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헌의 미소가 있는 시와 그림]

맛과 그림 1 - 고욤

짧은 인사말,

이해관계가 없듯 던져 주었다.

실패라고는 말할 수 없는 찬 서리 맞은 흰색,

떫은 감정에게 던져 주었다.

또 희망을 찾듯

몇 퍼센트 안 되는 단맛을 찾듯,

시체의 뼈를 갉아먹는 초원의 기린에게 던져 주었다.

“잊히지 않도록 살아야 되지 않겠느냐?”

맛과 그림 2-굴비

엉뚱하게도 우리가 부모의 성격만을 닮는다면 입맛이 잡식성으로 변하지 않았을 텐데, 바다가 책속에서만 파도치는 그곳에선 간고등어 정도면 잔칫상이었던 입맛, 미소랑 올라오는 추억들이 상상 속에 웅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장을 멈추고 나서 하나씩 나이 드는 것을 어른이라고 한다면 입맛은 편식을 더 멀리 할 터이고, 홍어 비스무리한 삭힌 냄새는 구린내가 나는 나이가 되어서 즐기게 되었고, 꼭 여행을 떠날 때쯤 회오리처럼 군침이 도는 상상으로도 자극되는 입맛이 있습니다.

더군다나 쫀득한 맛이 대일밴드처럼 착 달라붙는,

짭조름한 맛이 연하작용을 부추기는,

삭힌 맛이 쌓인 속을 뚫어 주는,

다닥다닥 말려짐이 희망을 주는,

강한 중독성이 그곳에 가야만 하는,

재탄생의 속뜻이 신기한 그래서 역사인 그래서 더 신기한, 그런 맛.

“비굴하지 않게 살아라”

시와 머그컵-Firenze

꿈을 안정시키는 것이 여행이다.

겉만 보면 ‘믿음과 플로렌스(Florence, 피렌체)’라는 꽃은 아름답다.

믿음:

서있는 모든 카라라 대리석도 아름답다.

두오모(Duomo)! 원래는 빛이 내려오라는 곳인데 지금은 입장료 내는 이방인들만 밝은, 그저 구경거리, 나에겐 바티칸 광장 오벨리스크 자리에서 거꾸로 매달려 죽은 어부 베드로(Peter, 반석)를 묶었던 굵은 쇠사슬이 도마 같은 얕은 믿음을 깨우는 빛, 역시 진실과 아름다움은 믿는 마음에 달려있어,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만난 베키오 다리도 비린내 진동하던 푸줏간, 이런 사실만 봐도 그렇고... 메디치가(家)의 수집품들이 더 멋지다는 것도 그렇고...

예술:

‘전망 좋은 방’을 찾는 것은 여행자와 예술가의 본성, 예술은 ‘부흥’을 꿈꾸며 수면 중, 잠에서 깰 ‘르네상스’의 생명력은 ‘神에서 인간으로’이지만, 요즘엔 ‘인간에서 신의 능력까지’ 까부는, 아름답게 살아야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데...

믿음과 예술은 Metamorphosis를 원하는데 그것도 뜻?

원장실의 스켈레톤

눈 내리는 유리창- 본래

밖에서부터 차별화를 위해서

사방으로 휘어지는 춤으로 보이기 위해서

울다가 눈물도 보이기 위해서, 가끔

착한 속마저 다 보여주기 위해서

창녀들 앞에선 붉게 붉게 물드는.

소소한 느낌들-막걸리

한 사발; 이 곳 저 곳에서 구박받아 찌그러진 노오란 주전자는 술도가(都家) 벽에 폴립처럼 붙어 있습니다.

두 사발; 땅 밑에 심어진 큰 독에서 반 되든 한 되든 퍼내지면 주막집 너덜너덜한 외상장부에는 줄 하나 늘어나고 눈총도 독해집니다.

세 사발; 술심부름 돌아오다 목말라 7˚짜리 널 들이키면 수채화 물감처럼 온 몸으로 퍼지고 볼은 복숭아처럼 붉어집니다.

네 사발; 술이 왜 이리 가볍지 하시던 아버지, 빨개진 얼굴이 더 화끈거립니다.

다섯 사발; 나이 먹으면서 그리운 것들이 많아지는 것도 욕심일 것입니다.

여섯 사발; 부산 동래 산성막걸리와 완도군 청산면 여서도 섬 막걸리는 밀린 숙제입니다.

“가끔은 시큼 텁텁한 탁주 한 잔 하며 살아라”


송선헌.
송선헌.

치과의사, 의학박사, 시인,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 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Research associate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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