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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의 힐링에세이] “아파서 기댔는데 더 아파”
[박경은의 힐링에세이] “아파서 기댔는데 더 아파”
  • 박길수 기자
  • 승인 2019.02.15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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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선생님과 대화하는 가운데 ‘아파서 기댔는데 더 아파’ 이 말이 가슴에 ‘훅’ 하고 들어왔다. 서로 멋쩍은 웃음을 웃으면서도 아픈 말이었다. 나는 무의식의 힘이 강력하다는 것을 체험하며 살고 있다. 그 표현이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흔히 말하는 ‘무의식의 불러드림’, 또 다른 표현으로는 ‘무의식이 고통도 사건도 만들어낸다.’ 라고 말하고 싶다.

무의식 세계가 의식의 세계를 지배하는 힘이 강력하다는 것을 눈으로 보았고, 나 또한 집착이 심했을 때 나의 모습에서도 무의식의 무서운 세계를 보았다. 어느 날 같은 동료 선생님이 ‘자신을 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는 말이 내 심장에 날카로운 칼날이 날아와서 꽂히는 듯 했다. 내가 살아냈던 방법은 최대 긍정마인드였다. 감사함이 많았던 나는 아픔이 아픔인지도 모를 정도로 무딘 사람이었고,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에 필터기능이 없는 사람처럼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졌다. 그래서 가끔 구멍이 보인다. 누울 자리가 아닌데 누워서 깨지는 날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파서 기댔을 뿐인데 더 아프게 했던’ 그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모른 상태에서는 ‘계속 아프게 되어 있다’는 것을 늦게 깨닫게 되었다.

나쁜 생각은 나쁜 기운을 부르게 되어 있고, 좋은 생각은 좋은 기운을 부르게 되어 있음을 알기에 그 기운의 흐름을 바꾸는 것만이 내가 살 길임을 매일 체험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 참 아름다운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나의 인간애(人間愛)는 나를 아프게도 하였고 성장하게도 하였다. 지금은 자연스럽지 않는 것은 포기하게 되고 ‘놓아버림’이란 단어가 참 좋아졌다.

‘오늘 하루 잘 버텼다’는 말보다는 ‘오늘 하루 잘했다’란 말이 이제는 익숙하다. 삶을 견뎌내는 것이란 것을 몸에 체득이 된 채 살아온 날들도 많았지만, ‘오늘 하루 잘했다’란 상쾌하고 경쾌한 말이 나를 신선하게 한다는 것을 온 몸의 전율로 알게 되었다. 견뎌낸 세월이 있었기에 이제는 미소가 머무는 날이 많다.

나의 취약점을 드러내고 산다는 것이 창피하고 흠이 될까 두려워 하는 날들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날들은 그 상황이 어렵고 극한 상황이더래도 나에게는 감사함이었다. 그러나 그 감사함이 마치 사치인냥 강한 태풍이 몰아칠 때는 정신없이 헤매이다가 태풍의 눈에 잠시 쉬는 날도 있었고, 다시 태풍과 함께 견뎌내야 하는 날들도 있었다. 알고 보니, 그 또한 ‘그럴 만한 이유’가 내게 있었다는 것이다. 살면서 나의 공허함이 쉽사리 채워지지는 않았다. 결국 버려야 채울 수 있는 것들이 보였고, 나의 결핍을 인정함으로써 그 결핍에서 편해지기 시작했다.

인간관계 속에서 ‘관계성’이 깨지기 시작한 때도 있었다. 관계를 나름 잘한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잘못된 사고에서 벗어나자마자 보란 듯이 어려움을 겪었다. 알고 보니, 각자의 오해였다. 자신이 이해하고 싶은대로, 자신의 상황에 빗대어 전혀 다르게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관계회복이 가능하겠는가? 그것도 모르고, ‘나는 이런 사람이야, 그리고 내가 많이 아팠어.’라고 말하면 당연히 상대방의 메아리는 ‘그럴 줄 알았어’, ‘너가 그러닌까 당연한거야’. 역시나 ‘아파서 기댔는데 더 아파’ 그러면서 ‘바보탱이’라고 자책한다.

경험을 통해서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모든 것이 ‘나로부터 시작됨’을 인정하게 되었다. 친절과 배려가 경계선을 지키지 못하게 하였고, 감정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함이 다른 사람에겐 회피하는 모습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으로 오해받기도 하였다. 사과할 줄도 몰라서 미안할 때는 엉뚱한 말로 상황을 전환시키기도 하고 무슨 말을 했는지 못 알아들으면서 다시 묻지 못하고 대답을 하면서 멋쩍게 넘어가면서 곤란에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상처 받은 아이가 성인으로서 자기답게 살아가는 것을 방해하며 자신의 삶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지를 알게 됨으로써 회복하는 데 많이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아파서 기댔는데 더 아파’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자신이 주범은 아니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고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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