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환의 정치 톺아보기] 중구의 상실감에 대하여 

대전 중구에 있는 '한밭야구장 이글스파크' 전경. 자료사진.
대전 중구에 있는 '한밭야구장 이글스파크' 전경. 자료사진.

야구장. 만약 이런 가정을 해보면 어떨까요? 

대덕연구단지가 지어진지 40여년 되었기에 완전히 새롭게 단장을 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대전시민은 이를 쌍수로 환영했고, 국민들도 이에 대체적으로 공감했고, 모든 정치인들도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새롭게 탄생한 정부는 이왕 새 사업을 펼치는 김에 부지선정부터 새롭게, 즉 전국의 원하는 지자체가 참여하는 새로운 방식의 절차를 추진했습니다. 

돈과 인프라가 막강한 특히 큰기업, 잠재력 높은 기업이 많은 경기도가 판교벨트를 앞세워 유치전에 뛰어들었습니다. 많은 기업이 동참하여 무서운 속도로 유치노력을 전개했습니다.

광주광역시에서 막강한 정치력을 앞세워 지역균등발전을 키 메시지로 걸고 뛰어들었습니다. 국회에서 집권여당과 지역기반의 정당이 공조해서 함께 움직입니다. 

울산광역시가 인근 포항과 연계하여 무너지는 제조업을 새롭게 4차산업혁명과 연계하는 전략을 내놓고, 주변의 아름다운 바다를 이용한 새로운 건축법을 이용한 기막힌 아이디어로 유치전에 참여했습니다. 

대전은 ‘아차’ 했습니다. 모든 정치인의 약속이었고 특히 새로운 대통령의 약속을 믿었기에 ‘당연히 대전’이라 생각하고 별반 준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다가 뒤늦게 울부짖기 시작했습니다. ‘약속을 지키라’고 삭발투쟁을 하고 현수막을 붙였습니다. 

어떤가요? 지금 대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야구장 유치 광경도 이와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저는 중구에 삽니다. 자연스럽게 팔은 안으로 굽을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야구장 유치와 관련, 비전과 계획을 만드는 노력이 인색해 보이는 중구에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삭발과 현수막으로 울부짖는 것 외엔 별반 없는 중구의 현실을 잘 알기에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대전시장님, 대전시 공무원님. 만약 대전광역시가 제가 가정한 대덕연구단지의 새 모습을 위한 전국적 공모라는 이런 상황에 부닥친다면 어떨까요? 

대전 또한  결국은 삭발과 현수막, 아니 그 이상의 투쟁밖엔 남은 무기가 없을지 모를 일입니다. ‘기존의 권리’를 빼앗기는 것 같은 울분에 대전의 시민들은 정부에 대한 정치적 거부감까지 마음속에 생겨날지 모를 일입니다.

그것을 알기에 더욱 답답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애초에 만들지 않는 것이 ‘건전한 정치’이자 ‘합리적 행정’이라 배웠습니다. 

행정은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아무리 창의의 시대라 할지라도, 저 또한 광고회사출신인지라 ‘창의와 아이디어’를 지극히 숭상한다 할지라도 행정이 아이디어로 움직여선 안됩니다.

아무리 새로운 접근, 참신한 아이디어가 중요할 지라도 행정은 예측 가능하고 선순환으로 지속 가능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다양한 참여’보다는 ‘강력한 추진’이라는 행정원칙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영환 정치평론가
강영환 정치평론가

그러나 어쨌든 추진된 행정이니 다시 담을 수도 없는 현실입니다. 그렇기에 몇 가지 점만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5개구 도시전체가 각자 자신을 뽐내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함께 유기적으로 발전되어야 하는 것이 지상과제입니다. 특히나 몇 개 구는 더 이상 뽐낼 것도 없는 어려운 형편이기에 상위의 지자체인 대전광역시에서 약간의 ‘어버이’ 역할도 해야 합니다.

둘째, ‘도시재생’의 미래지향적 큰 관점에서 야구장 건립을 다루어야 합니다. 그 도시재생은 원도심과 낙후지역의 대명사가 된 중구만의 좁은 각도가 아니라 대전시 전체의 균형발전이라는 시각에서, 대전전체 도시재생의 큰 밑그림 위에 편향적 개발을 지양하고 골고루 활력을 불어넣는 상생의 색깔을 입혀줘야 합니다. 

셋째, 현재 야구장이 있는 중구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도청, 시청, 법원, 검찰청, 경찰청이 떠나가고, 대학교가 떠나가고, 상가, 영화관이 떠나가고, 서부터미널과 서대전역이 쪼그라든 중구의 슬픈 과거가 존재합니다. 

앞으로 트램이 돌고, 새로운 역사 문화공간이 만들어지고 그래서 조금은 달라져야 할 미래의 중구에서 ‘야구장’은 이제 어쩌면 하나밖에 남지 않은 숨통이 될 것입니다.

대전시장님, 대전시 공무원님. 무엇보다도 모든 대전시민의 쉼터가 되고 문화를 즐기는 드림파크로서 야구장이 자리 잡아야 합니다. 대전시 전체가 활력을 찾고, 특히 우리 몸 한 부분이 곪아있거나 부족하다면 새 살을 돋게 하는 ‘부활하는 꿈의 구장(Revital Dream Park)’가 되어야 합니다.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함께 모두가 행복한, 모두가 활력 넘치는 그런 판단 기대하겠습니다.

*외부기고자의 칼럼은 본보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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