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세이의 말이 또 한 차례 좌중의 분위기를 압도한 것은 무기판매에 대한 얘기가 비화같이 쏟아져 나왔을 때였다.
  “소련붕괴이후 러시아 경제가 공황의 늪에 빠지게 된 것은 군수산업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러시아는 소비에트 연방체제에서 무기를 양산했고 생산된 무기를 현물 결재방식이나 혹은 무상으로 종주국 위치에서 동맹국들에게 지원했었지요. 대신에 동맹국들로부터는 생활필수품을 받아 왔지요. 하지만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연방체제가 무너지면서 이런 거래방식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따라서 러시아는 동맹국들에게 현물로 결재하던 무기를 이제 세계 각국에 판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요.”
  그는 러시아 무기 판매체계를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읽고 있었다. 특히 그는 자신이 최근 입수했다는 러시아 극비문서를 손에 쥐고 우리에게 내 보였다. 그런 문서를 자신이 입수할 수 있을 만큼 이곳에서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은근히 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대단한 것이었다. 그의 손에 들려진 문서는 1768-A라는 문서번호가 또렷이 살아있는 극비문서의 복사본이었다. 문서의 중앙 상단에는 특별히 중요하다는 의미의 약식기호인 [OW]가 반듯하게 찍혀 있었다.
  알렉세이는 곧잘 그 문서에 있는 내용을 인용했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 간에 상호 불가침조약이 채결된 뒤 러시아는 중국에 Su-27전투기 26대와 IL-76수송기 15대, S-300 지대공 미사일 118기 그리고  T-72전차등 20억 달러 상당을 판매했습니다.”
  좌중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문서보관 창고에서 이중, 삼중으로 된 시건장치를 열고 들어간 뒤에야 볼 수 있는 극비문서의 내용이 공개되고 있다는 흥분에 다들 침을 삼켰다.
  “중국에 대한 무기판매는 여기에 머물지 않습니다. 러시아는 이런 무기 판매가 있은 직후 다른 채널을 통해 Mig-29전투기 110대, Su-33, Su-35같은 전투기 구매 계약을 19억 불에 체결한 상태지요.”
  “.........”
  “Kilo급 공격용 잠수함 3척도 판매할 것으로 알고 있소”
  그는 문서를 인용 하면서도 그 문서가 완전히 노출 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인용이 끝나면 습관처럼 곧바로 문서번호가 보이지 않도록 탁자 위에 엎었다. 그리고는 손으로 그것을 눌렀다.
  “중국과의 무기거래는 지금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Tu-22M 초음속 전투기와 Kiev급 항공모함 3척, Mig-31전투기 합작공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요.”
  그는 스스로 무기 판매에 대한 설명에 도취된 듯 땀을 훔치며 열을 올렸다.
  “이런 경우는 인도나 파키스탄, 이란도 마찬가지지요. 최근에는 인도네시아까지 러시아의 무기를 수입 했으니까요. 인도에는 러시아 해군참모총장이 직접 방문하여 Su-27, S-54제트기와 Mig-23전투기 같은 공격 장비를 제공했고 이란에도 Kilo급 잠수함 4척과 Mig-29, Su-27전투기를 판매했습니다.”
  그는 또 러시아가 무기를 팔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정부를 대변하듯 역설했다.
  “러시아 연방의 대외 군사무기 협력에 관한 대통령령 제 507호는 이런 무기판매를 법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또 대통령은 92년 전군 지휘관 회의에서 군인복지를 위해 무기 수출 증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즉시 공군이 전투기 1천 6백대를 외국에 직접 면세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최근에 열린 국제 무기 전시회에 Su-27, Su-35전투기를 비롯 T-80전차 S-300지대공 미사일Mig-29 전투기 등 첨예장비를 출품하고 판촉전을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그는 나 선배와 나를 번갈아 보며 회갈색 눈알을 번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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