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세계 패권국가의 조건으론 인구 면적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그러나 핵심적 요소를 꼽는다면 3가지로 압축된다. ‘총’과 ‘돈’과 ‘멋’이다. 군사력에서 가장 앞서야 하며, 경제력에서도 따라올 곳이 없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문화대국이어야 진정한 초강대국이다. 미국은 세계의 패권국이다. 

그런 미국에게 작은 가난뱅이 국가 북한이 총으로써 맞서보려 한다. 총만 가지고 패권국가에게 도전하는 ‘국가’나 테러리스트가 그동안에도 없지 않았고 지금도 있다. 개 중에는 리비아의 가다피 같은 국가권력도 없지 않았으나 대개는 테러집단에 불과했다. 따라서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이들과 담판을 벌인 경우는 없던 것 같다. 북한은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패권국 대통령 불러내 담판 벌이는 북한 김정은

북한이 ‘특별 대접’을 받는 이유는 있다. 칼의 종류와 위험성에서 차원이 다르고, 정치적 환경이나 활동 무대의 지리적 여건도 다르기 때문이다. 미 중 러 일이란 세계열강의 접경지역이면서 이념의 경계선에 위치한 점도 원인이 된다. 이런 복합적 요인들이 지금의 북한을 만들고 마침내 세계 패권국과 핵담판을 벌이는 상황까지 됐다.

‘북미 핵담판’은 북측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북측의 주인공을 ‘북한’이란 국가로 볼 것이냐 ‘김정은’이란 독재권력으로 볼 것이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자에 초점을 맞추면 초강대국에 굴하지 않는, 기개를 지닌 국가가 될 수도 있지만, 후자로 보면 국민을 볼모로 강대국과 맞서는 ‘독재자’일 뿐이다. 

필자는 근래 북미 핵담판 뉴스를 접할 때 두 가지가 오버랩됐다. 하나는 삼성 폴더블 스마트폰, 다른 하나는 BTS(방탄소년단)이다. 북핵, 삼성, BTS 모두 ‘Korea’가 공통점이다. 삼성은 최근 접히는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후발 주자 중국의 화웨이도 폴더블폰을 내놓았으나 삼성과는 게임이 안 되는 수준이다. 소비자들은 애플이 삼성을 계속 추격해올 수 있을지에 주목한다. 

삼성은 누구도 따라오기 힘든 기술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삼성의 명성이 세계에 알려진 지는 꽤 됐다. 그런데 과거에는 외국인들 중에 삼성을 일본 기업으로 아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술’ 하면 한국보다 일본이 떠올랐기 때문일지 모른다. 우리나라 무역액 규모가 세계 6위라는 사실은 한국 경제의 위상을 말해준다. 삼성은 그런 한국경제의 견인차다.

삼성 스마트폰과 BTS의 세계적 인기

BTS는 믿기 어려운 또 하나의 ‘Korea 신화’다. 이들의 공연이 있는 곳마다 피부색도 언어도 다른 사람들이 장사진을 친다. 우리와 종종 ‘먼 나라’가 되는 일본에서조차 이들의 콘서트는 매진행렬이다. 그동안의 ‘한류 열풍’을 돌아보면 방탄소년단의 세계적 인기를 우연한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류’에는 세계인을 감동시키는 문화의 힘이 있다.

한류와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백범 김구가 바라던 문화대국으로 가는 길이다. 김구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길 원했다. 그는 “우리의 부(富)는 우리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고 했다. 노래나 드라마만 가지고 문화대국이 되는 건 아니다. 문화는 각 분야의 지식 기술 학문과 복지 도덕의 높은 수준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문화대국은 경제 강국이라야 가능하다. 국제사회에서 보통 국가들은 ‘경제’ ‘군사’ ‘문화’의 패권 3요소를 함께 추구하는 게 현실이다. 어떤 국가도 어느 한 가지만으로 버티기 어렵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다. 국민들을 굶기면서 끝까지 정권을 지킨 경우는 없었다. 북한은 군사력에만 매달리며 세계 경찰국가의 대통령을 불러내 담판을 벌일 정도가 되었으나 국민들은 심각하게 굶주리고 있다. 

권력은 다 강력한 무기를 원한다. 총이 자기를 지켜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총을 지키느라 국민이 굶어 죽을 지경이면 총을 내려놓고 국민들부터 살려야 한다. 언제든 권력을 지켜주는 건 국민이지 총이 아니다. 고금의 이치다. 북은 비핵화를 확실하게 천명하고 실천해야 한다. 

김정은과 트럼프 핵담판은 일단 결렬됐다. 트럼프가 회담장을 박차고 나온 것 같다. 판이 완전히 깨진 것은 아니라고 했다. 미국은 책임을 북한에 떠넘겼으나 북측 얘기는 정반대다. 북측은 미국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고도 했다. 많은 언론들은 빅딜은 몰라도 스몰딜은 나올 줄 알았다. 결과는 달랐다. 북미 담판은 각본 없는 드라마다. 

천박성 판치는 나라, 김구의 문화대국과 너무 멀어

전 세계에는 ‘삼성 스마트폰’으로 ‘북핵 담판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때론 ‘BTS 콘서트’를 예약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것이다. 이들은 이 3가지의 공통점인 ‘korea’에 대해 한 번은 생각해볼지 모른다. 두 가지는 남쪽 Korea, 하나는 북쪽 korea라는 사실조차 헷갈리는 경우라도 Korea에 대한 호기심은 갖게 될 것이다. “Korea는 대체 어떤 곳인가?”

세계를 뒤흔드는 3가지, 북핵 삼성 BTS를 ‘Korea’로 한데 묶는 데 대해 불편한 시각도 있을 법하다. ‘삼성과 BTS가 왜 북핵과 같은 취급을 받아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쉽게 답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좋든 싫든 북핵도 또 하나의 Korea다.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임이 확실하다.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지금 백범이 돌아와, ‘대한민구은 국민소득 3만 달러로 먹고 살 만한 것 같은데 높은 문화의 힘을 갖춰가고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우린 뭐라고 답할 것인가? 밖에선 BTS와 한류를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안에선 ‘너 죽고 나 살자’며 헐뜯는 데만 열중하는 정치판, 너도 나도 편을 갈라 삿대질로 영일이 없는 대한민국이다. 그런데도 진정으로 통합과 화해를 말하는 지도자가 없다. 관용은 내편에 대한 관용일 뿐, 상대는 죽이려고만 든다. 본능과 천박성만 판치는 나라, 김구가 꿈꾸던 문화국가와는 멀어도 너무 먼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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