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big deal)도 스몰딜(small deal)도 없었다. 북미 정상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벌였던 핵 담판이 깨졌다. 추후 협상 여지는 남겼지만 성공적 북미 정상회담을 기대했던 국내 정국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할 전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초 28일 오후 확대 정상회담에 이어 예정됐던 공동서명을 취소했다.

이날 오전만 해도 순조로웠던 정상회담은 오후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오후 2시부터 진행했어야 할 업무오찬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확대정상회담도 1시간 30분 이상 지연되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각각 차량을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트럼프 “北,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준비 안 해”
“전면적 제재 완화 요구 들어줄 수 없어”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6시 예정된 기자회견을 2시간 앞당긴 오후 4시 단독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은 전면적인 제재 완화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들어주지 못했다”고 협상 결렬 이유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은 여전히 북한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비핵화 준비가 돼 있지만,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준비는 하고 있지 않다. 미국은 북한의 핵 활동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은 (진정한)비핵화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추가적인 비핵화가 뒤따라야만 제재 완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김 위원장과 굳건한 관계를 갖고 있지만 이번에는 어떤 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어떨 때는 다른 길을 택할 때도 있다. 이번이 그때일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회담은 여기서 마무리하지만 앞으로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며 향후 회담을 재개할 여지를 남겼다.

“우호적 마무리, 김 위원장과 따듯함 유지되길” 여지 남겨
한반도체제 동력 확보 차질..정치권 "안타깝다, 후속회담 기대"

“언론의 비판이 있더라도 언제라도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제가 원했으면 합의문에 서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합의문 서명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회담장을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우호적으로 마무리했다. (김 위원장과는)서로 간에 따뜻함이 있다. 이런 따뜻함이 유지되길 바란다”고도 했다.

앞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 때만 해도 북미회담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특히 북미 회담 직후 김정은 위원장 답방 또는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 준비를 묻는 <디트뉴스>질문에 “(준비를)하긴 해야겠지만, 오늘 결과가 나온다고 (김 위원장 답방 및 미국 방문을)바로 접촉하거나 논의하진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회담 이후 휴지기에 있던 남북 간에 대화 속도와 깊이가 달라지겠지만, 남북 대화가 다시 본격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청와대 내부는 당황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으며, 참모진들과 TV를 통해 정상회담을 보려던 문 대통령 일정도 취소됐다.

북미 정상회담 불발은 국내 정국에 파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新) 한반도체제’ 구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진영과 이념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 한반도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한반도 운전자론'에서 일보 전진한 '신 한반도체제 주도자'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북미 회담 불발로 인해 신 한반도 체제 동력 확보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야 역시 일제히 논평을 내고 이번 회담 결렬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동시에 향후 북미회담 재개에 대한 희망과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