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일정 부분 성과 창출하면 차기 총리 등 다양한 ‘해석’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한 뒤 미세먼지 범국가적 기구 위원장 수락과 향후 계획 등을 논의했다. 청와대 제공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한 뒤 미세먼지 범국가적 기구 위원장 수락과 향후 계획 등을 논의했다. 청와대 제공

반기문(74) 전 유엔 사무총장이 ‘미세먼지 범국가적 기구’ 위원장을 맡기로 하면서 향후 정치 재개 여부가 지역 정치권에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정치 복귀를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연목구어(緣木求魚,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함)다”고 전했다.

국가적 재난 성과내면 정치권 ‘러브콜’ 예상
협치-국민 통합 차원 차기 총리 기용설 ‘등장’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반 전 총장이 정부가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한 미세먼지 문제에 일정부분 성과를 낸다면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정치권의 ‘러브콜’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이낙연 총리 후임으로 반 전 총장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반 전 총장이 한때 보수진영 유력 대권 주자였다는 점에서 협치 중재와 이념을 초월한 국민 통합에 적임자라는 이유 때문이다.

무엇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반 전 총장을 미세먼지 범 국가적 기구 위원장에 추천했고, 반 전 총장 고향(충북) 후배인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반 전 총장에 의사를 타진했다는 점도 ‘차기 총리설’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볼 수 있다.

여기에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에 미세먼지 대책 특별위원회가 가동 중인 가운데 반 전 총장이 이끌 미세먼지 범국가적 기구는 대통령 산하라는 점에서 향후 시스템 일원화 요구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반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인 이낙연 총리 후임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충청 소외론’ 해소 전기 마련할 수도
“연목구어,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 담겨 있어”

지역 정치권에선 반 전 총장이 국가적 재난으로 떠오른 미세먼지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하는데 성공할 경우 차기 국무총리 기용 등 정치적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 제공
지역 정치권에선 반 전 총장이 국가적 재난으로 떠오른 미세먼지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하는데 성공할 경우 차기 국무총리 기용 등 정치적 해석을 내놓고 있다. 청와대 제공

또 최근 정부 개각에 충청 출신 인사가 단 한명도 기용되지 않으면서 불거진 ‘충청 소외론’을 충북 음성 출신인 반 전 총장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다만, 총리 인선 과정에서 반 전 총장의 적지 않은 나이가 걸림돌이 될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과거 고(故) 김종필 전 총리가 만 72세에 총리에 임명된 전례가 있다. 김 전 총리는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1998년 2월부터 1년 6개월여 총리를 지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5일에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김황식 전 총리를 대표로 하고, 이상희 전 국방부장관과 김숙 전 유엔 대사 등 10명의 이사진으로 구성한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 재단’ 발기인대회를 가졌다.

이 중 김숙 전 대사는 지난 21일 반 전 총장의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 때 배석했다. 반 전 총장은 “반기문 재단은 그 정관에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도록 돼 있다”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은 특유의 화법으로 정계 복귀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그렇다고 확실한 선을 그은 것도 아니다. 때문에 ‘연목구어’라는 말 속에는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담겨져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지난 2016년 말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후 2017년 1월 귀국해 19대 대선 출마를 위한 광폭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자신의 동생을 둘러싼 의혹과 설화(舌禍)에 휩싸이며 귀국 20일 만인 2017년 2월 1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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