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평촌산업단지 인근지역 주민들이 대전시의 1000MW급 LNG발전소 건설계획에 반대하기 위해 지난 22일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있다. 

지난 19일 허태정 대전시장과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은 서구 평촌공단에 1조 8000억 원 규모의 LNG 발전소를 건설하는 내용의 투자 협약식을 가졌다. 발전소가 건설되면 8만 5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650억 원(30년간 누적 금액)의 세수 증대가 기대된다는 게 대전시 설명이다. 현재 1.9% 수준인 대전의 전력자급률이 60%까지 높아진다고도 했다. 

유치 효과가 정말 어떤 것인지는 차치하고라도 일단 2조원 가까운 투자 규모로 보면 커다란 사업임이 분명하다. 이렇게 큰 사업이, 더구나 환경 논란이 클 수밖에 없는 발전소 건립 사업이 시민들 몰래 추진되고 발표되었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의문과 걱정이 먼저 들 수밖에 없다. 

시의원도 기업유치로 알았던 발전소와 느닷없는 협약식

'대전에 LNG 발전소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는 내용이 처음 보도된 것은 지난 3월 14일이다. 그 뒤 닷새 만에 대전시장과 발전소 사장이 만나 투자 협약식을 가진 것이다. 대전시가 언제부터 발전소 유치를 추진해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시민들 입장에선 느닷없는 결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발전소는 심각한 환경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시설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해서 건설 여부를 결정해야 된다. 이런 사실을 시민들에게 숨겨서도 안 된다. 대전시는 반대로 해왔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할 시의원조차 자신의 지역구에 LNG 발전소가 들어온다는 사실을 몰랐다. 

22일 열린 대전시의회에서 김인식 대전시의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지역구에서) 열린 평촌산업단지 기업유치 설명회가 LNG 발전소 유치 설명회인줄 몰랐으며 물론 지역주민들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날 설명회가 다른 지역에서(들어오지 말라고) 반대하는 LNG 발전소 유치 설명회인 것을 알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도 했다. LNG 발전소 건립은 충북 음성과 경남 통영 등지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강하게 반발하면서 갈등을 겪었던 문제다. 

LNG 발전소는 석탄 발전소에 비해 환경 오염이 적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정용훈 카이스트 교수(원자력 및 양자공학)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전에 추진되는) LNG 발전소에서는 신형 자동차 10만대가 배출하는 정도의 미세먼지유발물질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도심 근처 LNG 발전소가 도심에서 떨어진 석탄 화력발전소보다 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했다. 

정교수의 소속이 LNG 발전조차 부정적으로 볼 수 있는 ‘원자력’분야란 점 때문에 주장의 신뢰성은 검증될 필요가 있으나 무조건 믿기 힘든 주장으로 배척되어선 안 된다. 미세먼지가 심각해지면서 온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다. 대전시민들도 예외가 아니다.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발전소가 대전에 건설될 예정이라면 시민들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전시는 이 문제를 쉬쉬하며 추진해왔으니 시민들로선 걱정이 더 클 수밖에 없다.

LNG 발전소 건립으로 대전시민들 얻는 이익이 도대체 무엇인가. 대전시는 8만 50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고 밝혔으나, 이는 공사기간 동안(42개월)의 단기간 일자리에 불과하면 신규고용은 35명밖에 안 된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30년간 650억의 세수 증대도 1년 예산이 5조원이 넘는 대전시가 시민들의 건강을 담보로 하면서까지 유치에 매달릴 요인은 아니다. 

150만 도시 안에 대규모 발전소 들어서도 되나?

대전은 전력의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삼아야 하는 독립국가가 아닌 데도 대전의 전력자급률까지 운운한 것도 이해가 안 된다. LNG 발전소의 유치의 효과가 오죽 시원찮으면  이런 수치까지 들먹여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대한민국의 어느 곳에선가는 전력을 생산해야 하는데 다른 지역에서 발전소 건설을 마다하니 우리가 수용해줍시다!’하는 호소가 차라리 낫다.

시민이 얻는 효과로만 보면, LNG 발전소는 대전시가 나서서 ‘유치’해야 할 대상은 분명 아니다. 대전시는 시민들에겐 별 도움이 안 되면서 오히려 시민들 건강만 해칠 수 있는 시설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전시가 LNG 발전소를 강제로 밀어부친다면 반드시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유는 있는 법이다. 시민들은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대전시는 이제라도 이 문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들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시민들이 뭔가 오해하고 있다면 설득해야 한다. 발전소에 문제가 없다면 시민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현재로선 인구 150만의 도시 안에 2조 원짜리의 커다란 LNG 발전소를 건설해도 환경 문제가 없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시는 시민들의 걱정을 무시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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