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 60] 3.1정신 발휘해 새로운 통일시대 준비를

충남 천안시 일봉산사거리에 설치된 유관순 열사 동상.
충남 천안시 일봉산사거리에 설치된 유관순 열사 동상.

오늘은 100주년을 맞는 3.1절입니다. 댁에 태극기는 게양하셨는지요? 오늘 같이 뜻깊은 날에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바라는 시간을 가져봄직 합니다.

나라가 없으면 국기(國旗)도 없습니다. 태극기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주권을 빼앗겼을 때 비폭력 평화 시위의 상징이었습니다. 태극기를 흔들며 독립 만세를 외치던 수많은 선열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100년 전 그들이 있었기에 100년 후 대한민국도 존재합니다. 모진 고문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조국 독립을 위해 피 흘린 이들의 고귀한 희생에 고개가 숙여지는 오늘입니다.

며칠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국민인식 여론조사를 발표했는데요. 우리나라 국민들이 3.1운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로 ‘유관순 열사’를 꼽았습니다.

유관순 열사는 충남 천안이 고향이지만, 충청의 인물만은 아닙니다. 3.1운동이 민족 자결운동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한 대표적 인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100년이 지난 지금도 유 열사를 ‘언니, 누나’로 부릅니다. 미국 뉴욕 주는 올해 3월 1일을 ‘유관순의 날’로 정하기도 했습니다. 유 열사 정신이 곧 국가정신이자 민족정신이고, 애국정신인 이유입니다.

그런 유 열사 서훈이 그동안 3등급에 머물다 순국 99주기를 맞는 올해서야 1등급으로 격상했습니다. 훈장(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은 오늘 3.1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유 열사 유족에 수여합니다. 3.1절 하루 전날인 28일 유관순 열사 추모각을 찾은 김정숙 여사는 “이번에 유관순 열사가 대한민국장 추가 서훈을 받게 됐다. 혹독한 시대 여성 독립운동가의 길이 얼마나 험난했을까. 같은 여성으로서 축하와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유 열사 고장인 충청권은 서훈 등급 상향에 무진 애를 썼습니다. 그중 정치권 행보가 가장 두드러졌는데요. 여야를 막론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였습니다. 마치 아우내장터에서 타올랐던 횃불처럼.

지역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이 이처럼 합심하는 모습은 참 오랜만입니다. 이번 유 열사 서훈 등급 격상 과정에서 보여준 여야 협치가 향후 충청권 현안을 해결하는데 자주 볼 수 있기 바랍니다.

지난 28일 천안 아우내장터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 아우내봉화제. 횃불행진 중 배우들이 100년 전 벌어진 아우내 만세운동을 재현하고 있다. 천안시 제공
지난 28일 천안 아우내장터에서 열린 3.1운동 100주년 기념 아우내봉화제. 횃불행진 중 배우들이 100년 전 벌어진 아우내 만세운동을 재현하고 있다. 천안시 제공

서울에서 직선거리로 약 3000km떨어진 곳에 위치한 베트남 하노이. 어제(28일) 이곳에선 북미 정상이 전 세계가 주목했던 ‘하노이 선언’을 뒤로한 채 돌아섰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큰 합의’를 할 걸로 잔뜩 기대했던 국민들은 실망과 아쉬움에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하노이 봄바람을 타고 날아올 줄 알았던 한반도 평화와 번영은 베트남에서 한발 짝도 나오지 못했습니다.

양 정상이 합의를 이루지 못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협상의 전제조건인 ‘양보’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3주전 정치레이더(베트남에서 ‘新서희 담판’ 볼 수 있을까)에서 ‘협상은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기보다 무엇을 내줄지 부터 생각해야 한다’고 쓴 글 기억하시나요?

그나마 다행인 건 양 정상이 판을 완전히 깬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회담이 재개될 여지는 남겨뒀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겠습니다. 엉킨 실타래를 풀려는 문재인 대통령 발걸음이 바빠지겠네요.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만나 동남아 어느 곳에 가로막힌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찾아 와야 합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은 외세가 아닌, 남북이 주도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27일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가 개봉했습니다. 유 열사가 3.1일 만세운동 이후 서대문 형무소에 갇혀 보낸 1년 동안 이야기를 담은 영화인데요. 영화 말미 유 열사가 “최후의 일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떳떳하게 외쳐라”라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대사는 3.1독립선언서 공약 3장에 나오는 말입니다.

이번 2차 북미 회담을 보면서 남북 70년 분단을 극복하려면 3.1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민족은 끊임없는 외세 침략에 맞서 강인한 저항정신으로 나라를 지켰습니다. 그렇게 지킨 나라에서 5천년을 함께 산 한민족이 70년을 헤어져 살고 있습니다.

100년 전 3.1독립선언서 첫 문장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오늘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며, 조선인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한다.” 100년 전 우리는 하나였고, 남과 북도 없었습니다. 문 대통령도 지난 2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제 남북은 새로운 100년의 독립선언서를 써야합니다. 남과 북이 다시 하나의 ‘운명공동체’가 되는 그날을 위해. 한라산 유채꽃과 백두산 진달래를 자유롭게 보러 다닐 그날을 위해. 최후의 일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떳떳하고 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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