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예측 가능한 갈등, 사전대응 못하는 대전시 

지난 4일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허태정 대전시장(오른쪽).
지난 4일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허태정 대전시장(오른쪽).

대전시 행정의 ‘갈등 감수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책수립 단계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외부 갈등요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허둥지둥 불을 끄려는 모습만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야구장 입지 결정이었다. 대전시 내부에서조차 “공약대로 추진했으면 될 일을, 입지를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방침을 바꾸면서 갈등만 부추겼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더 나은 대안이 있는지 찾아보겠다’는 허태정 시장의 선의(善意) 자체를 의심할 필요는 없다. 그만한 선의가 있었을 것이다. 다만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은 ‘야구장 입지경쟁이 펼쳐질 때, 자치구와 정치권이 페어플레이만 할 것이라고 예상했느냐’라는 점이다. 갈등은 분명 예견된 것이었다.

많은 이들은 야구장 입지결정 용역 결과를 두고 ‘중구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평하고 있다. 이게 사실에 부합하든 아니든, 그렇게 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불신과 갈등을 감수하고서라도 꼭 했어야만 하는 일이었는지가 의문이다. ‘선의가 선한 반응으로만 돌아올 것’이라고 믿었다면, 그것은 ‘갈등 예측능력’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평촌산업단지 LNG발전소 유치문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한국서부발전이 평촌산단에 LNG발전소를 입주시킬 수 있겠느냐고 대전시에 문의해 온 이후, 시는 7개월 동안이나 숙의과정을 거쳐 왔다. 서부발전과 3차례 실무회의를 했고 국장급 협의도 두 차례나 진행했다. 발전소 견학도 네 차례나 다녀오는 등 웬만한 실무검토는 모두 끝마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지난 7개월 동안 평촌산단 인근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시의회 소관 상임위, 해당 지역구 정치인들까지 잘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발전소 건설에 반대하거나 문제제기를 할 만한 사람들에게 ‘쉬쉬’했다는 점에서 이 또한 대전시의 ‘갈등 감수성’ 부족 사례로 손꼽을 만하다.

심지어 대전시는 지난해 7월 평촌산업단지를 친환경 단지로 조성하겠다는 내용으로 지방공기업평가원 타당성 검토를 마치고, 12월에 이 내용을 시의회에 보고한 뒤 대전도시공사의 2620억 원대 투자승인을 얻어내기도 했다. 시의원들 입장에서 볼 때 ‘속았다’고 느낄 만한 대목이다.  

LNG발전소가 석탄·화력발전에 비해 유해물질을 덜 내뿜는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내 집 앞에 생기는 것을 달가워 할 사람은 없다. 충분히 예견된 갈등이고, 예측 가능한 반발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여론에 더욱 민감한 시기라는 것, 환경단체가 조건반사적으로 반대할 것이라는 것도 모두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LNG발전으로 석탄·화력발전을 대체하려는 흐름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원자력 마피아’들의 공격까지도 얼마든지 예상 가능하다.  

그렇다면 대전시는 의회나 언론, 정치권, 환경단체,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어떻게 이해를 구할 것인지 충분히 준비했어야 한다. 그래야만 ‘갈등 관리능력이 있다’는 평을 들을 수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4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간부공무원들에게 “결과가 표면화되면 그걸 대응 하는데 행정력을 쏟는다”며 “결과론적인 상황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대응 할 수 있도록 행정의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달리 표현하면 ‘갈등 예측능력을 키우라’는 뜻이기도 하다. 매우 시의 적절한 지적이다. 

다만 ‘조직의 갈등예측과 관리능력은 리더의 갈등 감수성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허 시장 스스로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큰 불 끄는데 행정력을 쏟지 않으려면, 불에 매우 민감해야 한다. 그게 감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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