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공섭의 빛 그림]

길공섭 대전문화원연합회 회장.
길공섭 대전문화원연합회 회장.

오랜 세월 잘 숙성되어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 좁은 골목길에 하하 호호 웃음이 넘치며, 된장찌개 구수한 내움이 담 넘어 풀풀해도 행복 바이러스가 넘치는 달동네, 그곳의 속살 속에 배어있는 곰삭은 향을 호흡해보자.

한국전쟁 이후 우리는 어떻게 살았을까? 지게와 낫 그리고 고무신이 전부였던 빈곤의 나라. 국민소득 66 달러(지금으로 환산1,000달러), 그 고난의 시대에 우리의 삶은 어떠했을까?

역사와 추억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곳’ 대동산1번지 달동네가 그 추억의 여운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으며, 고소한 이야기가 진동 하는 곳이다.

우리의 달동네가 현재에 이르게 된 시대적 배경은 근대사와 맥을 같이한다. 빈민층의 주역으로 달동네가 태생되게 된 이면에는 1960년대 이후 기간산업이 발달하면서 공업화가 이루어지고 수출이 증가 되면서 대규모의 이농(離農) 현상도 달동네를 형성하는데 큰 몫을 했다. 그리고 달동네에 처음 둥지를 튼 사람들은, 민족상잔의 가슴 아픈 6.25 동란으로 남북이 분단되면서 월남한 피난민들과 광복 이후 외국을 떠돌던 동포들이 조국을 찾아 귀국하면서 거주지를 도시의 산비탈 등 음지에 판잣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 달동네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달동네라는 어원은 일반주거지역보다 높은 곳에 형성되어 있는 마을을 이야기하기도 하며, 지대가 높아 달이 잘 보인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 이라고도 하고, 달을 보고 퇴근하는 사람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또한 달세를 사는 사람이 많아서 달동네라고 하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일 따름이다. 여기서 ‘달’은 밤하늘의 달이 아니라 우리말 ‘산’을 의미한다. 언뜻 이해가 안 되지만, ‘진달래꽃이나 ’아사달‘을 생각해보면 된다. 진달래꽃은 ’진‘과 ’달래 꽃‘으로 구성된 말이다. 달래 꽃은 ’산에 피는 꽃을 뜻한다. 고로 진달래꽃은 산에 피는 색이 진한 꽃이 된다. 그러므로 ‘달’이 ‘산’으로 쓰인 것이다. 우리가 아는 ‘달구벌’은 대구의 옛 이름이다. 여기서도 ‘달은’ 산, ‘구’는 언덕을 뜻하는 것에서 달동네의 어원을 찾을 수 있으며 대동 산1번지 달동네도 그런 연유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방에 누워있으면 수많은 은하수 우수수 떨어져서 작은 마당 텃밭에 한 줌 사랑을 뿌리는 달동네, 휘영청 밝은 달을 따다 장대에 가로등 만들어 걸고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따다 황토벽 벽지 바르고, 부엉이 부엉부엉 울어대면 호롱불 밝히고 화롯불에 고구마 구어 먹으며 달달한 이야기꽃이 피어나던 곳, 정겨움이 찢긴 창호지 문틈으로 삐죽이 고개 내미는 고소한 곳 이곳이 달동네의 정서다.

달동네 골목길은 복지관 길을 뼈대삼아 사다리 모양으로 이리저리 얽혀 있으며, 골목 어른 한사람이 지나가기 버거울 정도로 좁은데다 가파르기까지 하다. 골목길을 오르다보면 건강한 젊은이들도 쉬어가며 올라가야 할 정도며, 계단에 앉아 숨을 고르는 노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방 한 칸에 부엌 한 칸인 집들이 대부분이며 그나마 이것저것 고쳐 살면서 지금처럼 되었다고 한다.

달동네 오름길을 걷다보면 벽에는 파스텔톤의 꽃 그림이 수놓아져 있다. 그리고 구 대동복지관 앞에는 낙하산을 타고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재미있는 조형물도 설치되어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달동네 골목 골목길을 걷다보면 각종 해학적 벽화와 조형물을 감상하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 하늘 공원에서 계룡산으로 황홀하게 지는 낙조는 또 다른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골목길의 낡은 풍경과 잘 어울려서 묘한 감흥을 자아내게 하는 곳이 대동 산1번지 달동네다. 잘 다듬고 보듬어서 통영 동피랑을 능가하는 하늘동네로 가야 할 것이다.

대동산1번지 달동네는 확실하게 변신중이다. 새롭게 출범한 동구청 (황인호 청장)의 관광동구를 만들기 위한 사업으로 토착문화, 전통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달동네, 하늘공원에 국비와 시비6억을 들여 하늘 인도교를 설치하였고, 특별교부금을 투입하여 경관조명, 산책로조명, 수목투광조명, 그림자 조명등으로 재정비하였고 연애바위 길도 추억의 길로 멋지게 단장 되고 있다. 대동산1번지 달동네는 역사와 추억을 오롯이 간직한 소중한 유산이다. 역사와 곰삭은 향, 그리고 정겹고 고소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유지되길 소원한다.

<대동산1번지>

백통로 골목길
산1번지 구 대동복지관 입구 담.
산1번지 구 대동복지관 입구 담.
하늘공원 낙조.
하늘공원 낙조.
연애바위.
연애바위.
연애바위이야기.
연애바위이야기.
거리미술관.
거리미술관.
달동네의 필수품.
달동네의 필수품.
달동네 이미지.
달동네 이미지.
벽화 중위 권영주.
벽화 중위 권영주.
백룡로48번길57.
백룡로48번길57.
포토존.
포토존.
벽화 이등상사 연제근.
벽화 이등상사 연제근.
동대전로 110번길 골목.
동대전로 110번길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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