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청장들 '청년창업' 권하지만, 제대로 된 현황파악도 못해
창업 실패한 청년들 "취업못해 자영업 내몰리는 게 창업이냐"

연속보도 = 전국 최하위권 '청년고용률'을 극복하기 위한 대전시 대표정책은 창업이다. 고용률 7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7대 전략 중 첫 번째도 '창업'이다. 그러나 대전시는 지역 창업생태계를 주도면밀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창업을 '구호'로만 내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의미다. 

대전시 청년 정책 사업 총 47개 중 창업을 지원하는 정책은 ▲청년창업지원카드 ▲대전 이노 스타트업 육성 ▲소셜벤처 집중지원 인큐베이팅 센터 구축 ▲소셜벤처 특화거리 조성 ▲청년문화 복합공간 조성 ▲청년구단 ▲창업첫걸음 생활혁신창업지원사업 등이다. 혁신창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입주공간이나 비용을 지원하는 등 그 이름도 형태도 다양하다.

청년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진로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는 '일자리카페 꿈터'에 지난 13일 방문한 허태정 대전시장은 역시 '창업'을 권유했다.

허 시장은 "30대 초반에 창업을 해본 경험이 있다"며 "많은 인재들이 당장의 안정성을 찾아 공무원 시험에 몰리곤 하는데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20일 열린 자치분권도시 비전 선포식에서도 청년 창업에 대한 이야기는 빠지지 않았다.  정용래 유성구청장은 "시대에 맞는 일자리 방향은 창업이다. 기술로 창업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국가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현 대덕구청장도 "현재는 창업과 창직의 시대"라고 거들었다.

디트뉴스가 입수한 시의 2017년 청년층 사업자 등록 현황

이처럼 대전의 정책결정자들이 젊은이들에게 '창업'을 권하고 있지만, 정작 행정은 청년 창업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다. <디트뉴스>는 청년 창업과 관련된 통계를 시에 수차례 요구한 결과, 2017년 기준 연령별 사업자등록 현황만 제공받았다. 이 지표만으로는 청년의 창업현황 및 흥망을 파악할 수 없다. 

약간의 힌트만 얻을 수 있을 따름이다. 지표에 따르면 대전시 청년(19~39세) 창업 비중의 51.1%를 30대 중후반이 차지하고 있다. 실질적 사회초년생인 19~24세, 25~29세의 창업비율은 전체의 20%에 못미쳤다.

새롭게 창업을 시도하지만 사업을 포기하는 비율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2017년 청년층 사업자등록은 총 9650건에 이르렀지만 같은 해 사업자등록을 말소시킨 경우도 6015건이나 됐다. 비율로 따지만 62.3%에 이른다. 10명이 문을 열고 들어갈때 6명은 문을 닫고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청년들의 전통시장 내 입점을 지원하는 사업인 '청춘구단' 등 요식업이 주를 이루는 창업 현실도 문제다. 생활한복 판매점, 이글스 굿즈 판매점을 제외하면 입점해있는 청년점포는 모두 요식업종이다. 그 가운데 빈 점포와 '곧 빌 점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오는 5월께 점포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힌 한 점주는 "이전할 공간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우선은 점포를 뺄 계획"이라며 "청년몰이라는 기회 자체는 굉장히 좋다. 그러나 운영 단계에서 지원하는 게 많이 부족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창업을 했으나 실패를 경험한 젊은이들은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창업에 실패한 뒤 취업을 준비 중이라는 서모(32)씨는 "대전시 등이 다양한 창업지원을 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은 거의 없다"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컨설팅을 해주는 등 창업 과정을 챙겨주는 지원이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 씨는 "직장을 다니던 중 자의나 타의로 퇴직한 분들이 자영업 전선에 내몰리고 있는 것처럼, 취업에 실패한 청년들 역시 자영업 전선에 내몰리고 있다"며 "이것을 '청년창업'이라고 포장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11월 중 입점 예정이라는 안내문이 붙은 빈 점포는 4개월이 경과한 지금까지도 별 다른 안내없이 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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