책임진 시장으로서 못 만날 사람은 없다. 대전시장은 오직 대전시와 시민의 미래를 걱정할 뿐이다. 그동안 ‘대덕특구’를 제대로 다룬 사람은 없었다. 허 시장이 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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