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어린이집에서 입학원서에 직업, 최종학력 기재 요구
부모 직업에 따라 달라지는 아이 성향?...부모들, 관행 개선 한목소리

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어린이집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어린이집 자료사진.

대전의 일부 사립 어린이집이 아동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심어줄 수 있는 부모의 최종학력과 직업 등을 입학원서에 기재하게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들 간 위화감 조성을 방지하기 위해 과도한 학부모 개인정보 수집을 지양하는 초·중·고등학교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7일 <디트뉴스> 취재결과 대전지역 상당수 어린이집에서 입학 원서에 기본적인 가정 환경과 함께 부모의 최종 학력과 직업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어린이집에 근무 중인 한 보육교사는 입학원서에 학부모의 직업, 최종학력 등을 묻는 이유에 대해 “직업의 유무, 어떤 직업인지에 따라 하원시간과 아이들의 성향이 다른게 보인다“며 ”교사로서 아이들을 돌보는데 가정환경과 부모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은 필수적이기에 직업은 알아야한다”고 설명했다.

전직 어린이집 교사도 <디트뉴스>와의 취재 과정에서 입학원서 작성시 원생들의 부모에 대한 직장 등을 기재토록 요구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부모들은 이같은 어린이집의 요구에 대부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거부하고 있지만 혹시나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하는 모습도 있었다. 일부 학부모들은 교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볼까 부담스럽다”면서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대체로 교사들이 주장하는 아이의 하원시간을 파악하기 위함이라면 출퇴근 시간을 기입하게 하고 맞벌이 가정을 위한 종일반 수요조사를 위해서는 이미 별도로 학부모의 재직증명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학부모의 ‘직업’을 묻는 게 꼭 필요하냐는 반응이다. 

또 ‘직업’에 따라 학부모 및 아이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특정 직업군에 대한 선입견이 아이를 돌보는 교사의 시각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과도한 학부모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글과 이에 대한 맘카페 회원들의 답변 캡처.
과도한 학부모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글과 이에 대한 맘카페 회원들의 답변 캡처.

전직 어린이집 교사는 “어린이집에 방문하셔서 입학원서를 작성하는 학부모들 중에서도 일부 왜 적어야 하냐고 묻는 부모님들도 계셨다"면서 "학력은 안 쓰고 직업 정도만 쓰시는 학부모님들이 대부분이었고 교사입장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선입견을 안가질 수가 없으므로 학부모의 직업, 학력 등을 조사하지 않는 게 바람직한 것 같다”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어린이집이 원생 부모들의 직업 등을 요구하는 행태에 대해 대부분 부모들이 반대하고 개인정보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역내 어린이집을 관리 감독하는 대전시 정용길 교육복지청소년과 주무관은 “원칙적으로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직업, 최종학력 등을 묻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맞지만 관련 매뉴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연중 어린이집 방문 점검 시 입소신청 등의 현안을 파악하고 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부모는 "어린이집이 부모에 대한 학력이나 직업을 왜 요구하는 지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선입견에 사로잡혀 아이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잘못된 관행은 하루 속히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초·중·고등학교는 교육부가 발표한 2016년 ‘초·중·고 개인정보처리 업무 매뉴얼’에 따라 보호자의 이름, 연락처 정도만 수집하고 과도한 개인정보(소득수준, 직업, 최종학력 등)를 수집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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