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숙 수제떡전문점 기품(대전 유성구 전민동 사이언스전민스포츠센터 입구)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오곡에 갖가지 과일, 나물 등의 천연재료의 독특한 향기와 맛을 이용해 영양가 높고 맛 좋은 다양한 떡을 만들어왔다.

특히 떡에 들어가는 재료와 모양, 색상도 다양해지고 떡 케이크 등 떡 선물세트도 인기가 많다. 하지만 떡은 흔히 명절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나 먹는 음식으로 인식돼 왔다. 그래서 빵에 비해 소비가 저조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웰빙 열풍으로 전통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 떡이 인기를 끌고 있다.

떡카페에서 먹는 떡. 한폭의 수채화 같아 먹기가 아깝다고 한다.
떡카페에서 먹는 떡. 한폭의 수채화 같아 먹기가 아깝다고 한다.
기품의 수제송편
기품의 다양한 양갱

대전시 유성구 전민동 주민센터 위에 위치한 ‘기품(氣品)’ 수제떡전문점은 전통떡 명인 선명숙(64, 대한명인 제07149호 전통떡) 대표가 빚은 수제 떡을 주문생산하고 대추차, 오미자차와 함께 디저트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떡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선 대표는 2007년 대한명인회에서 한 분야에 한 명씩만 인증하는 떡 명에 선정됐다.

기품에 들어서면 벽면에 나태주 시인의 글과 중광스님 등 유명화가들의 그림이 걸려 있어 마치 갤러리에 들어온 느낌이다. 전통 떡은 두텁떡을 비롯해 팥떡, 쑥갠떡, 백설기, 단호박설기, 대추설기, 수제송편, 약과, 양갱 등 모두 고 조리서에 나온 전통방식 그대로 만든다. 떡은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아름답다.

약과 양갱
약과
떡카페에서 먹는 기품의 떡들은 자연의 색깔을 그대로 품고 있다.
떡카페에서 먹는 기품의 수제송편은 자연의 색깔을 그대로 품고 있다.

재료도 다르다. 쌀은 도정하고 2주을 넘기지 않은 삼광 쌀만 사용한다. 최고의 재료를 사용하고 쑥, 단 호박, 밤, 대추. 고구마 등 정직하게 원재료가 들어가고 시럽이나 분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특히 떡에는 MSG가 없고 어떤 식품첨가물도 들어가질 않는다. 소금은 5년 간수를 뺀 법성포 소금을 사용해 쓴맛이 없고 단맛이 난다. 당일 만든 떡은 당일 판매를 한다.

그래서 시중에 유통되는 떡을 생각한다면 상상이 안 되는 떡이다. 이런 재료에 손수 빚은 선 명인의 정성이 함께 들어가 대한민국 최고의 떡으로 탄생된다. 그래서 대전을 대표하는 빵으로는 성심당, 떡으로는 선명숙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특히 선 명인이 가장 자부심을 갖고 있는 떡은 가장 귀한 궁중의 떡으로 임금님이 생신날에 드셨다는 두텁떡. 맛과 향이 좋고 만드는 수고와 정성을 들여야 하는 만큼 맛도 훌륭하다.

먹기 좋게 나오는 기품의 다양한 떡
먹기 좋게 나오는 기품의 다양한 떡

교황 떡 유명세로 전국에서 떡 배우겠다는 사람 늘어
수제송편, 양갱, 약식 먹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워

두텁떡은 거피팥을 쪄서 계피, 간장과 꿀을 넣고 볶아 만든 거피팥고물을 뿌린 다음 찹쌀가루를 한 수저씩 놓고 유자, 밤, 대추 ,잣, 호두 등 견과류로 만든 소를 올린 후 그 위에 다시 끌과 간장으로 버무려진 찹쌀가루를 두 켜 올린 뒤 마지막으로 고물을 맨 위에 올린 뒤 25분 쪄야 두텁떡이 완성된다. 힘들고 복잡하지만 예전 전통방식 그대로 제대로 만들어내는 떡으로 유명하다.

봉긋한 봉우리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봉우리떡 이라고도 불리고 도독하게 하나씩 먹는다는 뜻으로 두꺼울 후(厚)자를 붙여 후병(厚餠)이라고 한다. 두텁떡의 모양새는 시중에 유통되는 떡과 비교하면 볼품이 없다. 아무리 예쁘게 만들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손으로 비벼서 동그랗게 만드는 게 아니고 켜켜이 쌓는 방식이다 보니 떡이 예쁠 수가 없다.

두텁떡은 5층으로 이루어진 떡으로 찹쌀경단처럼 쫄깃한 식감은 없다, 마치 오븐에 잘 구운 치즈처럼 한입에 베어물면 죽 늘어난다. 견과류의 고소함과 유자의 향긋한 냄새가 어우러져 입안에 은은한 유자향이 감돈다.

떡 선물세트
떡 선물세트
대전 유성구 진민동에 있는 기품 전경
대전 유성구 전민동에 있는 기품 전경

두텁떡은 다른 떡과는 달리 고물을 볶는 데 끈기가 필요하다. 또 유자를 미리 설탕에 재웠다가 다져서 섞어야 향기가 나기 때문에 만드는데 공이 무척 많이 드는 떡이다. 대부분의 떡들은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그러나 이곳 두텁떡은 간장이 그 역할을 한다. 떡에 유자가 들어가는 것도 신기한데 간장까지 들어가다니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는 떡은 뭔가 달라도 확실히 다르다. 제대로 된 전통 두텁떡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일 뿐이다.

기품의 떡들은 자연의 색깔을 그대로 품고 있다. 설기 떡은 단호박과 자색고구마로 색깔을 낸다. 밤도 힘들어도 직접 까서 사용하고 물엿대신 꿀을 사용한다. 또 산딸꽃, 호박, 나뭇잎 모양의 앙증맞은 수제송편은 먹기 아까울 정도로 아름답다. 커피, 백년초, 뽕잎, 연유, 무화과로 만든 양갱도 인기가 많고 직접 만든 대추차와 오미자차도 떡의 기품과 풍미를 돋운다.

이런 떡 맛은 2014년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달 돼 교황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그래서 선명숙 명인을 논할 때 교황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가 없다. 당시 교황에게 전달된 떡은 두텁떡을 비롯해 삼색송편, 잣약, 감 송편, 매화송편, 자색고구마송편, 별 송편, 호박송편으로 구성됐다. 또 다식과 율란, 호두마리, 육포, 홍찰편, 깨엿강정 등 한과도 함께 전달됐다. 꼬박 한달 동안 재료를 준비하고 떡을 빚어 70인분을 선물했는데 교황 역시 매우 감탄하며 만족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전통 떡 문화를 세계적으로 알린 명인의 떡은 '교황 떡'으로 유명세를 타게 된다.

선명숙 떡 명인
선명숙 떡 명인
포장된 두텁떡
포장된 두텁떡

만들기 어려운 만큼 임금님 생신날에 올린 맛있는 두텁떡
떡은 손의 언어이고 마음의 꽃, 나눔이자 소통

이처럼 선 명인의 떡은 교황의 입맛을 사로잡을 정도로 아름다운 모양과 맛을 자랑한다. 뿐만 아니다. 선 명인은 지난 2008년 예산수덕사 대웅전 700주년 기념 대법회 때도 7m에 이르는 하얀 떡 케이크를 만들어 떡 위의 분홍빛 연꽃 문양 떡을 700송이로 맞춰 그 정성과 기술이 극찬을 받았다. 또 선 명인은 허영만의 식객 25편 이바지 음식 편에 실렸을 정도로 실력과 맛을 겸비했다.

선 명인은 원래 김치, 식초, 술과 제과제빵 등 발효음식에 조예가 깊은 우리 음식전문가였다. 우연히 1980년대 찍은 돌 사진을 보고 큰 잔칫상에 우리 떡과 과일 등 음식이 한가득 차려져 있는데 그 한 가운데를 서양 케이크가 차지한 모습을 보고 문화충격을 받고 요리전문가에서 떡 전문가로 주특기를 바꾸게 된다.

이후 1994년 명지대 강인희 교수에게 떡과 한과 등 한국음식에 대해 배우고 광주 인간문화재 양영숙 선생에게는 폐백 이바지음식, 정길자 선생에게는 한과, 병과 등을 규합총서, 시의전서 등 옛날 조리서에 나온 전통방식으로 전수를 받는다. 떡 명인 된 지금도 서울 방배동의 최경숙 선생, 옥수동의 심형순 선생 등에게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공부하는 모습은 한국 전통 떡 문화의 앞날을 밝게 하고 있다. 대전 유성구 유성대로 1689번길 20에 위치해 있고 두텁떡 3500원, 팥떡 2000원, 쑥갠 1000원, 설기 1000-1500원, 양갱 2500원이다.

두텁떡
두텁떡
시루에 쪄내는 두텁떡
시루에 쪄내는 두텁떡

“떡 선물의 가장 큰 의미는 나눔이자 소통입니다. 떡은 덕(德)에서 유래됐는데 덕은 나누고 베푸는 것을 의미합니다. 조상들은 큰일을 치르거나 경사스러운 일이 있으면 떡을 만들어 함께 나눠먹는 것이 전통이었습니다. 그래서 떡은 손의 언어이고 마음의 꽃입니다. 제가 교황님께 직접 만든 떡을 드리게 된 것은 정갈하게 예를 갖춘 마음의 표현이고 제 생애 가장 큰 보람이었습니다.”

시대는 변하더라도 전통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기왕이면 다홍치마라 했고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말이 있다. 이제 제대로 된 건강한 전통 떡을 먹어보기 위해 기품을 찾아보자. 명불허전 선명숙 명인의 손맛이 기다리고 있다.
<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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