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 66] ‘전국구 스타’ 없는 대망론은 ‘허상’

21대 총선이 이제 1년 남았습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나오는 얘깃거리 중 하나가 현역 의원들 거취입니다. 정치권에서는 보통 3선 이상을 ‘중진급’이라고 부르는데요. 대전과 충남은 3선 2명(홍문표‧이명수), 4선 2명(이상민‧정진석), 5선 1명(박병석)으로 골고루 포진해 있습니다.

초선이 가장 많은 8명(조승래‧이은권‧김종민‧어기구‧윤일규‧이규희‧강훈식‧성일종)이고, 재선은 5명(박범계‧이장우‧정용기‧박완주‧김태흠)으로 겉으로는 신구(新舊) 조화가 잘 이루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충청권은 국회의원 수도 늘었고, 인구도 호남을 앞질렀습니다. 집권 여당 대표도 충청도 출신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JP(故김종필 전 총리)-이완구-안희정을 이을만한 대권후보가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충청도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실시 이후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1960년 당선된 충남 아산 출신 윤보선 전 대통령(4대)도 국회에서 간선으로 선출됐습니다.

지금도 20여명에 달하는 지역 의원들이 배지를 달고 국회를 드나들고 있지만,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한 ‘전국구 스타’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내각 인사에 지역 출신이 빠지면 “정권을 못 잡아 사람을 못 키웠기 때문”이라며 ‘홀대론’과 ‘소외론’을 들먹거립니다.

여론조사 기관에서 발표하는 차기 대선주자 명단에도 충청권은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역 정치권이 더 이상 외부 탓만 할 수 없는 현실적 이유입니다. ‘대망(大望)’은 갓 배지를 단 초선 의원도 품는 공통된 야망입니다. 지역에서만 선수(選數)를 늘리는 건 확장성의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습니다.

중진이라면 험지 출마로 초선 때 품었던 야망을 실현하려는 시도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충청권 중진들은 그 야망이 많이 사라진 모양입니다. 안정적 기반을 던지고 험지로 갔다 떨어지면 정치생명이 끝난다는 위기의식이 대망보다 큰 가 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그는 200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기존 지역구였던 서울 종로를 떠나 험지인 부산에 출마했습니다. 낙선과 동시에 ‘바보’라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3년 뒤 16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충남 논산 출신으로 6선 의원을 지낸 이인제 전 의원. 그 역시 2번(13대, 14대)은 경기도 안양에서 배지를 달았습니다. 이후 고향인 논산에서 16대와 17대 의원에 연거푸 당선한 뒤 17대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습니다.

여권 차기 대권주자 중 한명인 4선 김부겸 의원. 경기도 군포 지역구를 버리고 ‘민주당 험지’인 대구(수성구)에 출마해 두 번의 도전 끝에 깃발을 꽂았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해선 큰 인물로 성장할 수 없습니다. 광야에 뿌리를 내리고 비바람 눈보라를 버티면, 더 넓은 잎과 가지를 뻗어 많은 사람들에게 열매와 그늘을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요.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지역에서 아무리 3선, 4선을 해 중진이란 소리를 들어도, 전국적 인지도가 없으면 당에서 험지 차출도 안 시킵니다. 한 발짝만 나가도 죽는 줄 아는 온실 속 화초들처럼, 중진들만 내몰 듯 떠밀 것도 아닙니다.

충청권에는 무한 성장가능성을 가진 13명의 초재선 의원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당찬 도전이 후대를 키우고, 홀대론을 청산하고, 대망론을 이룰 묘목일지 모릅니다. 겁쟁이 사자는 ‘정글의 왕’이 될 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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