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장, 부시장, 의장 일시에 ‘빈자리’...시정은?
시장 방미 세부일정 보니, 업무출장 ‘무색’
12명 9박 11일 출장에 7700만원 지출 예정
김종천 의장 포함한 의원들도 4∼5월에 ‘해외 러시’

허태정 시장과 김종천 시의장 등 대전시의회 8대 의회 개원식에 참석한 대전시 선출직 공직자들. 자료사진.
허태정 시장과 김종천 시의장 등 대전시의회 8대 의회 개원식에 참석한 대전시 선출직 공직자들. 이들 중 상당수가 4-5월 자리를 비우고 해외출장에 나선다. 자료사진.

허태정 대전시장이 11명의 수행단을 이끌고 오는 14일부터 9박 11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에 대해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점에 시의회 의장과 시의원 상당수, 대전시 정무부시장 등도 해외일정을 계획하고 있어 ‘시정공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전시는 시장 방미목적에 대해 ‘4차 산업혁명 특별시 선도도시 구현을 위한 투자설명회 참석 등’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미국 5개 도시 세부방문 일정을 보면 과연 열흘 이상 자리를 비울만한 업무일정인지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견학과 체험 일정이 대부분이고 관광일정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

허 시장의 이번 미국 출장길에는 이은철 대전시 국제관계대사를 비롯해 유세종 일자리경제국장, 문창용 과학산업국장, 민동희 국제협력담당관과 국제교류팀장 및 실무진 3명, 김기환 대변인과 영상기록요원 2명, 시장 수행비서 등 총 11명이 동행한다. 

이광복 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과 위원회 소속 오광영 시의원, 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대전시 출입 기자단 4명도 허태정 시장의 미국 방문 일정을 함께 한다.  

방문 도시는 5곳이다. 14일 오전 뉴욕발 비행기로 떠나는 허 시장은 뉴욕 충청향우회가 주최하는 저녁 만찬에 참석하고 15일에는 코넬대학 테크 타타 혁신센터 방문, 뉴욕 총영사 오찬, 센트럴 파크 견학 뒤 블룸필드대학 총장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한다. 

16일에는 2시간의 뉴욕 창업지원센터 방문 뒤 뉴저지로 이동해 주지사와 면담 뒤 보스턴으로 향한다. 여기까지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오·만찬과 면담일정이 대부분이어서 미국방문의 의미를 찾아보기 어렵다. 

17일에는 30여개 바이오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는 렙센트럴을 방문하고 오후엔 대전바이오협회 및 바이오분야 미국 현지 전문가모임인 ‘KABIC(Korean American Bio Industry Council)’과 MOU를 체결하는 자리에 참석한다. 저녁에는 이들과 만찬 약속이 잡혀 있다.

18일에는 MIT 기업가정신센터, 캠브리지 이노베이션센터 방문, 보스톤 총영사 오찬, 보스톤 레드삭스 홈구장인 팬웨이파크 견학 일정이 잡혀 있다. 

19일 오전 ASPEN SYSTEM 회장을 면담하고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한 허태정 시장 등 일행은 20일과 21일 주말에는 오라클 파크, 금문교, 익스플로라토리움(현지 과학관), 산호세 등 사실상 관광성 일정을 갖는다. 

방문단은 22일 오전 바이튼 전기자동차 투자유치 설명회를 갖고 오후에는 현지 코트라 관장, 영사 등과 간담회를 갖는다. 23일과 24일은 귀국일정이다.

허태정 시장과 수행단 11명의 출장여비는 약 7700만 원이 소요될 예정이다. 이 중 허 시장은 1000만 원의 항공료를 포함한 1630여 만원의 여비를 사용하고 수행단은 직급별로 최저 550만 원에서 890만 원까지 출장여비가 책정됐다. 

허 시장의 미국 방문 시점 전후로 대전시의회 김종천 의장, 박영순 대전시 정무부시장과 다수의 시의원들도 외국 방문에 나선다. 그야말로 대전시 선출직들의 ‘해외 러시’다.
  
허 시장의 미국 방문에 동행하는 이광복, 오광영 의원 외에도 김종천 의장과 박영순 대전시 정무부시장 등 2명은 오는 18일부터 21일까지 대전시 자매도시인 베트남 빈증성 방문계획을 잡고 있다. 5월에는 조성칠 의원이 홀로 미국을 방문하고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박혜련, 남진근, 민태권, 홍종원 의원 등도 5월 13일부터 22일까지 해외 연수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대전시정은 4월과 5월, 선출직들의 ‘해외 러시’로 개점휴업 상태를 맞게 될 전망이다. 공직사회 내부도 당연히 술렁일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대전시 한 공직자는 “대전의 여러 현안 때문에 갈등이 불거지는 등 미묘한 상황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고위공직자들이 비슷한 시점에 대거 자리를 비우는 것이 바람직해 보일 리 없다”며 “다른 지역에서는 재난상황의 산불 때문에 고통을 받는 국민들이 있고, 대전에서도 홍역 확산 등 챙겨야 할 현안이 많기에 내부에서도 문제의식이 많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