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이 하는 일 가운데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가 없지 않다. 그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 있거나 경력을 갖춘 사람은 쓰면 더 효율적인 경우가 있다. 시·도(市道) 등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는 ‘개방형 직위 공모제’도 이런 제도의 하나라 할 수 있다.

개방형 채용은 분위기를 쇄신해서 조직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가령 각 시·도의 감사관을 기존 공무원들이 맡는 경우보다는 외부의 감사 전문가가 맡았을 때 감사의 활동이 더 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러 시·도에서 이런 명분을 내걸고 ‘감사위원장’으로 이름을 바꿔 개방형 인사를 뽑고 있다. 대전시도 지난달 외부 인사를 감사위원장으로 뽑았다. 

개방형 공모 제도가 얼마나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충남도는 2011년부터 개방형으로 감사위원장을 뽑았으나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당시에도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 였다”는 평가만 나왔다. 개방형 직위제는 효율성은 의문시되면서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 공신들을 채용하는 ‘엽관제’로 흘러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개방형 공모로 사람을 뽑을 때마다 지방선거 때 시도지사를 도와준 사람들이 합격자로 발표되곤 한다. 이런 현상은 ‘개방형 인사’의 취지나 목적과는 어긋나는 것이다. 엽관제는 ‘업무의 전문성’보다 선거 공헌도에 따라 채용하는 제도다. 최근 대전시가 실시한 개방형 공모에 대해서도 무늬만 공모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내용을 보면 엽관제와 다름없는 인사다.

현실적으로 엽관제적 현상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개방형 공모’의 방법을 현실에 맞게 보완하거나, 그게 어렵다면 아예 ‘엽관제’로 전환하고 그 장점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어느 쪽이든 채용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시민단체나 공무원노조 등의 의견 청취하는 과정을 두는 것도 방안일 수 있다. 말은 전문가을 뽑는 것처럼 ‘개방형’으로 해놓고 실제로는 선거공신만 채용해주는 ‘엽관제’로 운영하는 건 시민들을 속이는 일이다. 

인사 문제는 무엇보다 인사권인 시·도지사의 의지에 달린 문제다.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를 뽑아야 하는 인사권자 본래의 입장과, 선거 때 진 빚을 갚아야 정치인의 처지 사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난점이다. 그래도 개선책은 찾아봐야 한다. 모든 문제에는 개선의 방법이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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