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분야에서 예전과 달라진 것 중 하나가 ‘용역’이다. 툭하면 용역을 주는 ‘용역 행정’이 남발되고 있다. 과거엔 도시시설이나 도시계획 등 대형 현안에 주로 용역이 활용됐다. 요즘은 용역부터 주고보자는 자치단체장들이 많다. 허태정 시장 체제가 들어온 뒤 대전시의 ‘용역 행정’은 더 눈에 띤다. 최근에는 야구장 부지 선정 용역을 시행했다. 시장은 ‘중구 유지’로 발표하면서 용역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밝혔으나 그대로 믿기 어렵다. 

용역은 용역일 뿐 그것이 최종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유치 경쟁이 심한 시설은 ‘정치적 결정’을 벗어날 수 없다. 허 시장이 야구장 후보지를 다른 구까지 확대하자 지역의 한 정치권 인사는 “허 시장이 시장 두 번할 생각이 없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야구장은 절대 옮길 수 없을 것”이라고 호언했다고 한다. 다른 곳으로 옮기면 허 시장이 중구의 반발을 견뎌내기 어렵다는 말이었다. 허 시장이 “그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대전시는 헛돈만 썼다. 대전시는 야구장 용역으로 얻은 게 없다. 시장은 용역 때문에 곤혹스런 처지에 몰렸다. 김소연 시의원은 용역 결과를 전부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시장은 구청장들의 요청이었다며 용역결과 공개를 꺼리고 있다. 대전시 행정에 결과를 비밀에 부쳐야 할 용역은 없다고 본다. 시가 걱정하는 게 있다면 용역 결과보다 용역 과정의 문제일 것이다. 의구심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공개가 마땅하다. 

그런데 대전시는 또 다른 용역을 생각중이다. 중구 야구장이 새로 건설되면 한밭종합운동장은 이전해 나가야 할 형편인데 갈 곳을 못 찾고 있다. 시가 찾아내야 한다. 현재로선 이렇다 할 대안이 없다. 그래서 시장 입에서 나오는 말이 ‘용역 추진’이다. 이 문제에 대한 기본 구상은 대전시가 갖고 있어야 한다. 설마, 체육시설 들어갈 땅을 찾는 일까지 ‘용역’을 쓰겠다는 황당한 생각은 아니라고 믿겠다.

과제를 용역으로 해결하는 경우는 드물다. 용역은 수단과 과정일 뿐이다. 자치단체의 용역은 현안을 돌파하기 위한 명분용이거나 회피를 위한 수단인 경우가 많다. 용역을 남발하는 자치단체는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대전시는 작년 ‘조직개편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용역도 했다. 우리 집 내부 구조를 바꾸는 데 다른 사람 데려다 시키는 것과 뭐가 다른가? 대전시는 용역병에 걸린 것 같다.

용역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필요없이 남발하거나 정치적 목적에 따라 낭비하는 게 잘못이다. 이런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선 용역의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결과가 맘에 들면 공개하고 안 들면 쓰레기통에 넣고 끝내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용역의 결과가 행정에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도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대전시의회는 용역 관련 조례라도 만들어서 시가 제대로 된 용역을 할 수 있도록 이끌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