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의 안전규제를 강화한 ‘김용균법’이 만들어졌지만 제2, 제3의 김용균 류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일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외주 용역업체 노동자 이 모씨가 컨베이어벨트 부품 교체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14일에는 유성구 외삼동 한화 대전공장의 폭발사고 화재로 25세 김 모씨 등 3명이 숨졌다. 현대제철 희생자는 외주 노동자, 한화 희생자는 본사 직원이란 차이가 있다. 그러나 모두 위험에 방치된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이었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세상에는 위험한 일도 있기 마련이고 누군가는 그 일을 떠맡아야 한다. 그 경우라도 위험성을 최대한 줄여야 하며,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은 걸맞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일자리는 부족하고 일을 찾는 사람은 넘쳐나는 상황에서 위험한 일은 싼 값에라도 목숨을 내맡겨야 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그들 중에는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 곳에서 일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다.

고층 건축물 공사장 꼭대기에서 하는 일은 본인도 위험성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도 더욱 조심하고 위험수당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위험성이 고층건물 작업장 못지않은 데도 이를 잘 몰라 위험에 노출돼 있는 노동자들도 적지 않다. 가령 수은을 다루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 수은의 치명적인 위험성을 모르고, 작업 책임자도 이를 모른 체한다면 돌이키기 어려운 피해는 고스란히 근로자의 몫이 된다.

이제 수은 일 같은 경우는 작업장에 대한 안전규제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근로자들은 잘 모르거나 알더라도 피하기 어려운 ‘위험한 일’과 ‘위험한 작업장’들이 많다. 이런 일 이런 작업장을 경제적 사회적 약자에게 싼값에 떠넘기는 사회 시스템이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라 할 수 있다. 한화 대전공장 폭발 사고에서 보듯, 외주냐 아니냐가 근본적 차이는 아니다.

이 문제는 우리에게 필요한 위험한 일들을 사회적 약자들에게만 떠맡기는 심각한 부도덕성에 대한 문제다. 어느 한 방법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 법과 제도를 손봐야 하고, 사회적 인식의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이에 따라 국회는 작년 말 ‘김용균법’을 만들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희생자 유가족을 청와대로 불러 위로했다. 청와대와 국회에서만 관심을 갖는 데 그쳐선 안 된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한화 사고 소식을 접하고 바로 현장을 방문했다. 시장으로서 마땅한 행동이다. 허 시장은 “(한화 공장이) 국가보안 시설이다 보니 자치단체가 시설에 접근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우리시가 어떻게 시민안전을 책임지고 해결할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시장은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발언할 필요가 있었다. 소극적 대처와 발언이 아쉽다.

시장은 사고 경위를 파악한 뒤 ‘사회적 사고’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사회적 발언’을 할 필요가 있었다. ‘이런 일은 대전시가 도와줄 수 없다’는 식의 말만 해선 안 된다. 시가 직접 나서기 어려운 일이라면 사회와 정치권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발언이라도 해야 맞다. 억울한 사고 유족들은 늘 국회나 청와대만 쳐다봐야 하는가? 시도지사도 우리지역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이슈에 관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시장은 도로 내고 복지 챙겨주는 ‘행정’만 하는 자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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