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살면서 고난은 어김없이 다가옵니다. 어쩌면 고난을 경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한 때는 ‘고난이 축복’임을 가슴에 새기며 살았던 날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 때마다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하는 게 이제는 습(習)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작은 바람에도 크게 흔들리는 자신을 보았습니다. 빈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는 사실조차도 알지 못하고 살았던 날들이 많았습니다. 또한 부정적 감정을 느끼면 안된다는 비합리적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착하고 성실하게 양심적으로 살면 된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삶에서 어느 날 관계에서, 사회 생활에서 구멍이 뚫리기 시작하더니 대책 없이 무너지는 자신을 보았습니다. 막아낼 힘이 나에겐 없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좌절하고 또 좌절하고,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나곤 했지만, 아주 큰 태풍 앞에서도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삶을 부정하고 자신을 비하하면서 결국 자기 분석을 통해 마치 수술대에 누워 있는 나에게 칼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아파서 울었고 외로워서 울었고 억울해서 울었고 측은해서 울었습니다. 아마 자신을 죽을 때까지 전체를 보지 못함을 인정해야 하고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믿는 가족조차도 전체가 아닌 부분임을 직시하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자기 연민과 자기 용서와 자기애를 체득했습니다. 아마 죽을 때까지 훈련을 거듭해야합니다. 감정인지, 마음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며 살았던 날들,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널뛰기 하듯 자연스러운 흐름과 자신 안의 고요함만이 답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는 무엇을 했을 때 행복한가?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나는 나 자신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가? 나는 어떤 일이 생겼을 때 해결하지 못하고 반복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수없이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정리되지 않는 감정으로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좋지 않는 영향을 미쳤을 때 나의 심리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모임을 그만둬야 했고, 교육을 불성실하게 이수해야 했고, 정해진 약속을 취소해야 했고, 건강도, 가족의 행복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 모든 것이 ‘나의 문제’ 즉 ‘나의 결핍’에서 왔음을 알았을 때는 많은 것들을 잃고 나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잃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잃은 게 있으면 반드시 얻는 게 있다’는 그 말에 공감합니다.

진실된 마음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한 관계는 결국 깨지거나 얕아질 수 밖에 없음을 관계를 통해 배웠습니다. 또한 변함없는 응원과 사랑은 그 사람뿐만 아니라 함께 성장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나’라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좋은 관계, 좋지 않는 관계의 대상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관계의 두려움이 촉매제가 되어 자신을 통찰하게 하고, 홀로 설 수 있는 용기도 주었습니다. 관계의 패턴을 어떤 방법으로 하는지를 지각하면서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기도 했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분리 할 수 있는 힘이 조금씩은 커져감에 혼자 남겨지는 것을 덜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자신이 무엇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자신을 믿기에 불안과 두려움을 견디어 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합니다. 또한 다른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가 함께 그 사람이 되어주는 것이 정말 내가 행복하게 느끼는 부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건강한 거리두기’는 자신을 위해 필요했습니다.

인간관계 어려움의 최고점을 찍으면서 그 사람이 날 끌어올려 줄 사람인지, 날 끌어내릴 사람인지를 생각해 보고, 나와 나의 가족들을 아프게 하는 사람인지를 잘 분별해야 된다는 것을 뼈를 깎는 아픔을 통해 알았습니다. 때로는 진실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도 행복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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