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 식당(대전시 중구 대흥동 대전평생학습관 옆)

대흥동 원 도심 향수 지닌 추억의 맛집
올갱이국, 오징어 두부두루치기 맛과 증약막걸리로 유명

대전의 대흥동은 어쩐지 정이 가는 아날로그적 풍경이 남아 있는 정겨운 공간으로 재미난 요소가 가득한 보물창고다. 세련된 도시 이미지가 느껴지는 건물과 카페가 있는가 하면 그 속에 70~80년대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손때 묻은 풍경이 함께 숨을 쉰다.

내집식당 올갱이국
내집식당 올갱이국
밥과 국이 따로 나오는 올갱이국.
밥과 국이 따로 나오는 올갱이국.

특히 예쁘고 세련된 카페와 낡고 손때 묻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오래되어 색 바랜 간판과 벽,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주택, 시대극에서나 볼 법한 골목 등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오래된 것들이 세련된 도시 풍경과 함께 있으니 더욱 아련한 향수를 부른다. 이제는 이런 추억의 건물이 하나 둘 사라지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대전시 중구 대흥동 대전여중 옆에 있는 ‘내집 식당’이 내부시설을 새롭게 위생적으로 개조해 이런 향수를 가지고 있는 고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내집 식당은 그동안 50년 넘은 허름한 구옥에서 올갱이국을 비롯해 두부두루치기와 함께 막걸리 한잔 나눌 수 있는 대흥동 추억의 맛집으로 20여 년 동안 유명세를 탔다. 거기다 시골장터의 푸근한 선술집을 연상케 하는 곳으로 누구든 상호대로 내 집 같이 편안하게 드나드는 집이었다. 하지만 너무 오래된 집 구조형태로 주방시설과 연회석이 협소하고 또 공용화장실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두부
두부
두부두루치기
두부두루치기

이런 문제를 정경임(60) 대표가 지난해 8월 세월의 흔적은 그대로 남겨둔 채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건물내부를 확장 리뉴얼 공사를 벌려 새롭게 탈바꿈했다.

장애인을 배려한 휠체어전용 문을 추가했고 식당 옆에는 흡연자들을 위한 흡연의자를 마련하는 등 고객을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 돋보인다. 특히 제일 중요하게 바뀐 것은 오픈주방이다. 주방시설을 손님들이 볼 수 있게 넓게 확장해서 그동안 지적되어온 위생 청결문제를 해결해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다. 특히 남녀 구분한 화장실로 만든 것도 호평이다. 여기에 10-50명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단체회식 연회석도 5곳을 마련해 직장인들의 회식에도 숨통을 터 줬다.

올갱이무침
올갱이무침.다른 곳과 달리 채소가 훨씬 많은 무침이 아니고 올갱이 살과 부추만 들어가 올갱이 살이 많아 인기가 많다.

지난해 8월 리뉴얼 공사로 환경 위생 청결문제 해결 새 단장
내 가족 먹는다는 신념으로 정성껏 대접하는 마음 감동

식당 바깥벽에는 “밥 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란 재치 있는 인사문구도 진정성 있게 눈에 들어온다. 또 주방 입구에 ”밥이 보약이다. 내 집 안에 밥 있다“ 란 글도 눈에 확 들어온다. 그래서 예전의 내 집 모습을 상상한다면 오산이다.

올갱이국은 국산 작은 올갱이를 뼈째 갈아서 10여 가지 천연재료를 넣고 육수를 만든 다음 직접 된장을 풀고 올갱이와 아욱만 넣고 끊여 손님상에 낸다. 진한 국물 맛이 시원하고 구수해 입맛에 딱 맞는다. 올갱이국에는 보통 부추나 호박잎을 넣기도 하지만 아욱과 함께 끓였을 때 고유의 식감과 향이 잘 살아 깊은 맛이 난다. 여기에 밥을 한술 말아 뜨면 한마디로 입안에 감기는 맛이 환상적이다. 어머니의 손맛을 생각나게 하는 그리운 맛이 담겨있다. 아마도 한 가지 음식이라도 내 가족이 먹는다는 신념으로 소홀함 없이 정성껏 대접하는 마음이 많은 이들을 찾아들게 만드는 비결이 아닐까.

특히 올갱이가 입안에 씹히는 감촉이 제법 푸짐해 술꾼들의 해장국으로도 인기가 높다. 저렴하고 부담 없는 집이라 그런지 각종 모임도 많지만 특히 직장인들과 문화예술인들이 즐겨 찾는다. 또 점심시간에는 직접 만든 두부 한 접시가 무료로 나오는데 이 맛도 별미. 올갱이는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지만 표준어인 다슬기의 충북사투리다.

내집 식당 정경임 대표
내집 식당 정경임 대표. 아산이 고향. 막창, 삼겹살, 오뎅바 등 30년의 외식업 경력으로 각종 찌개와 무침요리에 조예가 깊다. 그래서 내집 식당에서도 두부두루치기와 올갱이무침은 토속적인 깊은 맛을 낸다. 그러나 모양내기보다는 내 식구를 집에서 먹인다는 소신으로 음식을 만드는 정직과 정성이 가장 큰 무기다. 
대전시 중구 대흥동 대전여중 옆에 위치한 내집 식당 전경
대전시 중구 대흥동 대전여중 옆에 위치한 내집 식당 전경. 오른쪽에 휴식처를 귀엽게 만들었다. 흡연장소로 이용되기도 한

두부두루치기도 일품. 당일 즉석두부를 가지고 특제양념장에 두루쳐서 발갛게 나오는 데 얼큰하면서고 달착지근한 게 입맛을 사로잡는다. 미식가들은 두부두루치기하면 이집에 엄지 척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두부를 먹고 남은 국물에 사리를 비벼 먹는 맛도 일품. 밑반찬 중에서는 연중 콩 조림과 멸치고추볶음이 나오는데 이것 역시 별미.

찌그러진 주전자에 나오는 옥천 증약막걸리와 대전부르스 막걸리는 애주가들에게 인기기 많다. 직장인들의 술자리는 삶의 애환이 서려있다. 삶의 팍팍함을 한 잔 술로 달래며 인생의 희로애락의 응어리를 손가락으로 휘휘저어 마시는 막걸리 한 잔에 녹아내는 것도 내집 식당의 매력이다. 또 주머니가 가벼 워도 향수를 느끼고 추억을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요즘은 젊은 층도 많고 외지에서도 소문 듣고 많이 찾는다고 한다.

주방 입구에 붙어 있는 글
주방 입구에 붙어 있는 글
벽면에는 유명인사들의 인사말이 붙어있다.
벽면에는 유명인사들의 인사말이 붙어있다.

추억의 건물이 하나 둘 사라지면 어떡하나 걱정하는 사람 많아
고객들, 내집 식당 오래도록 건강하게 추억의 맛 전해주길 염원

고달픈 시절 막걸리 한 사발은 모든 시름을 잊게 해줬다. 세월의 무게가 더해지는 요즘, 대전 원 도심 한복판에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며 마실 수 있는 추억의 집이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복일 수 있다.

올갱이는 식약동원(食藥同源)의 대명사다. 특유의 쌉싸래한 맛뿐만 아니라 건강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올갱이는 생태환경의 기초이며 세상에서 가장 느린 수서생물이며 물속의 웅담이라고 일컫는 건강식품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간염이나 간경화를 고치는 약으로 흔히 써왔다. 특히 올갱이를 끓이면 우러나는 파란 물이 올갱이 피의 푸른 색소인데 이 청색소가 사람의 간 색소와 닮아 간 기능 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연회석
연회석
식당 옆에 붙어 있는 귀엽게 마련한 휴식처. 흡연자들의 흡연장소이기도 하다.

내집 식당은 청자를 빼 놓고 이야기를 할 수 없다. 10년 전 이곳에서는 70년대 대전지역 최초의 학사주점 은행동 '청자'를 추억하는 의미 있는 모임이 만들어졌다. 당시 청자에서 DJ겸 통기타가수로 활동하고 드라마 ‘파랑새는 있다’에서 극 중 나이트클럽 MC 겸 연예부장 역을 맡은 한진희의 실제모델이기도 한 유하용 파랑새기획 대표의 주선으로 70~80세대의 감성을 아울렀던 일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낭만과 추억의 장소로 회자되고 있다.

11시~22시. 일요일 휴무, 84석, 연회석(방)5개, 대전시 중구 대흥로121번길 42, 올갱이국 7000원, 두부두루치기 1만3000원-2만2000원, 파전, 부추전 8000원
이제 새롭게 단장한 내집 식당으로 가보자. 70~80년대의 아련한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손때 묻은 풍경과 추억의 맛이 기다리고 있다. <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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