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직장 내 성희롱 실태 조사 분석
3~5년, 20~30대 여성, 기간제 근로자가 많은 피해

만약 당신이 20~30대 여성이며 기간제 근로자로 충남도청에서 근무한다고 가정해 보자. 3~5년의 근무기간 동안 상급자인 50대 남성으로부터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할 경우의 수가 그 누구보다 높아진다.  

혹여 운 나쁘게 성희롱 피해를 입어도 조직 내에서 해결은 불가능하다. 여전한 관료주의와 조직 이기주의는 물론 성희롱 신고 및 제보, 피해자 보호 및 2차 피해 예방 등의 시스템이 충남도는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디트뉴스>가 입수한 ‘충청남도 부서별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이하 실태조사)에 따르면 도청 직원 1603명 가운데 6.9%에 달하는 110명이 최근 3년 동안 최소 1개 유형 이상의 성희롱 직접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110명 가운데 여성은 86명(78.2%) 남성은 24명(21.8%)이다. 

타인의 성희롱 피해를 직접 보거나 당사자로부터 전해들은 간접 경험도 전체 응답자(1603명) 가운데 18.3%(294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권한과 권력 수준이 낮은 젊은 여성에게 성희롱을 저지르는 행위자는 ‘50대 남성이면서 상급자’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위계 관계와 권력차이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직장 내 성희롱의 모습인 것. 

충남도청 직원들의 성희롱 직접 피해 경험 유형(실태조사 중)
충남도청 직원들의 성희롱 직접 피해 경험 유형(실태조사 중)

피해유형은 ▲외모나 행동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 ▲회식자리에서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하는 행위 ▲음담패설이나 성적 농담을 하는 행위 순이었다. 성희롱 발생 장소는 ‘회식자리’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렇게 성희롱이 발생했을 때 110명 가운데 26.4%에 달하는 29명이 ‘참고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답한 것이다. 이유는 ‘상대와의 관계를 생각해서’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 등이었다.

특히 남성들은 ‘큰 문제라고 생각 안 해서’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한 답이 50%를 차지한 반면, 여성들은 ‘직장에서의 불이익이나 소문이나 평판이 나빠질까봐’라는 답이 높은 비율을 보여 남성보다 여성이 불이익이나 소문 등에 대해 더 우려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충남도청 직원들은 성희롱 피해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직장 내 분위기’를 꼽았다.

이 같은 분위기가 성희롱 피해에 대한 문제제기와 표면화를 막고 어렵게 하고 있으며 대응이나 해결방법 모색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에 ▲관리자급 직원 인식과 태도개선 교육강화 ▲예방교육 방법과 내용의 다양화 ▲관련 지침 중 주요항목 의무화 등이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또 직장 내 성희롱 대응을 위해서는 ▲피해자 보호 및 비밀보장 강화 ▲사건처리 담당자의 전문성 확보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조사를 진행한 김영주 충남여성정책개발원 수석연구위원은 “타 시도와 비교 연구는 없었지만 지난해 상반기 대전시 조사 결과보다 충남도가 성희롱 피해 경험 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성희롱 예방과 대응을 위해서는 경각심을 줘야 한다. 성희롱 발생시 정확하고 확실하게 처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가해자 주변인들이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거나 무마를 시도하는 등의 직·간접적인 2차 피해를 가하는 것이 심각하다”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지침 강화 등 기관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충청남도 부서별 직장 내 성희롱 실태조사’는 충남여성정책개발원이 지난해 10월 4일부터 17일까지 충남도청과 소속 사업소에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 공무직, 기간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처음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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