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괄의 신비한 산야초] 여러해살이 인삼모양, 뿌리를 보익약으로 사용

송진괄 중구청 평생학습센터 강사.

지난 주말 오랜만에 동창들과 모임을 가졌다. 전국의 맛 집, 명소를 찾으며 구경 겸 미각(味覺)을 동시에 즐기는 친구들과의 모임이었다. 이젠 거의 은퇴하고, 어떻게 남은 인생을 보낼까 각자의 자리에서 고민도 하고 지난날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냈다.

지방에 사는 친구의 농장에 들러 사는 모습도 보고 오랜만에 회포도 풀었다. 밤나무 단지를 조성하느라 임시 거처에 살며 또 다른 인생 준비를 하는 친구가 부럽기도 했다. 어쨌든 사람은 활동하는 자체가 중요하고 그런 모습이 훌륭해 보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시간 여유가 있어 아늑하고 정갈한 모습이 인상적인 오래된 절에 들렀다. 고즈넉한 주말 오후 절 마당엔 목탁소리와 은은한 독경소리가 깔려 있다. 마당을 가로지르니 대웅전에서 무슨 행사가 있는 것 같다. 독특한 향내음과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風磬)소리에 복잡한 가슴이 가라앉는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의 경내를 고샅고샅 돌아봤다. 소박한 분위기에 고풍(古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입구에 서 있는 800년 된 느티나무가 눈길을 끈다. 계단 위에 우뚝 선 느티나무를 밑에서 올려다보니 하늘에 그림자를 드리운 듯 위엄이 있다. 균형이 잡힌 가지를 낸 고목의 모습에서 세월의 더께를 느낀다.

앞 화단에 갖가지 꽃들이 막 피어나고 있다. 수선화가 활짝 피어 은잔(銀盞)을 올려놓았고, 작약, 목단이 꽃봉오리를 올리고 있다. 그 사이로 개별꽃이 삼삼오오 모여 작은 꽃을 피우고 있다. 아주 낮은 키에 작은 꽃들이 눈여겨보지 않으면 눈에 안 들어온다. 꽃밥이 마치 꽃잎에 점을 찍은 듯하다. 별 모양의 녹색 꽃받침이 꽃잎을 엮은 듯 가지런하다. 작고 연약하다보니 여러 개의 작은 줄기들이 서로 등을 기대고 서 있다.

개별꽃은 석죽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뿌리는 인삼모양이다. 꽃은 4월경 흰색으로 잎겨드랑이에 하늘을 향해 피며, 어린잎은 식용한다. 한의 자료에 의하면 뿌리를 태자삼(太子蔘)이라 하여 보익(補益)약으로 사용한다.

다양한 야생화들이 자기 영역을 확보코자 자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채 한 뼘도 안 되는 개별꽃이 자연의 변화에 맞추느라 정신없다.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고자 자리를 잡고 재빨리 꽃을 피워 생존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대견하다.

그냥 지나치면 전혀 알 길 없는 풀이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연약한 식물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살아있는 생물로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다. 제 키 이상으로 껑충 커버린 풀들 사이에서 벌써 꽃을 피우고 앞날을 기약하고 있다. 밤과 낮의 조화 속에 제 할 일을 하며 저렇게 각자 살아가는 자체가 바로 삶이지 싶다.

가랑비가 제법 굵어진다. 대웅전 처마 밑으로 잠시 몸을 피했다. 바람과 세월에 패인 기둥이 나이테를 따라 반질거린다. 얼마만한 시간을 흐른 후일까. 아직도 목탁소리와 바람에 일렁이는 풍경(風磬)이 박자를 맞추는 듯 귓전을 때린다. 대웅전 저 너머 산그리메가 너울너울 춤을 춘다.

개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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