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정치 톺아보기] 4.3 재보선결과는 각 당에 보내는 유권자의 명령

‘자유한국당 1석, 정의당 1석’ 4.3 국회의원 재보선선거의 결과다. 이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 정당마다 언론마다 다르다. 모두 자기 마음대로 해석한다.

원래 자유한국당 1석, 정의당 1석이었으니 아무런 변화가 없는 두 당의 수성(守城)이다. 이것을 일부 언론은 범여권과 야당의 1:1무승부라 표현하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걸까? 무승부일까? 나의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 우선 4.3 국회의원 재보선만 놓고 본 각 당에 대한 내 생각을 밝힌다. 먼저 패자 이야기를 해보자.

우선 민주평화당. 워낙 호남을 연고로 한 지역정당 성격이 강한지라 재보선에 후보도 못 내고 전국선거에선 존재감이 없음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정의당 1석 수성한 것과 연결하여 교섭단체 ‘평화·정의’ 운운하며 일부에선 정치적 승자로 해석하기도 한다. 당장의 교섭단체가 문제가 아니라 내년 총선을 위한 결단이 필요함을 여실히 확인했다.

바른미래당과 애국당. 이 두당은 보수진영 내에선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양옆에 위치되어 있다. 선거결과, 이젠 길을 분명히 할 일만 남고 그 길은 분명 보수대통합 대열에의 합류일 것이다. 

창원에서 후보단일화로 양보했으면 야당이 이겼을 수도 있었다. 왜 ‘끝까지’를 고수했는지, 당대표는 왜 이곳에 올인했는지 모르겠다. 여론을 파악했을 텐데 더 이상 무엇을 고대하는지 모르겠다. 

바른미래당 당대표에 대한 이언주 의원의 원색적 비판은 옳은 지적이었다. 이 두 당은 PK에서, 게다가 보선에서 이정도의 득표력이라면 앞으로 비전을 찾기 쉽지 않다.

민중당도 마찬가지다. 노동자가 많은 창원에서 이 정도면 당으로서 비전이 있을까? 범여권단일화에 응했으면 정의당후보가 이렇게 고전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뭐라 해도 가장 큰 패자는 더불어민주당이다. 지난 16년 총선엔 후보조차 못낸 고성통영에선 후보를 내서 선전했고, 창원에선 범여권승리에 일조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야말로 '아전인수'에 '우격다짐'이 아니고 무얼까? 보수정당이 거의 정치적 불모지라 할 수 있는 호남에 후보를 내서 한자리수 퍼센트를 얻어 기염을 토했다고 의미부여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 

불과 1년도 안된 시점에 광역 및 기초단체장선거에서 큰 지지를 받아 자당후보들이 싹쓸이 한 지역에, 한 지역은 단일화에 밀려 후보도 내지 못했고, 후보를 낸 곳은 참패했는데 이게 뭔 ‘선전’의 성적이 될 수 있을까? 백번 양보해서 범여권은 무승부라 인정할지라도 더불어민주당은 완전히 패배한 승부다.

다음은 승자이야기를 해보자.

정의당. 어쨌든 1석을 지켜냈으니 승자임이 분명하다. 다소 여유 있게 이길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판 역전으로 겨우 이긴 것은 다소 의외다. 그러나 어쨌든 이번 수성으로 민주평화당 옭아매어 교섭단체 만들고 이후 더불어민주당에 '연동형비례대표제' 청구서를 들이밀 만한 힘은 얻었기에 승자임엔 틀림없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이 이 청구서를 받기엔 '제 코가 석자'라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번 승리의 힘을 전국적으로 어떻게 확산할지의 과제는 여전히 정의당에겐 남아있다.

마지막으로 자유한국당. 대박을 터뜨릴 뻔했다 막판에 이를 놓쳐 아쉽겠지만 정치적 최대승자가 된 것은 사실이다. 

탄핵과 대선·지선패배, 당의 내분으로 한참을 쪼들리고, 게다가 '보수의 아성이었던 PK가 대선과 지선을 거쳐 진보진영으로 넘어갔다'는 소리를 듣다가 정치적 힘을 상당부분 회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PK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보수진영에 자신감을 불어넣을 만한 성과를 얻은 것에 의미가 크다.

만약 창원도 잡았더라면 자신감의 효과는 더 컸겠지만, 평소 이 당의 모습을 본다면 상당부분 '자만심'을 덤으로 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만하지 말고 겸손하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황교안대표, 오세훈전서울시장 발언과 축구장해프닝이 없었으면 이겼을지 모른다' 등 내부칼질 하지 말고 그 힘 있으면 자신감 더욱 가다듬어 당내 진정한 통합은 물론, 범야권통합의 길을 이젠 걸어야 한다. 

강영환 정치평론가
강영환 정치평론가

그리고 하나 더 있다. 자유한국당이 경제실정 등으로 비판받는 현여당의 확실한 '대안정당'으로 국민 인식 상에 자리 잡았으면 아마도 상황적으로나 지역적으로도 압승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최대승자라 표현은 했지만 아직도 반성할 일은 많다.

이 또한 나의 개인적 생각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현 정부에 대한 기대가 많은 부분 꺾인 것이 사실이고 이것이 2곳의 국회의원 재보선이라는 작았지만 그 의미는 컸던 선거에 그대로 나타났다. '만약 내 지역에서도 어제의 재보선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민심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분석은 제각기라도 결과에 대한 앞으로의 방향성 제시는 대략 비슷한 것 같다. 무엇보다 정부와 여당은 이번 선거를 기화로 드러난 민의를 잘 살피라는 것. 눈을 밖으로만 돌리지 말고, 너무도 적폐청산에만 빠지지 말고, 경제와 민생을 챙기고, 공직자 인사 제대로 하여 정의의 문제에 먼저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이반하려는 민심을 돌려세우는 길이다.

그리고 야당은 ‘통합의 길로 가라’는 명령을 재보선 결과가 말해준다. 단일화하니까 창원은 여권이 이겼다. 단일화 못한 보수진영은 결국 창원에서 패했다.

창원의 마지막 개표 몇 분. 추세상 계속 좁혀지면서도 94%개표까진 자유한국당 후보가 400여 표 이기고 있었다. 마지막 6%에 뒤집혀 정의당 후보가 500여 표 차이로 이겼다. 

마지막 몇 분의 개표를 지켜보며 ‘신의 한수가 창원유권자의 손에 의해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에겐 간담을 서늘하게 하되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고, 제1야당 자유한국당에겐 더욱 반성하며 노력하되 자만하지 말고, 정의당에겐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다른 작은 정당들에겐 이제 제대로 그 방향을 정립하라는 그 뜻을 한수에 담은 듯하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점점 정치의 시즌이 돌아온다. ‘신의 한수’를 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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