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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하게, 고소하게, 넓게 살아라”
“반듯하게, 고소하게, 넓게 살아라”
  • 송선헌
  • 승인 2019.03.04 18: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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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미소가 있는 시와 그림]

맛과 그림 1-떡

절편

쫄깃함의 대명사를 소금 참기름 장에 콕 찍어서 입으로 들어가기 전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 곁눈으로 떡살무늬를 보는 둥 마는 둥, 그도 그럴 것이 뇌에서 내려온 지령이 급하다고 야단법석인 시점이라 감상할 여유보단 채우는 만끽이 먼저이기 때문, 그래서인지 몰라도 넌 길(吉)하거나 흉(凶)하거나 늘 쓰이는, 고소한 나의 맛짱.

인절미

맛은 특히, 두들겨야 더 맛있다는 가정은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증명해 보이세요라고 한다면, 답은 떡메로 치고 노란 콩고물로 흔적을 봉합한 인절미를 증거품으로 내놓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궁합이 잘 맞는 김치 국물도 준비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더 맛있어 질려면 가끔 맞아야 한다? 그래 난 실컷 맞아야 된다, 지금까진 너무 맛이 없었다 그런데, 누가 날 왕창 두들겨 줄까? 보험 들을까?

시루떡

얹히는 편안함 때문인지 몰라도, 시루에 담겨진 아늑함 때문인지 몰라도, 출입이 엄격했던 때문인지 몰라도, 그만큼 정성이 가득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악귀를 쫓아내기 때문인지 몰라도, 손에 쥘 때의 따스함 때문인지 몰라도 시작처럼 풍성하여 기대되는, 먹기도 전에 기분이 좋은, 남겨서 말라져도 여전히 인사치레 본성을 유지하는, 과정이 엄격했던 팥고물떡.

“반듯하게, 고소하게, 넓게 살아라”

맛과 그림 2 - 부추

전라도에서는 솔,

경상도가 가까운 내 고향(충북)에서는 부부간 정이 오래가라는 정구지(精久持),

저 쪽 서산 등지에서는 졸이라고 부르는 너

초벌 부추는 사위 몰래 영감에게 줄 정도인데

봄이면 집 뒤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텃밭에

몇 가닥 올라오던 정구지가

부침으로 무침으로

그런데 그 시절에는 배가 고파서 꽃이 필 시간도 주지 않았는데

9월 초 내 병원 옥상에는 남은 부추가

흰 꽃을 뿜어내고 있다.

가끔은 넘쳐서 덤으로 얻는 아름다움이어라

그리고 고개 숙인 남자들이여 라면에 부추김치를 넣어 먹더라도

불끈 일어나라!

시와 머그컵-Konya

체리가 붉게 익어가는 계절에 터키 중부 콘야를 잠시

짜이 한 잔 마실 정도로 짧게 스쳤는데

그곳은 무슬림인 메블라나(Mevlana)의 수도 방법 세마(Sema)춤의 근원지

하늘에 계신? 하늘로 가신? 신을 만나라

이런 질문이 마구 솟는 나에게

세마춤은 그야말로 빙글빙글 기울어진 채 무심히 돌기만

기도인양? 접신인양? 강신(降神)인양?

세상의 모든 것, 시간마저도 돌고 도는 것인데...

술 파는 관광식당에서도 춤은 알콜 만큼 어지럽게

그러나 헛갈리는 이기적인 신보다는

편재(遍在, omnipresence)한 진리에도 감사하기로

그런데 길가 허름한 휴게소 화장실 들렀다가

요구르트에 꿀 얹고

그 위에

양귀비씨를 뿌린 간식이 미각세포에 더 깊이 박힌 이유는?

원장실의 스켈레톤 - 크리넥스 티슈- 쏙

일보고 뒷물 할 줄도 몰랐던 임금님?

난, 어제도 거꾸로 벗어 놓은 양말

때문에 한소리 듣고

잉어 수염처럼 자란 왼쪽 눈썹을 티슈처럼 쏙 뽑았는데도 끈질기게 다시 자라난 것은 싫든 좋든 인연이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는 속사정 때문.

소소한 느낌들 - 해운대

이곳은 뜨겁다.

사시사철, 밤까지 뜨겁다.

뜨거운 심장들이 모래알처럼 가득하다.

심지어 파도도 뜨거워 쉬지 못하고 늦밤까지 출렁인다.

그러기에 미지근한 나는 늘 초라하고 아프다.

단지 상처투성이의 과거 때문은 아니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흐르는 인연들과 감당하지 못하는 빈약한 심성 그리고 죄책감 때문이다.

이 또한 누군들 예외가 있을까마는...

그런데 여기서 생각나는 청춘이 있다면 이미

그 심장은 뜨거운 불쏘시개를 안고 사는 것이다.

파도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뜨거운 심장을!


송선헌 원장.

치과의사, 의학박사, 시인,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 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Research associate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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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희 2019-03-05 12:14:28
지난주 해운대에서의 추억이 아직도 뚜렷히 남아있는 나른한 오후
때 맞 추어 올라온 원장님의 글을 읽고 감상에 젖어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