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 교수.

대전시는 지난 달 21일 ‘베이스볼 드림파크’를 한밭종합운동장에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한화 이글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한밭 야구장(한화 이글스 파크)은 협소하고 노후화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야구장을 건립하겠다는 것이 허태정 시장의 공약이었다. 전국 9개 프로야구장 중 가장 오래되었고, 규모가 작기 때문에(1만 3000천석) 새로운 야구장을 짓겠다는 것이다. 새 야구장은 2만 2000석 규모이며, 건립비용은 1360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오는 7월까지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행정절차를 거쳐 2025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소위 드림파크라는 이름의 새로운 야구장을 건립하는 의미와 과정에 대해 문제점이 있어 몇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프로야구 시장논리에 운영되는 민간사업

프로야구는 민간 기업, 대체로 대기업들이 모기업이며 시장논리에 따라 운영되는 민간사업이다. 이러한 사업에 시의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여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1360억 원에 이르는 비용의 대부분을 대전시가 부담하여야 하는데 이는 대전시 재정규모로 보아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과연 이러한 막대한 돈을 야구장을 짓는데 써야 하는지에 대해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야구장 말고도 대전 시민의 행복과 대전을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새로운 야구장이 건립되면 많은 시민들이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야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은 프로야구를 운영하는 구단이 일차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실제 한화는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재계 순위 8위를 차지하는 기업집단으로서 76개의 계열회사를 거느리고 있고, 61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한화가 직접 야구장을 건립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그럴 능력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대전시 재정에서 야구장을 건립하여 재벌그룹에게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재벌에 대한 또 하나의 특혜에 불과하다.

다른 지자체의 경우도 대부분의 건립비용을 구단주가 아닌 지자체가 감당했다고 항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숫자의 크기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는 않는다. 대전시가 할 수 있는 일은 야구장 건립에 필요한 부지를 구단에게 장기간 임대하는 정도일 것이다. 프로야구는 특정 지역을 프랜차이즈로 두고 운영하고 있다고 해도 사기업에 의해 운영되는 민간사업에 불과하다. 대전시가 운영을 지원해야 하는 지방 공사나 공기업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민간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민간 부문에게 맡기고 대전시는 대전 시민의 행복과 복지를 증대하는데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한밭야구장이 전국의 프로야구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작년 한밭야구장을 찾은 평균 관중이 1만 명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현재의 1만 3000석 규모가 무조건 작은 것은 아니다. 물론 앞으로 관중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면 현재의 야구장이 비좁을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2만 2000석이 적정한 규모인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

새로운 야구장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대전시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현재 야구장은 인근의 한밭종합운동장, 충무체육관과 함께 스포츠 타운이 형성되어 있다. 지금도 프로야구가 열리거나 대규모 스포츠 행사가 개최되는 경우에는 인근 도로변과 주택가에 불법적으로 주차하는 차량으로 인해 대단히 혼란스럽고, 지역 주민들의 많은 불만을 야기하고 있다. 대전시가 야구장에 투입하고자 하는 비용으로 현재의 스포츠 타운 지하에 대규모 주차장을 건립하여 도시의 질서를 확립하고, 지역민의 불편을 제거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고 급하다.

대규모 주차장을 짓게 되면 스포츠 경기가 있는 경우에는 관람하러 온 시민들의 주차장으로 활용할 수 있고, 경기가 없는 날은 지역의 주차 수요를 흡수하여 원도심을 활성화하고 도시의 품위를 한 단계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새 야구장 한밭종합운동장 건립, 근시안적이고 단편적 사고

새로운 야구장을 한밭종합운동장에 건립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는 대단히 근시안적이고 단편적인 사고이다. 한밭종합운동장을 헐고 그 자리에 새로운 야구장을 짓겠다는 무모한 발상이 놀라울 뿐이다. 한밭종합운동장은 전국 체전이나 아시안 게임 등과 같은 대규모 스포츠 행사에 필수적인 시설이다. 아울러 육상선수들의 훈련장과 일부 축구팀의 주경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육상은 모든 스포츠의 기본이기 때문에 비록 인기가 없더라도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렇지 않아도 육상선수들의 연습과 훈련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한밭종합운동장을 헐고 그 자리에 야구장을 짓겠다는 황당된 발상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대전시는 2030년 아시안 게임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메인 스타디움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행사를 유치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한밭종합운동장을 철거하게 되면 다른 곳에 메인 스타디움을 건립해야 한다. 야구장은 없어도 되지만 메인 스타디움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메인 스타디움의 건립에 추가적으로 수천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앞으로 어떻게 조달하려 하는지, 어느 곳에 건립하고자 하는지 묻고 싶다. 겨우 대안이라고 제시하는 것이 충남대학교 등 다른 곳의 종합운동장을 이용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충남대 등 다른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종합운동장은 현재의 한밭종합운동장에 비해 규모도 영세하고 시설도 매우 열악하기 때문에 대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대학 스포츠 등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육상선수나 축수선수들이 아무 때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없다. 더구나 현재의 스포츠 타운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에 스포츠 시설의 집중화에 따르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엄청난 낭비를 가져올 뿐이다.

현재의 한밭종합운동장을 철거하고 그곳에 야구장을 건설하게 되면 동일한 공간에 야구장이 두 곳이나 되는 결과를 가져 온다. 과연 대전시가 야구장을 두 곳이나 보유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 현재의 야구장을 헐고 다른 스포츠 시설을 짓는다고 하면 어떤 시설이 들어올 것이며, 그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은 또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민간사업에 정부재정 투입 또다른 특혜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는 것이 합리적일까? 첫째, 새로운 야구장 건립에 들어가는 비용의 대부분을 대전시가 부담해서는 안 된다. 대전시는 야구장 부지를 공급하고 건설비용은 한화가 대도록 해야 한다. 민간사업에 정부재정이 투입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재벌에 대한 또 다른 특혜이다. 대전시는 주차장 건립과 같은 스포츠 인프라 구축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둘째, 현재의 야구장을 리모델링하여 규모를 확장하고 시설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미국의 야구장이나 미식축구 경기장을 보면 리모델링을 통해 관람석을 확대하는 것을 자주 본다. 기술적으로 여러 가지 검토해야 하겠지만 현재의 야구장의 관중석을 한층 정도 올리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의 메이저 리그 야구장 중에는 도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야구장 자체를 외부로 확대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야와 외야의 관중석을 4층 ~ 5층으로 확대하여 관람석을 확충한다. 현재의 한밭야구장도 이러한 방법을 통해 관중석을 늘리고, 여러 가지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가능한지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현재의 야구장을 리모델링하여 관중석을 늘리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지금의 야구장을 헐고 그 자리에 다시 건립하는 것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 물론 경기장을 짓는 기간 중에는 인근의 청주에서 경기를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현재의 스포츠 타운을 살리고 도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그런 정도의 인내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스포츠 시설을 한 곳에 집중하여 클러스터화 하는 것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을 힘으로 밀어 붙이는 밀실 행정 불과

허태정 대전 시장이 취임한 후 내세운 슬로건이 “새로운 대전, 시민의 힘으로”이다. 이는 대전의 미래 비전을 담아내기에는 너무나 추상적이고 특징이 없으며, 일반적 방법론에 불과하다. 역대 시장 중에서 “새로운 대전”을 추구하지 않은 시장이 있었던가 묻고 싶다. 다른 광역시와 어떻게 차별화된 모습으로 대전의 미래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빈약하다. 새로운 대전을 담아내기 위한 첫째 모습이 막대한 시 예산을 투입하여 야구장을 짓는다는 것도 생뚱맞다. 최적의 입지를 선택하기 위해 용역을 실시하였으나 자치구간에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대전 시장과 5개 구청장이 합의하여 결과를 공표하지 않았다. 이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시장과 구청장들의 합의가 민주적이고 투명한 행정을 가로 막을 수 없다. 이는 “시민의 힘”으로가 아닌 “시민을 힘으로” 밀어붙이는 밀실 행정에 불과하다.

막대한 시민의 혈세를 들여 한밭종합운동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프로 야구장 드림파크를 건립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타당하지 않다. 프로야구는 시장논리에 맡기고 대전시는 공공의 논리에 따라 시정을 펼쳐야 한다. 프로야구장 건립보다 더욱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대전시에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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