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추진하는 새 야구장인 ‘베이스볼 트림파크’에 대한 각 구의 유치전이 뜨겁다. 현재 야구장이 위치한 중구에선 빼앗기지 않으려 안간힘이고, 다른 구에선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구의회 의원들은 삭발 투쟁으로 현 위치 고수를 촉구한 바 있고, 한 구청에선 공무원까지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저마다 자기 지역으로 와야 된다는 이유가 있고 나름의 논리가 있다. 그러나 새 야구장은 현 위치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의 여부가 일차적인 문제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야구장 문제를 처음 언급할 때는 부지 이전까지 염두에 둔 발언은 아니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부지 이전 가능성까지 확장됐다. 대전시가 발주한 야구장 용역은 입지 선정을 위한 것이다. 

대전시는 현 야구장을 이전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대한 입장을 먼저 결정하는 게 순리다. 새 야구장의 이전이 검토된다면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대체 시설 유치를 전제로 해야 한다. 대안도 없이 야구장을 옮기는 것은 원도심을 또 한번 죽이는 행위다. 대안은 실질적인 효과가 보장되는 내용이어야 한다. 그 대안의 확실성과 현실성에 대한 판단은 원도심의 이해 당사자인 중구 주민들이 내려야 맞다. 그렇지 않으면 말로만 대책인 대안을 내놓고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 대전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죽어가는 원도심’이다. 더 좋은 야구장을 더 좋은 곳에 건설하는 것도 좋지만 그 때문에 죽어가는 원도심을 더 죽게 되는 결과가 된다면 신중해야 한다. 30년 전, 둔산 신도시 개발로 인해 원도심이 지금처럼 쇠락할 줄 알았다면 대전시청사는 원도심에 그냥 남겨두는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 시청까지 둔산으로 이전해 대전시 발전의 균형추는 심하게 기울어 있다. 

대전은 인구가 감소하는 도시로 가고 있다. 새 땅을 개발하고 주요 시설을 이리저리 옮기면서 도시가 성장해가는 시대는 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분별한 도시 확장은 원도심 공동화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새로운 개발지만 찾는 것이 대안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보다는 도시 안에서도 균형발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대전의 새 야구장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결정해야 된다.
 
대전 야구장의 신축 문제는 단순 신축 문제에서 이해 관계자들의 ‘이권 사업’으로 확대됐다는 소문도 퍼져있다. 새 야구장 건설로 득을 볼 사람들이 꼬이면서 새 야구장 사업이 그들의 이해 관계에 따라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얘기다. 야구장 부지 선정에 대한 불신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대전시는 이런 소문들이 사실로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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