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지방분권 강조한 文 정부, 지역안배는 뒷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24일 대전 지역경제투어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방문한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24일 대전 지역경제투어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방문한 모습. 청와대 제공

지난 주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에 전 국민이 시름했다. 정부는 그동안 미세먼지 대책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숨이 막힐 정도로 탁한 공기와 1급 발암물질이라는 미세 먼지 공포는 국가가 국민들에 어떤 존재인지 떠올리게 만든 계기였다.

하지만 충청인들은 지난 주 후반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단행한 개각에 미세먼지보다 심한 답답함을 느꼈다. 장관 18명 가운데 7명을 바꿨는데, 충청 출신 인사는 1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는 이번 개각 대상 인사들의 출신지역을 밝히지 않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연 중심 문화를 탈피해야 한다는 것에 우리 사회의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출생지역이라는 것이 객관적이지도 않다. 출생지역에서 태어나서 오래 성장해 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야말로 출생만 하고 성장은 다른 곳에서 한 분들도 많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을 끌지 않기 위해 이번에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발표를 했다. 확정적이지 않지만 앞으로도 이런 원칙과 기준이 계속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고등학교를 기준으로 보면 서울 4명, 인천 1명, 경북 1명, 강원 1명이다. 그러나 출생지를 기준으로 따져보면 호남 출신이 3명으로 늘어난다. 종전의 출생지를 기준으로 장관 18명을 재분류하면 호남 6명, 영남 5명, 수도권 4명, 강원 2명, 충청 1명이 된다.

한국당 대전시당은 “청와대는 이번 발표에서 출신지 없이 출신고교를 표기해 ‘출신지 세탁’을 하는 기상천외한 편법을 동원했다”며 “‘지연 중심 문화를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라고 설명하지만 지역편중 인사라는 비판을 빗겨가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발표와 달리 출생지를 기준으로 하면 전북 2명 서울·부산·광주·경남·강원이 각각 1명씩”이라며 “충청도 출신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청와대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출신지를 알리지 않으려고 그렇게 애쓴 이유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과 ‘전국이 골고루 잘 사는 균형발전’을 국정 최대 화두로 내세웠다.

그러나 현실은 딴판이다. 장관 수는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호남과 강원보다 적어졌다. 영호남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비를 보면 경남 4조 7000억 원, 부산 8000억 원, 울산 1조 2000억 원, 전북 1조원, 전남 1조 1000억 원 등이다. 그에 비해 대전은 7000억 원, 충남은 9000억 원에 불과하다. 장관 출신지에 따라 예산액의 비례성을 확인할 수 있다.

찬반 논란이 거센 4대강 보(洑)는 충청을 관통하는 금강 수계부터 해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민심이 들끓고 있다. 미세먼지는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라도 쓰면 되지만, 전 정권이나 현 정권 할 것 없는 ‘충청홀대론’은 무엇으로 답답함을 씻을 수 있을까. 말로만 ‘지방분권’이니 ‘영충호 시대’니 할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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